아름다운 장미와 빛나는 별
그리고 아카시아 향기가 그윽한 오늘 밤,
그리운 성모님을 불러봅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성모님이 말씀하신 순종의 응답으로,
여인 중에 가장 복되시고 어지신 어머니가 되신 성모님!
그래서 오늘 밤은 더욱더 마음이 뭉클합니다.
1997년 5월의 어느 날 한 영혼이 어둠 속을 방황하고 있을 때,
성모님은 저를 위하여 하느님께 전구해 주셨습니다.
아무런 바람도 없이 그냥 제 손을 잡아주셨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날 성모님을 만나지 않았다면
지금도 세속에 휩싸여 방탕의 어두운 길을 헤매고 있을 것입니다.
이 자리에 서서 성모님께 드리는 장미와 촛불을 바라보니,
저의 지난 세월이 더더욱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저는 일흔이 넘은 평범한 가정의 아버지입니다.
삶의 고비마다 늘 지켜보고, 보듬어 주시는 성모님의 지극한 사랑의 손길이 있었기에
따뜻한 가정을 이루어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제 마음을 온통 사로잡은 아내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의 사랑스러운 자식들도 만났습니다.
그날 이후, 나만을 생각하던 삶에서 벗어나
이웃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세월이 참 빠르기도 했고,
때로는 길고 고단하기도 했습니다.
그저 앞만 보고 달렸습니다.
아이들이 건강하고 다치지 않기만을 바랐습니다.
때로는 하루하루를 버티며 말없이 지켜봐야 하는 날도 있었습니다.
이제, 자식들은 또 다른 가정을 이루어 모두 떠나고
저는 아내와 그 시절을 뒤돌아보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예수님을 품에 안으셨던 성모님이 생각납니다.
‘아, 성모님의 마음이 이런 거였구나!’
묵묵히 뒤에서 예수님을 바라보시던 성모님의 모습이
제 어머니의 모습이었고,
제 아내의 모습이었습니다.
이제는 아버지로서의 제 모습과 겹쳐 보이기도 합니다.
자식을 위해 기도하며 고통 중에서도 묵묵히 견디셨던 그 모습이
이제야 제 마음에 깊이 와닿습니다.
그 옛날, 당신 아들을 십자가 아래에서 바라봐야 하셨던
성모님의 아픔을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요.
아마 저였다면, 그 자리에 서 있기도 힘들었을 것입니다.
자애로운 성모님!
세상은 점점 복잡해지고, 삶은 예전보다 더 불안해졌습니다.
성모님께서 저희를 위해,
우리 자녀들을 위해 지금도 기도해 주신다는 것을 믿습니다.
우리 자녀들이 길을 잃지 않고
따뜻한 마음과 사랑을 품고 믿음으로 살아가게 도와주십시오.
항상 주님의 뜻 안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당신의 손을 내어 주십시오.
성모님, 저희 모든 가정의 평화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글 _ 박기섭 바오로(안동교구 주교좌 목성동본당)
박정연 기자 vividcecil@catimes.kr
[가톨릭신문 발행일 2026-05-17 제 3491호 22면] https://www.catholictimes.org/article/202605075000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