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6일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회장 안재홍 베다, 담당 사제 김연범 안토니오, 이하 평단협)는 안동교구 농은수련원에서 교구별 평협 대표와 전국 사도직 단체 대표 7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025 후반기 연수회를 열었다.
이번 연수는 세계주교시노드 사무처가 발표한 '시노드 이행 단계를 위한 길잡이'에 따라, 한국 교회 현실에서 시노드 정신을 어떻게 실천할지를 모색하고, 평단협의 역할과 내적 과제를 함께 성찰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5일 연수 개막 미사 뒤에 안동교구 농은수련원 앞에서 권혁주 주교와 참가자들. ©경동현 기자
권혁주 주교, '신랑과 함께하는 기쁨 나눔' 당부
연수는 안동교구장 권혁주 주교가 주례한 개막 미사로 시작했다. 권 주교는 강론에서 루카 복음의 혼인 잔치 비유를 인용하며, 평단협 구성원들을 “신랑과 함께하는 축복의 시간에 초대된 혼인 잔치 손님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수님께서 가난한 이들과 죄인들과 함께하셨듯, 오늘날 평신도들도 가장 낮은 이들 가운데서 주님을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단식과 기도는 고통받는 이들과의 연대를 통해 하느님나라를 체험하는 방식으로 다시 성찰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권 주교는 “하느님 없는 삶, 예수님 없는 삶은 곧 신랑을 빼앗긴 삶”이라고 지적하며, 일상에서 주님과 멀어지며 살아가는 모습이 신앙 단절이자 공동체 위기임을 일깨웠다. 그는 “평단협은 ‘두세 사람이 모인 곳에 함께하신다’는 주님의 약속을 살아가는 최소 단위의 교회”라며, 각 교구와 성당, 사회 현장에서 ‘신랑과 함께하는 잔치의 기쁨’을 이웃과 나누는 평신도 사도직을 당부했다.
개막 미사에서 강론하고 있는 권혁주 주교. ©경동현 기자
"함께 걸으려면 평신도 참여와 식별 강화해야"
평신도사도직연구소(이하 평사연) 현재우 소장이 '시노드 최종 문서와 이행 단계'를 강의하며 연수의 핵심 주제를 풀어냈다.
그는 “시노달리타스(함께 걷기)의 여정은 단지 교회 조직을 개편하는 일이 아니라, 성령 안에서 함께 기도하고 결정하며 책임지는 공동체 문화를 새롭게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교회의 구조와 제도가 새로운 문화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하지 못하면, 시노드 여정은 선언에 그칠 수 있다”며, 교회적 식별과 책임 있는 설명, 투명한 평가, 평신도 참여 확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이행 단계는 과제 목록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어떤 공동체인지 되묻는 회심의 여정”이라며, 평단협이 교회적 식별과 책임 있는 설명, 평신도 참여를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성령 안의 대화는 단순한 의견 교환이 아니라, 서로를 통해 말씀하시는 하느님의 뜻을 식별하는 영적 실천”이라며, 이를 통해 교회가 “조직이 아닌 하느님 백성의 공동체로서 새로워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5일 연수에서 평신도사도직연구소 현재우 소장이 시노드 최종 문서와 이행 단계에 대한 안내 강의를 했다. ©경동현 기자
시노드 이행 단계에서 평단협의 역할
강의 뒤 ‘성령 안에서의 대화’ 시간을 7조로 나눠 진행했다. 지난 7월 연수에서는 주교회의에서 파견한 시노달리타스 선교사 사제와 평신도들이 진행자를 맡고, 평사연 연구위원들이 서기를 맡았다. 이번에는 평사연 위원들이 모임을 이끌었다.
참가자들은 평단협이 시노드 이행 단계에서 맡아야 할 역할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먼저 “일반 신자들은 시노드에 대해 거의 모르고 있다”는 현실 인식에서 출발해, 일부 조에서는 “시노드라는 단어조차 생소하다”는 경험담이 나왔다. 또 “교구에서는 형식적으로 지나가는 듯하며, 본당(성당)에서는 사제 중심으로 진행돼 평신도 참여가 제한적이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조별 나눔에서 나온 의견은 네 가지로 정리된다.
시노드 정신의 생활 속 확산: 평단협은 교회 안팎에서 시노드 정신(경청, 공동 식별, 참여 문화)을 퍼뜨리는 매개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모든 신자가 이해하기 쉬운 언어와 방식으로 교육 자료를 만들고, 단체·본당·소공동체 단위의 양성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사제와 평신도 간 가교 역할 강화: 평단협은 “평신도의 목소리를 교구와 주교에게 전달하는 창구이자 가교”로서, 위로는 교회 지도자들과의 대화를 촉진하고, 아래로는 평신도의 신앙 감각을 북돋는 중간자적 사명을 더 적극 수행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실천 중심의 문화 조성: 시노드는 ‘이론’이 아니라 ‘삶’이라는 인식이 강조됐다. “사는 것이 곧 목소리”라는 표현처럼, 말보다 실천으로 시노드를 살아가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일부 조에서는 모래시계나 시간 제한 발언 장치를 활용한 사례를 공유하며, 경청의 문화를 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수직적 구조 개선: 여러 조에서 “평신도는 여전히 사제와의 위계 속에 있다”, “신자들은 절대 복종을 강요받는다는 인식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수평적 교회로 바꾸기 위한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교회 내 의사 결정 과정에서 평신도의 실질적 참여를 보장할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시노드 이행 단계를 위한 길잡이’ 안내 웹자보. (이미지 출처 = 세계주교시노드 사무처)
평단협 역할, 제대로 하기 위한 성장 과제
둘째날 ‘성령 안에서의 대화’ 모임의 나눔 질문은 “평단협(평협)이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 안에서 바뀌거나 성장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가?”였다.
가장 먼저 언급된 핵심어는 ‘교육과 양성’이다. 대부분의 조에서 “시노달리타스를 말하면서도 평단협 내부에 체계적 교육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임원 양성 체계 구축과 교구 간 교육 편차 해소, 피정과 공동 연수 중심의 양성 과정 확대를 제안했다. 한 참가자는 “시노드 최종 문서를 해설한 교재와 교육이 절실하다”며, 이를 위한 평신도사도직연구소의 역할도 강조했다.
다음과 같은 인식과 제안도 이어졌다.
의사 결정 구조에의 실질적 참여: 평협이 사도직 단체의 대변자가 아닌 본당 공동체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로 자리 잡으려면, 사목평의회를 단순 자문 기구가 아닌 공동 식별의 장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사제의 결정에 무조건 순응하는 태도는 바뀌어야 한다”는 발언도 공감대를 얻었다.
일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 조직 문화: “보여 주기 위한 행사에 치중한 평협 문화는 이제 그만”이라는 비판과 함께, 내적 영성 성장과 관계 중심의 공동체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특히 “마르타 중심의 실무에 치우쳐 마리아적 영성이 결여됐다”는 반성도 있었다.
조직의 통일성과 운영 혁신: 조별 나눔 중 일부에서는 “교구마다 평협 조직도와 회칙이 달라 혼란스럽다”며, 한국 평단협 차원의 구조 통일성 마련을 제안했다. 연령 다양성 확보와 청년 참여 확대, 디지털 소통 창구 활용도 강조됐다.
‘사람’을 남기는 조직으로의 변화: 한 참가자는 “교회는 구조보다 사람이 우선인 조직이어야 한다”고 말하며, 연수와 모임을 통해 사람 간 신뢰와 관계 형성, 지속 가능한 연대 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작은 것부터의 실천’과 ‘생활 속 신앙의 통합’이라는 핵심어도 공유됐다.
6일 파견 미사를 드리고 있는 평단협 연수 참가자들. ©경동현 기자
"교회 지탱하는 평신도, 경청과 신앙 훈련 필요"
파견 미사에서, 안동교구 평협 담당 사제인 황영화 신부(안동교구 사목국장)는 “이번 연수는 성령의 이끄심 속에서 교회의 쇄신을 준비하는 자리가 됐다”며, 평단협 임원들의 진지한 참여 태도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여러분은 단지 교구 대표가 아니라, 성령의 부르심에 응답한 이들”이라며, “경청하고 실천하는 자세가 시노달리타스를 구현하는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 천주교회는 평신도가 시작했고, 오늘도 평신도들이 ‘버팀목이 되는 바위’로 교회를 지탱하고 있다”며,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시노드 정신을 실천해 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경청’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경청은 말하는 이를 향해 머물러 주고, 다름을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내 뜻이 아니라 성령의 뜻을 따르는 신앙의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체험이 일상의 변화로 이어지길 바라며, "용기와 희망을 가지고 본당과 교구에서 시노드 여정을 계속 걸어가자"고 덧붙였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 한국 평단협 후반기 연수-농은 수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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