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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전시] 앙드레 부통 신부 작품 전시회
  • 작성자 홍보전산
  • 작성일 2026-05-11 오후 3:32:18
  • 조   회 79

♦일시 : 5월22일(금) ~ 6월6일(토) 10:00~18:00

           *전시회 개회식 : 5월22일(금) 오후 4시

           *매주 월요일 휴관

♦장소 : 안동 문화 예술의 전당 전시실 (34갤러리)

♦문의 : 사무처 858-3111

 

 

 

 

[전시기획에 관하여]

 

사제이자 예술가, 앙드레 부통

한국 활동 60주년 기념 전시를 열며

 

19662, 프랑스 위스크 베네딕도 수도원의 수도자 앙드레 부통(André Bouton) 신부가 한국 땅을 처음 밟았다. 낯선 언어와 문화 속에서 그가 마주한 것은, 아직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흰 벽들이었다. 그리고 그 벽 위에는 곧 이전까지 한국 교회미술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부통 신부의 그림은 당시의 전통적인 성화와는 분명 다른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다. 단순하고 자유로운 선, 밝고 대담한 색채, 그리고 어딘가 만화처럼 친근하게 다가오는 인물 표현은 기존 성화의 엄숙하고 권위적인 이미지와는 다른 감각을 보여주었다. 그는 서양의 종교 이미지를 그대로 옮겨오는 대신, 자신만의 독창적인 조형 언어 안에 한국의 문화와 정서를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작품 속 인물들은 한국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고, 화면 곳곳에는 당시 한국의 생활상과 동양적인 조형 감각이 스며들어 있었다. 이는 당시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강조되던 복음의 토착화 정신을, 그는 예술가로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구현한 결과이기도 했다.

 

서양의 신앙과 한국의 시대적 풍경, 그리고 부통 신부 특유의 표현 방식이 한 화면 안에서 만나는 이 독특한 세계는 그 어느 나라에서도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교류의 기록이다.
그의 작업은 특정 종파의 종교미술을 넘어 1960~70년대 한국이라는 시간과 장소가 만들어낸 하나의 예술사적 장면이었다.

 

이후 10년 동안 부통 신부는 전국의 크고 작은 성당과 공소를 돌며 약 150여 점이 넘는 벽화와 스테인드글라스, 판화 작품을 남겼다. 그것들은 단순한 종교 장식에 머무르지 않았다. 그의 작품은 도시의 큰 성당뿐 아니라 지역 공동체에도 자리했고, 사람들의 삶과 신앙의 풍경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예술은 미술관 안에 머무는 작품이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살아 숨 쉬던 예술이었다.

 

그러나 세월은 많은 것들을 바꾸어 놓았다. 여러 작품이 건물의 개축과 보수 과정에서 사라졌고, 어떤 벽화는 덧칠 아래 잠들었으며, 어떤 작품은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은 채 남아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작품들 또한 체계적인 보존이 충분히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들을, 아직 다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였다. 유족과의 인터뷰, 프랑스 측 아카이브 자료,
그리고 전국 현장 답사를 통해 흩어져 있던 작품과 기록들을 다시 모으고 연결하는 작업에서 이 전시가 시작되었다. 우리는 완전히 남아 있는 작품만을 보여주는 데 머무르지 않았다.
이미 사라진 작품들, 훼손된 흔적들, 벽 뒤에 가려진 이미지들까지 함께 조명하고자 했다.
무엇이 남아 있는가뿐 아니라 무엇이 사라지고 있는가를 함께 조명하는 것 역시 이번 전시가 지닌 중요한 의의 중 하나이다.

 

앙드레 부통 신부의 한국 활동 60주년을 맞아 마련된 이번 전시가 그의 삶과 예술을 처음 만나는 이들에게는 새로운 발견의 시간이 되기를, 오래전 그의 작품을 기억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잊고 있던 시간을 다시 떠올리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더 나아가 이번 전시가 한국 근현대 종교미술의 보존과 연구에 대한 관심을 넓히고, 지역 곳곳에 남아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의 가치를 다시 바라보는 출발점이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벽 위에 남겨진 그의 흔적은, 지금도 우리에게 조용히 말을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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