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힘 필로메노 교계사회부 기자
지난 주말 상주 사벌성당과 퇴강성당에 다녀왔다. 사벌면 덕담리에 있는 사벌성당과 같은 면 퇴강리에 있는 퇴강성당은 9㎞가량 떨어진 다른 성당이지만, 13년 전 통합돼 한 본당을 이루고 있었다.
사벌퇴강본당 주임 박재식 신부를 만나 사벌성당을 다시 지어야 하는 이유를 들었다. 2013년 부임한 박 신부는 신자들의 간곡한 바람 때문이라고 전했다.
“어느 날 60대 ‘젊은’ 신자 10여 명이 찾아와 ‘앞으로 20년쯤 후면 저희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무기력한 노인의 모습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지금까지 부모님 세대의 도움으로 신앙생활을 할 수 있었는데 자식들에게 미안해 견딜 수가 없습니다’ 하고 털어놓았습니다.”
그 말은 허물어져 가는 성당을 당장 새로 짓지 않으면 자식 세대에 큰 과제를 유산으로 전해 주는 것이 되고, 부모님 세대에게 좋은 역사와 유산을 파괴한 세대로 남을 것 같아 면목이 없다는 뜻이었다.
박 신부는 신자들이 다녀간 후 고민에 빠졌다고 했다. 부임하기 전까지 10년간 남미 페루에서 선교사로 활동해 왔기에 막상 한국엔 인맥이 별로 없었고, 성당 신축기금 마련을 위해 다른 본당에 모금 운동을 나갈 주변머리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박 신부가 용기를 낸 것은 최근 사벌성당 관할 지역 내 늘기 시작한 50~60대 신자들 덕분이다. 이들은 대도시에서 직장 생활을 마치고 은퇴한 귀농ㆍ귀촌자들이었다. 성당이 젊은이들(?) 덕분에 활력을 띠게 되면서 박 신부는 더 많은 도시민을 시골로 초대할 계획도 세웠다. 마침 본당의 한 신자 부부가 퇴강성당 인근에 ‘상주의 친구들’이란 순례자 숙소를 짓고 있다. 새 숙소와 새 성당이 시너지를 발휘한다면 상주를 찾는 젊은이가 더욱 늘어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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