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강론

천주교 안동교구

말씀마당

이주의 강론
HOME > 말씀마당 > 이주의 강론

[9월16일 연중 제24주일] "험한 산이 옮겨지기를 기도하지 않습니다"

사목국이메일

험한 산이 옮겨지기를 기도하지 않습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수난과 죽음이 기다리고 있는 예루살렘을 향하여 떠나시기 직전에 있었던 일을 전해줍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사람들이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하고 물으신 다음,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하고 물으십니다. 베드로가 대답합니다. “스승님은 그리스도(구세주)이십니다.” 정확한 대답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당신에 관하여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엄중히 이르십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리스도와 예수님께서 보여주실 그리스도의 모습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리스도는 로마 제국의 압제로부터 이스라엘을 해방시키는 그리스도, 병을 낫게 해주고 배고픔을 해결해 주는 그리스도였습니다. 한마디로 권력을 지니고 영화를 누리는 영광스러운 그리스도였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보여주실 모습은 그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수치스러운 십자가의 죽음을 통하여 하느님의 뜻인 인류 구원을 이루실 것입니다. 첫 번째 독서로 들은 이사야서의 말씀과 같이 하느님을 믿고 모욕과 수모를 참아 받는 ‘주님의 종’으로서 당신의 사명을 완수하실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의 죽음으로 당신이 어떤 그리스도인지 드러날 때까지 당신이 그리스도라는 것을 말하지 못하게 하셨습니다.
이어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반드시 많은 고난을 겪으시고 지도자들에게 배척을 받아 죽임을 당하셨다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셔야 한다고 하십니다. 그러자 성미
급한 베드로가 예수님을 꼭 붙들고 반박합니다. 그리스도가 고난을 받고 죽임을 당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베드로의 기대는 물거품이 되고 맙니다. 베드로는 하느님 나라를 지상의 나라로 알아듣고 하느님 나라가 서면 높은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돌아서서 제자들을 보신 다음 베드로에게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 하며 꾸짖으십니다. 제자들을 보신 다음 베드로를 꾸짖으신 것은 제자들도 베드로와 똑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내게서 물러가라.” 이 말씀은 “내 뒤로 물러가라.”는 뜻입니다. 스승과 제자가 함께 길을 가면 스승은 앞서가고 제자는 뒤따라가는 것이 당시 관습이었습니다. 그런데 베드로가 제 생각을 내세워 예수님을 붙잡고 가로막았기 때문에, 예수님께서 당신 뒤로 물러가라고 하신 것입니다. 제자의 위치로 돌아가 당신을 따르라는 뜻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베드로를 꾸짖으십니다.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 하느님의 뜻은 헤아리지 않고 자기 생각과 욕심만 내세워 하느님의 뜻을 이루시려는 예수님을 가로막았기 때문에 사탄이라고 하신 것입니다. 주님이시며 스승이신 예수님의 뜻은 생각하지 않고 자기 생각, 자기 욕심만 내세우는 것은 예수님을 뒤따르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 보고 자기를 따라오라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당신 뒤로 물러가라고 하신 것입니다.
이어 예수님께서는 “누구든지 내 뒤를 따르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고 하십니다. 자신을 버린다는 것은 자기 생각과 욕심을 버리는 것이며 십자가는 그것을 버리는 아픔입니다. 그러나 자기 생각과 욕심을 버리고 하느님의 뜻을 따른다면 참된 행복과 구원이 뒤따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처럼 부활의 영광이 뒤따릅니다. 십자가는 사랑이며 희생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아버지를 사랑하시어 죽기까지 아버지의 뜻을 따르셨으며, 사람을 사랑하시어 자신을 인류의 속죄를 위한 희생 제물로 내어놓으셨습니다. 그 결과가 바로 십자가입니다. 그러므로 제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의 뒤를 따르는 것은 예수님처럼 사랑을 실천하며 사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말씀대로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의 뒤를 따르는 길, 그 길만이 참된 행복을 얻는 길. 부활의 영광에 이르는 길입니다. 오늘 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생각하며 이렇게 기도해 봅시다.
“오늘의 나의 길에서 험한 산이 옮겨지기를 기도하지 않습니다.
다만 저에게 고갯길을 올라가도록 힘을 주소서.
내가 가는 길에 부딪치는 돌이 저절로 굴러가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그 넘어지게 하는 돌을 오히려 발판으로 만들어 가게 하소서.
넓은 길, 편편한 길, 그런 길을 바라지 않습니다.
다만 좁고 험한 길이라도 주와 함께 가도록 더욱 깊은 믿음 주소서.”(최민순 신부)

강구 본당 이성길 프란치스코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