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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9일 연중 제23주일]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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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듣는 것과 말하는 것, 둘 다 중요하지만 듣는 것이 먼저이고 더 중요합니다. 듣지 못하면 제대로 말할 수 없습니다.
첫 번째 독서에서 예언자 이사야는 바빌론에 끌려가 유배 생활을 하고 있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해방과 귀향을 선포합니다. 장차 하느님께서 찾아오시어 이스라엘 백성을 유배 생활에서 구해주시고 고향으로 데려가실 날이 오리라는 것입니다. 그날의 기쁨을 예언자 이사야는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그때에 눈먼 이들은 눈이 열리고, 귀먹은 이들은 귀가 열리리라. 그때에 다리 저는 이는 사슴처럼 뛰고, 말 못하는 이의 혀는 환성을 터뜨리리라. 광야에서는 물이 터져 나오고, 사막에서는 냇물이 흐르리라.” 눈멀고 귀먹고 말 못하고 제대로 걷지 못하는 것은 이스라엘 백성의 딱한 처지를 뜻합니다. 남의 나라에 끌려와 유배 생활을 하고 있는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싶어도 듣지 못하고, 하느님을 찬미하고 싶어도 찬미하지 못하고, 고향으로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처량한 신세였습니다. 이런 이스라엘 백성을 하느님께서 몸소 찾아오시어 그들을 해방시켜 고향으로 데려가실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앞장서 길을 인도하실 것이고, 고향으로 가기 위해 지나야 하는 광야와 사막에서는 물이 터져 나오고 냇물이 흘러 여정이 전혀 힘들지 않을 것입니다. 이 예언에는 메시아 곧 구세주께서 오시는 날 우리는 죄악과 그 결과인 죽음에서 해방될 것이며, 구세주께서 앞장서시어 우리를 하늘나라로 인도해 주시리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귀먹고 말 더듬는 이를 고쳐주시자 사람들은 바로 이 이사야서의 말씀을 떠올리며 말합니다. “저분이 하신 일은 모두 훌륭하다. 귀먹은 이들은 듣게 하시고 말 못하는 이들은 말하게 하시는구나.” 이로써 오늘 복음은 예수님이 메시아이심을 은근히 알려줍니다.
예수님께서는 세례성사를 통하여 우리의 귀를 열어주시고 혀가 풀리게 해주시어 들을 수 있고 말할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전에는 듣지 못하던 하느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게 되었고,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 말할 수 있게 되었으며, 하느님을 찬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제대로 알아듣고 제대로 말하며 사는가 하는 것입니다.
사실 귀가 열렸다고 다 듣는 것은 아닙니다. 마음이 열려야 듣습니다. ‘소 귀에 경 읽기’라는 말과 같이 마음이 없으면 아무리 들어도 소용이 없습니다. 귀가 두 개이고 얼굴 위쪽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은 듣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고 제대로 들어야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귀가 두 개이기 때문에 들을 마음이 없으면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려버리게 됩니다. 자기 마음에 드는 것만 듣고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흘려버리게 됩니다. 그런가 하면 자기가 남들보다 더 많이 알고 더 잘 안다고 생각하거나, 혹은 신분이나 지위가 높아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미움이나 원망이나 불평불만에 사로잡힌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자기 말만 하며, 다른 사람에게 위로와 격려와 칭찬의 말을 하지 못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의 기도를 드리지 못합니다. 제대로 듣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집니다. 성경 말씀과 전례를 통하여 우리는 끊임없이 하느님의 말씀을 듣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말씀이 마음에 와 닿지 않고 생활로 잘 옮겨지지 않는 것은 마음이 열려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마음에 드는 것만 듣고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흘려버리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제대로 듣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대로 듣는 사람은 만나는 사람에게 위로와 격려와 칭찬의 말을 합니다. 제대로 듣는 사람은 기도 중에 하느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며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의 기도를 바칩니다.
제대로 듣는 사람은 또한 제대로 삽니다. 아이들에게 흔히 “부모님 말씀을 잘 들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부모님 말씀을 잘 듣는다는 것은 부모님 말씀대로, 부모님 뜻대로 산다는 뜻입니다. 마찬가지로 하느님의 말씀을 잘 듣는다는 것은 하느님 말씀대로, 하느님의 뜻을 따라 사는 것입니다. 제대로 듣는다면 제대로 살게 되며 하느님의 복이, 곧 은총이 뒤따를 것입니다.
“어른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고 했습니다. 가장 큰 어른이신 하느님의 말씀을 제대로 듣는다면 어디 떡만 생기겠습니까?

강구 본당 이성길 프란치스코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