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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5일 연중 제15주일(농민주일)] "하느님 창조의 선교사. 농민"

사목국이메일

하느님 창조의 선교사. 농민

 

 

농촌, 농민을 생각하면 여러분은 어떤 모습이 먼저 떠오릅니까? 푸르른 들녘과 풍성한 열매가 떠오르시나요? 아니면 농민의 땀방울, 갈라진 손바닥, 허탈한 미소가 떠오르시나요? 머릿속에 떠올리면 미소 짓게 하는 모습도, 가슴 아픈 모습도 모두 다 오늘날 농촌과 농민의 모습입니다.

실제로 오늘날 글이나 각종 소식을 통하여 알게 되는 농촌의 현실은 어두운 것이 사실입니다. 개발과 산업화, 미래 산업 육성이라는 미명 아래 농지는 빠르게 사라지고 있고, 농업에 종사하는 농민의 비율도 최저로 떨어졌으며 대부분 노령화되었습니다. 무엇보다 환경의 파괴로 인한 자연재해의 증가로 점점 농사짓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러한 현실적인 다양한 문제를 인식하고 정부와 교회는 농촌을 살리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으며, 누구보다 농민들 스스로가 하느님 창조 사업의 일꾼이라는 자부심과 소명의식을 가지고 너무나 값진 땀방울을 흘리고 있습니다.

농민주일을 맞아 자연을 단순한 인간들의 삶을 위한 환경조건으로 바라보지 않고 창조주 하느님의 거룩한 숨결이 담긴 거룩한 창조물로 새롭게 인식하고, 무엇보다 거룩한 창조물을 돌보고 가꾸어 나감으로써 지속적인 하느님 창조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농민들의 수고와 노력에 격려와 기도의 힘을 보태야 하겠습니다.

창조주 하느님께서는 우리 인간만 아니라 지구 상의 모든 피조물에 대하여 창조를 마치신 후에 보시니 좋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농민들의 수고와 노력은 창조된 세상을 바라보고, ‘보시니 좋다!’고 말씀하셨던 하느님의 마음을 우리들이 체험하도록 도와주는 수고와 노력입니다. 바로 농민들은 하느님 창조의 선교사로서 파견되어 창조질서를 보존하는 가운데, 농업생산 활동을 통해서 각자에게 주어진 창조 소명을 수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농민의 활동은 오늘 복음에서 제자들이 복음 선포를 위해 파견되는 것과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더러운 영을 쫓아내는 권한으로 마귀를 쫓아내고 병자들을 고쳐 주었던 제자들의 임무 수행처럼, 오늘날 농민들은 생명을 경시하고, 무절제하게 자연을 남용하는 그릇된 풍조를 쫓아내는 데 헌신하고 있습니다. 또한 병든 땅, 병든 먹거리의 회복을 위해 화학 농산물이나 농약에 절인 수입 농산물에 대항할 수 있는 우리 농산물의 경작과 보급을 위해서도 헌신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느님 창조의 선교사인 농민들의 수고와 노력이 없다면 오늘날 우리 눈앞의 자연환경, 우리의 건강한 먹거리는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농민들은 하느님 창조의 선교사인 동시에 예언자적 소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가축을 키우고 돌무화과나무를 가꾸던 아모스 예언자가 이스라엘의 예언자로 불리움 받은 것처럼, 농업에 종사하는 이들 역시 발전과 개발이라는 명목 하에 생명을 경시하고, 자연을 파괴하고 있는 오늘날 시대의 징표를 읽고, 구체적인 삶으로서 창조질서를 지켜나가는 예언자적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실제로 농업에 종사하지는 않는 이들 역시 공동체적 의식을 가지고서 하느님 창조에 동참하고, 예언자적 소명을 수행해야 하겠습니다. 농민들이 건강한 먹거리 생산과 창조질서 보존을 위하여 자연을 돌보듯이, 농업에 종사하지 않는 이들 역시 주변 환경과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생명들을 잘 돌봄으로써 하느님의 창조활동에 책임 있게 참여해야 할 우리의 소명에 충실해야 하겠습니다. 서로에 대한 무관심의 문화가 아니라 돌봄의 문화가 온 사회에 스며들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 오늘 우리가 세상에 파견된 이유입니다.

 

 

상주 가르멜 여자수도원 김재형 베드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