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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6일 연중 제15주일(농민 주일)] “하느님 한 번 더 믿어봐야지요.”

사목국이메일

하느님 한 번 더 믿어봐야지요.”

 

어떤 것은 백 배, 어떤 것은 예순 배, 어떤 것은 서른 배가 되었다.” 그게 그리 좋은 일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예전에 어느 본당에 있을 때, 포도 농사를 짓는 김 베드로라는 분이 계셨습니다. 6월 어느 날, 그분 포도밭에서 포도 봉지를 함께 씌우면서 올해 농사가 어떨 것 같으냐고 여쭤봤습니다. ‘아마 풍년이 들 것 같다.’는 대답에 제가 다시 풍년 들면 포도 팔아서 뭘 하고 싶으세요?” 하고 여쭤봤습니다. 일꾼들 품삯도 줘야 하고, 밀린 농약 값, 봉지 값, 포장용 박스 값, 기름 값도 갚아야 하고, 저온 저장고 짓느라고 은행에서 빌린 빚도 갚아야 하고, 등등 이것 저것 써야 할 돈이 참 많았습니다. 그러고도 돈이 좀 남으면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한테 컴퓨터 사주기로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베드로씨의 예상대로 그 해 포도 농사는 대풍이었습니다. 백 배의 열매를 맺었지만 좋아할 일만은 아니었습니다. 너도 나도 모두가 다 백 배의 열매를 맺는 바람에 포도 값이 똥값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아들 컴퓨터는 고사하고, 은행 빚 갚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수입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을 걷이가 끝나고 집에서 기르던 개 한 마리 잡아놨다는 연락을 받고는 무거운 마음으로 그분 댁을 다시 찾았습니다. 소주 한 잔 걸치면서 여쭤봤습니다. “내년에도 포도 농사 계속 지을 건가요?” 의기소침해 있을 줄로만 알았는데, 뜻밖에 희망찬 목소리로 이렇게 대답하시는 것이었습니다. “당연하지요. 올해 실패했다고 그냥 포기할 수는 없잖아요. 내년에 또 희망을 걸어봐야지요. 우리가 뭘 믿겠어요? 하느님 한 번 더 믿어봐야지요.” 올해의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다시 또 희망을 갖고 일어서려 하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우리 모두는 성공을 꿈꾸며 살아갑니다. 오늘 아무리 힘들어도 내일 활짝 웃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속에 오늘을 살아갑니다. 하지만 우리의 기대는 실망으로, 때로는 절망으로 우리 앞에 다가서곤 합니다. 우리 어깨를 짓누르는 십자가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주저앉기도 합니다. 우리 주님께서도 그러하셨습니다. 이 세상에 하느님 나라의 도래를 선포하시고 그 확장을 애써 꾀하신 예수님께서도 당신의 뜻을 성공적으로 펼치지는 못하셨습니다. 당신 앞을 가로막은 장벽들에 힘겨워 하곤 하셨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반대에 부딪히셨고, 심지어 가장 가까운 이들의 배신마저도 온몸으로 겪어내야 하셨습니다. 하지만 그분은 결코 포기하지 않으셨습니다. 당신을 따르던 많은 사람들이 떠나가도, 한 솥밥 먹고 한 지붕 아래 함께 생활하던 제자들마저도 실패를 인정하고 심한 회의를 느낄 때에도 그분만은 결코 좌절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그분은 오늘 우리가 들은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말씀을 통해 하느님께 대한 더욱 큰 희망을 역설하십니다. 이렇게 당신 스스로를 격려하고 계십니다.

저 밭에서 씨 뿌리는 농부를 보십시오. 밭에 길이 나 있고 온통 돌밭인데다 잡초마저 무성합니다. 이런 밭에 뿌려진 씨앗들은 제대로 자라기도 전에 없어져 버리지만, 이를 알면서도 저 농부는 기대에 부풀어 씨앗을 뿌립니다. 그랬더니 뜻밖에 좋은 땅에 떨어진 씨앗이 큰 결실을 맺어 서른 배, 예순 배, 백 배의 소출을 내게 되었습니다. 나 역시 지금은 실패를 거듭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큰 결실을 맺으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계속해서 하느님 나라를 전할 것입니다.”

이처럼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끊임없는 희망을 가르치십니다. 실패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용기를 가르치십니다. 좋으신 하느님께서 모든 일을 좋게 이루어 가실 것이라는 믿음 속에서 힘차게 우리의 발걸음을 내딛길 가르치십니다. 그 안에서 희망을 배우고, 그런 희망으로 인해 기쁨 중에 살아가길 바라십니다. 오늘도 성체를 모시면서, 좌절하지 않고 절망하지 않도록 우리를 격려하시는 하느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망동 본당 우병현 마태오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