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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8일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살기 위해 먹는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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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위해 먹는 밥

 

고구마 밭이랑 우리집(농은 수련원)의 잔디가 바싹 말라갑니다. 잔디를 밟으면 타들어가는 잎이 부스러질 것 같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물을 뿌려보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비가 너무 그리워집니다. 하늘이 해결해 주지 않으면 안 되는 일들이 너무도 많음을 또다시 깨닫게 됩니다.

가뭄에 농사일 걱정이 많으시지요? 더워져가는 날씨에 몸과 마음이 고되지는 않으신지요? 모두들 힘내시고 건강한 가운데 하느님께 더 희망하고 바라는 주일 예절이 되기를 바랍니다.

오늘은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입니다.

우리에게 천상식탁을 허락하시고 당신의 몸과 피를 주시며 그 양식으로 말미암아 영혼육신을 영원한 생명으로 이끌어 주십니다.

농사를 지음에 있어서 많은 것들이 필요하지만 가장 필요한 것은 물이지요. 그 물은 우리가 만들 수 없고 하늘에 의지해야 되는 것임에도 그 고마움을 잊고 살 때가 있습니다. 그러다가 가뭄이 들면 그제야 하늘을 바라보고 기우제라도 지내야 되는 것이 아닌지 하늘에 의탁할 때가 많습니다.

우리의 영혼이 아프지 않고 하느님 안에 함께 있을 때 우리는 그 고마움을 모르고 살게 됩니다. 늘상 우리에게 허락되어지는 미사성제는 때때로 귀찮고 아무 생각 없는 일상의 시간표 속에 있는 일처럼 생각되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식탁의 초대가 귀찮아서 응답하지 않거나 또 잊고 살게 되면 우리의 영혼 육신이 마르고 타들어갈 수 있습니다.

밥은 배가 고파서 먹는 것이 아닙니다. 때가 되니 먹게 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맛있는지 맛없는지 생각도 하지 않고 그냥 주어지니 먹는 밥일 때가 많습니다. 결국 우리에게 기억되어지는 식사시간보다 기억되지 않는 식사시간이 더 많이 존재합니다.

그 기억되지 않았던, 고마워하지도 않았던 밥들이 더 많이 있었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는 먹어왔기에 현재를 살고 있는 것입니다. 또 앞으로 살기 위해 밥에 의미를 두던 두지 않던 먹게 될 것입니다.

하느님은 때때로 우리가 의미를 두던 두지 않던 끊임없이 당신의 몸과 피로 상을 차려내실 것입니다. 그 천상의 밥상에 아무 생각 없이 숟가락을 드는 사람이더라도 당신의 몸을 허락하실 것입니다. 그래서라도 우리를 살게 하실 것입니다.

그래도 우리는 생각해야 합니다. 그 아무 생각 없이 먹었던 밥이, 그리고 간혹 맛있었던 밥, 그 모두가 오늘을 살게 하고 천상의 내일을 준비시켜주는 밥이라는 사실을 가끔은 생각하고 살아야 하겠습니다.

더욱 분명한 것은 밥을 못 먹게 되면 죽는 것처럼 하느님의 몸, 그 성체를 모시지 못하게 되는 것 또한 영혼의 죽음인 것입니다.

아기에게 가장 필요하고 완전한 음식이 어머니의 몸에서 나온 모유인 것처럼 우리에게 가장 필요하고 완전한 음식은 우리를 내신 하느님의 몸에서 나온 음식인 성체요, 성혈입니다.

그 완전한 천상 음식을 억지로라도 먹게 하는 것이 주일미사를 의무로 만든 교회의 마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주일미사는 주님의 식탁에 참여해서 당신의 자녀라면 찾아 먹어야 되는 우리의 권리로 주장되면 더 좋겠습니다.

 

하늘 시민 되게 하고 주님 밥상 함께 앉는 상속자에게 허락하시는 천상의 밥상, 거룩한 미사성제에 늘 함께 하는 우리 신자들 되기를 바랍니다.

 

 

농은수련원 차광철 베다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