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강론

천주교 안동교구

말씀마당

이주의 강론
HOME > 말씀마당 > 이주의 강론

[4월 16일 예수 부활 대축일] “그리스도께 문을 활짝 여십시오!”

사목국이메일

 “그리스도께 문을 활짝 여십시오!”
    

<참으로 어리석은 어떤 사람이 내일 아침 해가 떠오르지 못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동이 트기 전에 마을에 있는 높은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그곳에서 그는 “해야, 오늘은 떠오를 생각일랑 하지 마라. 지평선에 나타나기만 해봐라. 너에게 화가 있을 것이다!”라며 소리쳤습니다. 그러나 서서히 하늘의 구름이 붉게 타오르면서 사방이 환하게 빛났습니다. 자연은 깨어 생명으로 돌아왔고, 새들은 새날을 맞으며 여기저기에서 지저귀었습니다. 그러자 그 사람은 실망한 얼굴로 집으로 돌아와 문과 창문을 모두 걸어 잠그고 햇살이 들어오는 구멍은 모두 막아버렸습니다. 그러고는 어둠 속에 주저앉아 되풀이해서 말합니다. “캄캄하다. 완전히 캄캄하다. 나는 아무것도 볼 수 없다. 태양은 오늘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태양을 이겼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예수님이 부활하지 못하도록 무덤을 돌로 막고 군인들에게 엄하게 지키도록 명한 유다인 종교 지도자들과 아주 흡사합니다. 어리석은 사람이 떠오르는 태양을 막지 못했듯이 그들도 예수님의 부활을 막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의 부활이 밖에 있는 어떤 이의 힘이 아니라 무덤에 묻히신 그분의 힘으로 일어나리라는 것을 깨닫지 못한 것입니다. 유다인 종교 지도자들의 이러한 어리석음은 예수님의 부활을 방해하며 예수님의 부활을 믿지 않으려는 죽음의 세력들에 의해 오늘도 반복되고 있지는 않는지 눈여겨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참으로 부활하셨습니다. 이것이 우리의 믿음입니다. 주 예수님께서 온갖 어둠을 몰아내시고 죽음을 이긴 구원과 사랑의 승리자로 오늘 우리 가운데 오셨습니다. 무덤을 막았던 육중한 돌들을 밀쳐내셨듯이 새로운 생명의 길을 방해하는 모든 장애를 물리치시고 부활의 새 아침을 여셨습니다. 너무나 부당하고 억울하게 모든 것이 한 순간에 무너져버린 듯했던 처참하고 절망적이고 어두웠던 그곳에서 찬란한 광채의 부활한 생명이 움터 나오리라고는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입니다. 주님 부활의 힘은 이렇게 놀랍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주님 부활의 힘에 대해 하시는 다음 말씀을 함께 마음에 새겨보고 싶습니다.

“그리스도의 부활은 과거에 일어난 사건이 아닙니다. 그리스도의 부활은 이 세상에 스며든 생명의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죽은 것처럼 보이는 곳에서, 또다시 곳곳에 부활의 싹이 돋아납니다. 이는 막을 수 없는 힘입니다. 가끔 하느님께서 존재하지 않으신 것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는 여기저기에서 고질적인 불의와 사악함과 무관심과 잔인함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어둠 속에서도 언제나 새로운 어떤 것이 생명의 싹을 틔우고 언젠가는 열매 맺는다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폐허가 되어 버린 땅 위에 끈질기고도 강인한 생명이 솟아납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언제나 선이 다시 꽃피고 퍼져 나갈 것입니다. 이 세상에는 날마다 아름다움이 새로 생겨나고 역사의 풍파를 거치며 변모됩니다. 가치들은 언제나 새로운 형태로 다시 나타나는 경향이 있고, 인간은 돌이킬 수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도 늘 다시 일어납니다. 이것이 부활의 힘이고 모든 복음 선포자는 그 힘의 도구입니다.”(「복음의 기쁨」 276항)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어리석은 사람이 떠오르는 해가 집안을 비추지 못하도록 문을 닫아 버렸듯이, 우리가 부활하신 그분께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는 일은 적어도 없어야겠습니다. 이것은 바로 회개를 통해 죄에 죽고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아나는 부활의 은총을 누리게 되는 최소한의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를 위해 요한 바오로 2세 성인께서 우리에게 권고하신 말씀대로 우리 각자가 함께 지금 이 순간 ‘그리스도께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드리자’는 제안을 이렇게 드리고 싶습니다.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그리스도께 문을 활짝 여십시오. … 그리스도께서는 ‘인간 안에 있는 것’을 아십니다. 오직 그리스도께서만 아십니다. 오늘날 흔히 사람은 내면에 있는 것, 자기 정신과 자기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것을 모릅니다. 흔히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자기 삶의 의미를 잘 모릅니다.”(1978. 10. 22,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즉위식 강론에서)
여러분들이 다 아시다시피 오늘은 예수 부활 대축일이지만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맞는 날이기도 합니다. 3년 전 오늘, 침몰하는 세월호와 함께 304명의 고귀한 생명이 희생당하였습니다. 그들 중에 대부분이 죄 없는 학생들이라는 사실이 더 가슴 아프게 했습니다. 유가족들은 아직도 그날의 슬픔과 고통을 잊지 못하며 아파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아직도 진행 중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정말로 가슴 아픈 재앙입니다. 그 책임에서도 우리 모두가 자유롭지 못한 국가적인 범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재앙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함께 진상을 밝히고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에게 그 책임을 분명하게 지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생명을 소중히 여기지 않고 생명을 함부로 대하거나 생명을 죽이기까지 하는 죽음의 문화와 세력이 함께 타협하고 공모하는 범죄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국가적인 차원에서든 개인적인 차원에서든 함께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오늘 주님 부활 대축일에 우리가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특별히 기억하고 함께 기도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시대의 메시지를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주님 부활의 힘을 믿는 우리들이 먼저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생명을 살리는’ 부활의 삶에 동참하면서 부활의 선포자가 되어 부활의 가치를 세상에 전하는 것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부활이요 생명이신”(요한 11,25) 그리스도를 거부하는 어리석은 사람이 되지 마십시오. “그리스도께 문을 활짝 여십시오!”


2017년 4월 16일 예수 부활 대축일



천주교 안동교구장  권혁주 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