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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일 사순 제5주일] 달과 손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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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손가락

 

 

베타니아 마을에 사는 마르타와 마리아의 오빠인 라자로가 병에 걸려 곧 죽게 되었다는 소식이 예수님께 들려왔습니다. 오늘 복음에 예수님께서 마르타와 그 여동생과 라자로를 사랑하셨다.’는 구절이 나오는 것을 보면, 예수님과 이 세 남매의 관계가 특별했다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라자로가 죽고 나서야 그를 찾아가셨습니다. 그리고 그를 다시 살리십니다.

 

이 특별한 기적을 보면서, 우리는 분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 기적은 예수님께서 특별히 사랑하시는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것 같다는 마음입니다. 우연히 찾아간 마을에서 만난 소경, 백인대장의 딸, 이방인 어머니 등등 예수님과 특별한 인연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에게 기적이 일어난 것이라면, 우리는 큰 분심을 두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 복음에서 기적의 대상이 된 가족은 예수님께 특별히 사랑을 받는 이들입니다. 예수님은 라자로의 죽음에 마음이 산란해지고 눈물을 흘리기까지 하셨습니다. 평소에 사람을 보고 가여워하는 마음을 자주 표현하셨던 예수님이시지만, 이 남매가 특별히 사랑받는 대상이라고 생각하면, 꼭 특별대우를 받는 것 같다는 분심이 생길 수 있는 것입니다. 저만 그런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기적은 특별히 사랑받는 사람에게 일어난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해 선택받는 사람에게 일어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라자로가 병에 걸려 고통스러워 할 때, 그리고 죽었을 때에도 끊임없이 믿음을 강조하셨습니다. 그것은 기적이 일어난 그 사람에게 집중하지 말고, 그 기적을 통해 드러나신 하느님께 집중하라는 말씀입니다. 또한 지금 내가 예수님이 하느님이심을 믿을 수 있으면, 이 라자로처럼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 몸으로 구원받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체감하라는 말씀입니다.

 

어떤 사람이 손으로 달을 가리켜 다른 사람에게 보인다면, 그 사람은 손가락을 따라 당연히 달을 보아야 한다. 그런데 만약 그가 손가락을 보고 달의 본체로 여긴다면, 그 사람이 어찌 달만 잃은 것이겠는가, 손가락도 잃어버린 것이다.’ - 능엄경

 

능엄경이라는 경전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입니다. 구구절절 해석하면 어려워지겠지만 단순하게 본다면, 오늘 복음에서 캐낸 메시지를 더 잘 알아듣게 도울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기적에 환호합니다. 기적이란 놀라운 일입니다. 그런데 기적이 하느님께 집중되어있기 보단, 기적이 일어난 목적이나 기적을 일으킨 사람에게 집중되어 있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어떤 경우는 기적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이런 사태가 발생하여 물의를 빚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적에 대한 그릇된 관심이 달도 잃게 하고 손가락도 잃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이제 곧, 우리에게는 최고의 기적이 일어날 것입니다. 그것은 가장 위대한 왕이 가장 어리석고 약한 모습으로 사람을 구원하는 사건입니다. 이 사건을 잘 받아들이기 위해 우리는 기적을 통해 일어나는 하느님께 집중하고, 이 하느님이 우리를 구원하신다고 믿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니 형제자매 여러분, 기적을 오해케 하는 분심을 거두어 내고, 그 기적을 통해 드러나는 하느님을 바라봅시다.

 

 

 

송현동 본당 보좌 김지성 안토니오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