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자들의 후손!!
안녕하세요. 교형 자매 여러분!
더위와 가뭄으로 고생들이 많으시죠. 가을 추수를 걱정하며 근심에 젖어있는 교우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 미사 중에 우리의 근심이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을 통하여 하느님께 전달되도록 기도합시다.
오늘은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입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은 최양업 토마스와 최방제 프란치스코와 함께 열여섯 살에 사제가 되고자 마카오 유학길을 떠났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것은 보통일이 아니었습니다. 열여섯 살에 어딘지도 모르는 마카오로…. 그것도 국경에 있는 압록강이 얼어야 몰래 통과할 수 있기에 추운 겨울에 떠났습니다. 요즘 같으면 따뜻한 옷과 신발을 신고서 버스타고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로 3시간이면 마카오에 도착합니다. 그런데 6개월을 걸어서 추위와 배고픔과 육체와 정신의 고통을 이겨내고 갑니다. 열여섯 살에….
여러분은 가실 수 있겠습니까? 아니 부모로서 여러분 자녀를 그렇게 보낼 수 있겠습니까? 아마(?) 보내기 어렵겠죠. 그럼 무엇이 이들을 움직이게 했을까요?
이들에게 성직자란 무엇인가를 가르쳐준 사제가 있었겠죠. 결심을 하고 떠날 수 있도록 사명감을 심어주었겠지요. 한편 2독서의 바오로 사도의 말씀 “환난은 인내를 자아내고 인내는 수양을, 수양은 희망을 자아냅니다.”(로마 5,4)라는 성경 말씀을 믿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들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끊임없이 기도하는 부모와 공동체 교우들이 있지 않았겠습니까? 마지막으로 간절한 기도를 들어주신 하느님이 계셨기에 이 모든 일이 이루어 졌다고 믿습니다. 그렇지 않나요?
이쯤해서 우리를 한 번 돌아봅시다. 우리의 신앙생활이 열여섯 살의 소년들보다 투철한지요? 환난과 고통을 당할 때 “어떻게 말할까, 무엇을 말할까 걱정하지 마라.”(마태 10,19)라는 오늘의 복음 말씀을 믿고서 실천하시는지요? 어렵고 힘들수록 더욱 더 주님께 의탁하며 살아가라는 이 말씀과는 오히려 반대로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요. 내가 걱정하고 내가 판단하고 내가 결정하면서, 우울하고 실망하고 좌절하여 인상은 찌푸리면서 남이 말도 건네지 못하도록 마음의 문을 닫고 사시지는 않는지요?
형제자매 여러분!
처음 마음으로 돌아갑시다. 순수한 열정으로 주님을 따릅시다. 작년 8월 16일에 광화문 광장에서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의 시복식이 있을 때 교황님께서는 “순교자들의 유산은 이 나라와 온 세계에서 평화를 위해 그리고 진정한 인간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이바지하게 될 것”이라고 한국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우리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순교자들의 후손입니다.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면서 ‘평화를 위해’, ‘인간의 가치를 수호’하는 삶을 살아야겠습니다. 순교자들의 후손으로 오늘도 열린 마음으로 열정을 가지고 살아가도록 합시다.
청송 본당 장현준 에프렘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