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승천 대축일
오늘은 주님 승천 대축일입니다. <주님 승천>이란 예수님이 ‘하늘로 올라가셨다, 하늘에 오르셨다’는 뜻으로 예수님께서 하늘에 오르셨다는 말은 사도신경에 나오는 데로 하느님 아버지의 오른편에 앉으셨다는, 곧 영광받으셨다는 사실을 뜻합니다. 다시 말해서 예수님께서 사람으로서 이 세상에서 사셨던 그 삶은 심심풀이로 이 세상에 다녀가신 하느님의 화려한 외출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예수 승천은 우리와 이 세상을 위해 사시고 죽으신 예수님의 삶이 하느님의 정의를 세우고 하느님의 평화를 깃들이게 하는 역동적인 삶이었음을 말해줍니다. 그래서 승천은 부활과 함께 동일한 구원사건입니다. 예수님의 삶이 하느님의 뜻에 맞는 올바른 삶이었음을 결정적으로 드러내는 사건이 예수 부활이라고 한다면, 예수 승천은 그 부활을 완성하는 또 하나의 부활사건인 것입니다. 왜냐하면 예수 승천으로 말미암아 예수님의 이 지상에서의 삶이 마감되고, 이제는 인간들과 그리고 이 세상과 새로운 모습과 새로운 차원의 관계를 맺으심으로써 이 세상에 내재하시면서도 초월하시는 모습으로 현존해 계시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따로 떼어서 이해해서는 안 되듯이, 예수 승천 역시 예수의 죽음과 부활과 별개로 이해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하늘에 오르시기 전에 사도들에게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 16,15)고 하십니다. 복음이라는 것은 무엇입니까? 복음의 내용은 바로 하느님이 사람이 되셨다는 것으로, 인간이 곧 하느님에게 이르는 길이라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또한 사람 안에 하느님 나라가 있고 사람들 사이에 하느님 나라가 있다는 엄청난 사실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를 사람들이 깨닫도록 하기 위해서 하느님의 처지를 마다하고 사람이 되신 그 하느님을, 그분의 사랑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내 이름으로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 모이면 거기에 나도 함께 있겠다.”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은 바로 이 사실을 뒷받침해 줍니다. 하느님의 뜻을 따라 내가 살아갈 때 바로 나를 통해 하느님께서 당신의 나라를 세우신다는 말씀입니다. 따라서 인간으로서 지금 내가 하는 모든 것은 바로 하느님이 하시는 일인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이 곧 하느님에게로 이르는 길이며, 사람 안에 그리고 사람들 사이에 하느님 나라가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예수님께서 죽음의 세력을 물리치고 부활하시고 승천하신 사실은 바로 우리 사람들이 이 세상을 이기고 죽음을 극복하고 승리했다는 사실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 승천은 사람이 곧 하느님에게로 이르는 길임을 가르쳐주신 예수님의 말씀과 삶이 참되다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증거해주는 사건인 것입니다. 따라서 예수 승천은 곧 인간의 승천이며 그것은 예수의 길을 따라 하느님에게 이르도록 모든 사람을 초대하신 구원 사건이요 부활의 완성인 것입니다.
그래서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은 단순히 ‘멀리 떨어진 곳에 가서 복음을 선포하라.’는 의미로만 알아들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이 말씀은 현재 우리 사회 구석구석을 비추도록 예수 그리스도의 믿을 만한 증인이 되라는 의미입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에게 이르는 길인 인간 곧 인간의 생명을 억압하고 죽이는 것은 곧 하느님을 억압하는 것이요 하느님을 죽이는 것이며, 하느님 나라를 이 땅에 오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바로 우리 인간 위에, 인간의 생명 위에서만이 건설되는 것입니다. 이는 인간과 그 생명 위에 하느님의 정의가 세워지고 하느님께서 주시는 참된 평화가 꽃피우게 된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내가 속한 바로 이곳, 이 나라, 이 땅에서 사람의 생명을 죽이고 사람을 억압하며 생명을 업신여기는 어둠의 세력을 몰아내는 것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참된 증인이 할 일이요 의무인 것입니다.
1독서에서 “갈릴래아 사람들아, 왜 하늘을 쳐다보며 서 있느냐?”라고 하신 말씀은 ‘가서 복음을 전하라’는 말씀입니다. 그저 주는 것만 받아먹지 말고 스스로 찾고, 스스로 일구어내라는 뜻입니다. 너희가 바로 하느님에게로 이르는 길이고, 너희 안에 또 너희 사이에 하느님 나라가 있으니 바로 지금 복잡한 그리고 암울하고 희망이 없어 보이는 이 사회 그 한가운데서 하느님 나라에 의한 참된 행복을 찾고, 낙심하지 말고 하느님의 정의와 평화를 위해 고뇌하고 아파하면서 인간의 참 모습을 되살려 살아가라는 뜻입니다. 그래야만이 예수님께서 승천하신 것처럼 우리도 승천함으로써 하느님과의 일치를 누리고 구원되리라는 말씀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는 우리가 몸담고 있는 이 나라, 이 땅의 참된 민주화가 이루어지도록 그래서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정의와 평화가 넘쳐흐르도록 우리의 노력을 다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부활의 삶을 사는 것이고, 예수 승천을 따라 우리가 승천하는 길인 것입니다. 이 땅이, 이 나라가 하느님 나라가 되는 것 자체가 곧 우리의 승천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 우리 자신이 하느님에게로 이르는 길임을 자각하고 하느님의 뜻을 따라 사셨던 주님처럼 그렇게 하느님의 뜻을 살아갑시다. 그것이 복음선포이며 주님을 증거하는 삶인 것입니다.
주님은 승천하셨습니다. 주님의 승천은 우리의 승천을 보장해 주는 구원행위입니다. 다 같이 주님의 승천을 기뻐하면서 우리의 일을 생각하고, 우리의 사명을 잊지 않도록 합시다!
용상동 본당 정진훈 타대오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