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 뿔나셨다?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복음 말씀을 보면 예수님께서는 빠스카 축제를 지내기 위해 예루살렘에 올라가셨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빠스카’ 축제가 무엇인가요? 유다인들에게 있어서 중요한 축제는 뭐라 해도 빠스카 축제입니다. ‘유월절, 과월절’ 이라고도 부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어린양의 피를 문설주에 바름으로 주님의 천사가 거르고 지나가 죽음으로부터 구원된, 홍해바다를 건너 이집트 노예살이에서 해방된 출애굽의 그 날을 잊을래야 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해방 감사축제를 해마다 성대히 거행했습니다. 이 축제는 그들에게 가장 큰 명절로서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반경 30km 안에 있는 성인 남자들은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했고, 타국에 흩어져 살던 유다인들도 이 날만은 가급적 고국에 돌아와 참여했기 때문에 이 축제에 유다인들이 약 200만 명이상 예루살렘 대성전에 모였다고 합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그러면 이들은 예루살렘 대성전에 모여서 무엇을 하였습니까? 그들은 하느님께 감사의 제사를 바쳤는데, 제물로 소나 양이나 비둘기 같은 짐승을 잡아 바치는 번제(燔祭), 희생 제사였습니다. 그래서 성전에서 제물에 쓸 그런 짐승들을 파는 것은 성전에 제물을 바치고자하는 이들을 위한 일종의 편의제공이었습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역시 환전상들도 성전마당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성전에 헌금할 때 이스라엘 화폐를 사용하도록 되어 있어서 다른 나라에서 온 이들은 돈을 바꾸어 봉헌해야만 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연유로 예루살렘 성전 뜰은 짐승들을 파는 많은 장사꾼들과 환전상들 때문에 시장바닥처럼 되었습니다. 짐승들을 사고팔다보니 가축시장처럼 되버린 성전 뜰은 가축들의 오물로 더럽혀지고 냄새가 진동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장사꾼들은 제사장들과 짜고는 성전 밖에서 가져오거나 산 짐승들은 부정한 것이라고 해서 제단에 받아주지 않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싸게 제물들을 성전 뜰 마당에서 사야만 했습니다. 이런 것들보다 더 큰 문제는 성전마당에서 제물에 쓸 짐승들을 팔거나, 화폐를 바꾸어주는 환전상을 차리기 위해서는 제사장들에게 자릿세를 내야만 했습니다. 소위 말하는 권리금이지요. 전세금을 올리듯 자릿세를 올리고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내 몰고 청탁과 거래를 하는 등 성전을 중심으로 불의가 판을 치고 있었습니다. 제사장들은 이권 때문에 혈안이 되어 있었고, 장사꾼들은 매점매석하여 비싸게 제물들을 팔았고, 환전상들은 환전 수수료를 엄청 비싸게 받아 챙겼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성전을 팔아먹고 사는 이런 불의를 보시고 모른 척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몹시 뿔이 나셨습니다. “‘나의 집은 기도의 집이라 불릴 것이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너희는 이곳을 ‘강도의 소굴’로 만드는구나.”(마태 21,13)하며 분노를 터뜨리셨습니다.
그래서 뿔이 나신 예수님께서는 환전상들의 좌판을 둘러엎으시고 끈으로 채찍을 만들어 소와 양들을 파는 장사꾼들을 모두 성전에서 내쫓으셨습니다. “이것들을 여기에서 치워라. 내 아버지의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마라.”(요한 2,16)하며 성전을 정화하셨습니다.
유다인들은 “당신은 무슨 권한으로 이렇게 하느냐?”하면서 예수님께 대들었습니다. 그때 예수님께서는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요한 2,19)고 하셨습니다. 뭐라고? “우리가 이 성전을 짓는데 마흔여섯 해나 걸려 지었는데, 당신이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는 말이오?”(요한 2,20)라고 유다인들은 말도 안 된다고 의아해 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성전이라고 하신 것은 당신의 몸”(요한 2,21)을 두고 하신 말씀이라고 오늘 성경은 밝히고 있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그러면 오늘 성경에 나오는 성전의 의미는 과연 무엇이겠습니까? 성전은 세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첫째는, 하느님을 경배하는 장소로서의 건물을 말하는데 오늘날 성당을 말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성전인 이 성당을 “내 아버지의 집”(요한 2,16), “기도의 집”(마태 21,12)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이 성당 안에서는 몸과 마음가짐을 올바로 가져야 하겠습니다. 다리를 꼬거나, 팔짱을 끼거나, 잡담을 하거나 흐트러진 자세를 가져서는 안 되겠습니다.
둘째, 성전은 ‘예수님의 몸’을 말합니다.(요한 2,21) 제자들은 “예수님의 십자가의 죽음과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신 뒤에야 믿게 되었다.”고 오늘 복음은 말합니다.
셋째, 성전은 ‘우리 몸’을 말합니다. 바오로 사도는 “여러분이 하느님의 성전이고 하느님의 영께서 여러분 안에 계시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모르십니까?”(1고린 3,16)라고 하시며 세례 받은 각 사람의 몸도 바로 성령께서 거하시는 하느님의 성전이라고 하셨습니다. 더구나 오늘날은 예수님께서 미사 때 성체로 우리 안에 오시니 우리의 몸은 성전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그러므로 형제자매 여러분, 성전의 이런 세 가지 의미를 생각하면서 새로운 결심을 해야 하겠습니다. “주님의 집에 가자 할 때 우리는 몹시 기뻤노라.”(시편 122)는 노래도 있듯이, 정말 기쁜 마음으로 주님의 집인 성전에 나와 미사에 참여하고 기도하는 능동적인 신앙인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또한 오늘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성전에 가셔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작태를 보고 뿔이 나서 성전을 정화하셨는데, 우리도 사순절을 지내면서 우리의 몸인 성전을 스스로 정화해야 하겠습니다. 시장바닥처럼 시끄럽고 어수선한 우리 마음, 여러 짐승들 때문에 지저분한 예루살렘 성전 뜰처럼 죄로 더럽혀진 지저분한 우리의 마음, 항상 바쁘게 살아가며 기도도 잊고 사는 우리들의 마음을 차분하게 기도로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정화해야 하겠습니다. 곧 예수님께서 거하시는 우리의 몸과 마음을 정화하여 예수님께서 편안히 쉬실 수 있는 작은 성전으로 가꾸어야 하겠습니다. 우리 모두 부활판공성사를 통하여 우리의 몸과 마음을 잘 살피고 회개하여 주님의 십자가 길에 기쁘게 동참함으로써 주님의 영광스러운 부활에 참여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예수님께서 우리의 몸인 성전을 보시고 뿔나시면 큰 일 납니다. 미연에 꼭 방지하시기 바랍니다. 아멘.
안계 본당 정상업 바오로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