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강론

예수님의 하루

오늘 복음에 나오는 하루 동안 하신 예수님의 일들을 성서학자들은 <가파르나움의 하루>라고 말합니다. 회당에서 율법을 가르치는 일로 시작하는 예수님의 하루를 마르코 복음사가는 마치 일지처럼 기록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율법 설교는 백성들을 가르치는 모세와 같은 위대한 지도자의 모습을 연상케 합니다.

“쉐마 이스라엘, 이스라엘 백성 너희는 들어라”고 매일 아침마다 백성들을 가르친 모세는 광야의 험하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들을 약속의 땅으로 이끈 위대한 지도자였습니다. 예수님께서 회당에서 가르치는 말씀에 악령도 굴복하고 ‘나자렛 예수님’이라고 고백하게 만드는 그분의 권위야말로 새로운 가르침이라고 모두들 놀라워합니다.

유대인들이 생각하는 권위는 모세의 권위입니다. 모세는 40년 동안 이집트 왕실에서 제왕의 교육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공주의 양자로서 적통이 아니었기에 아무리 실력이 있고 출중하더라도 이집트의 파라오가 될 수 없었습니다. 울분과 원망의 세월을 살고 있던 그는 이집트 군사에게 당하고 있는 동포의 억울함을 보는 순간 살인이라는 잘못을 저지르고 광야로 도피합니다. 광야에서 처가살이를 하는 동안 처남들의 질시와 멸시, 목동의 비참한 생활이 그를 겸손한 자로 바뀌게 합니다. 또한 양들을 이리와 늑대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고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도 바쳐야할 위험을 수없이 감수했던 착한 목자가 되게 했습니다. 긴긴 밤 동안 양들을 지키며 지새운 40년의 미디안 광야생활은 모세로 하여금 자연의 섭리를 깨닫게 했고, 하느님의 숨결을 체험하며 종교적인 삶으로 그를 가장 낮은 자로 변하게 합니다. 최고 권력자에서 양을 위해 목숨까지도 바치는 밑바닥 인생인 목자의 겸손을 갖춘 그를 하느님은 이스라엘 민족을 구할 지도자로 삼으셨습니다. 모세는 하느님께 순명하며 백성을 위해 목숨까지도 바칠 수 있는 지도자가 되기 위해 80년이라는 인고의 세월이 필요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진정으로 그들의 지도자 모세를 존경했고 따랐습니다. 그의 말이 곧 법이었고 가르침이었습니다. 이것은 백성들의 신뢰와 믿음에서 오는 모세의 권위였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더러운 영에 사로잡힌 사람을 치유하신 예수님의 새로운 권위란 무엇인가요? 더러운 영을 없앴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거룩한 영의 힘에서 비롯된다는 뜻일 것입니다. 더러운 영은 인간을 불행으로, 고통으로, 악의 세계로 빠지게 합니다. 거룩한 영은 인간을 행복과 기쁨으로, 선과 평화의 세상으로 이끌어 줍니다. 예수님이 행하신 기적은 죄인에게 용서와 축복을, 병자에게 치유를, 묶인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했던 예언의 성취이며 약속된 분이심을 밝히는 복음말씀입니다. 모세가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으로 민족을 이끌어준 지도자였다면 예수님은 우리를 하느님나라로 초대하는 분이십니다.

“예수님께서 그에게 ‘조용히 하여라. 그 사람에게서 나가라.’ 하고 꾸짖으시니, 더러운 영은 그 사람에게 경련을 일으켜 놓고 큰 소리를 지르며 나갔다.”(마르 1,25-26)는 말씀은 성령기도를 할 때 구마경으로써 많이 행해집니다. “사탄아,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주 예수께로 가라”라고 구마경 후에 기도를 합니다. 인간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악령 속에 살아갑니다. 요즘 뉴스거리로 등장하는 각종의 추한 사건들, 권력층 주변의 부패한 모든 것이 더러운 악령의 지배 속에 얽매인 것들이 아니겠습니까! 우리 신앙인은 세례 때 약속했습니다. “모든 악의 세력을 끊어버립니다.” 라고 약속하며 세례를 받고 주님의 자녀가 되었습니다. 이 굳은 약속을 매번 악령이 나에게 접근할 때마다 힘차게 외칩시다.

“사탄아, 나와 내 가족으로부터 나와 주 예수께로 가라!” 이 외침이 주님의 새로운 권위이며 신앙인의 힘인 것입니다. 주님의 말씀에 대한 순명과 이웃을 향한 사랑이야말로 더러운 악령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주님 사랑의 권위에 자신을 맡기는 은총의 삶이 됩니다.

2월 2일은 주님의 봉헌 축일입니다. 아브라함이 아들 이사악을 하느님께 봉헌했듯이, 예수님의 부모님 요셉과 마리아는 예수님을 성전에 봉헌했습니다. 우리 모두도 자기 자신을 예수님께 “주님, 저는 오로지 당신의 것입니다”라고 기도하며 봉헌의 삶을 살아가도록 노력하며 아울러 더러운 악령을 물리치고 “주님의 거룩한 자들이 되게 하소서”라고 두 손을 모아 기도해봅니다.

개운동 본당 이상복 비오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