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부르심은 사랑의 임무
안동교구는 2015년 한 해를 ‘선교의 해’로 정하여 신년인사회 때 교구의 모든 사제와 수도자, 평신도가 모여 선교의 열의를 다짐했습니다.
“가서, 두려워하지 말고 선포하십시오!” 이 말씀은 안동교구 ‘선교의 해’ 사목표어입니다. 부족한 우리가 하느님의 거룩한 복음을 선포한다는 것은 언제나 두렵고 힘든 일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갈릴래아에 가시어, 하느님의 복음을 선포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 1,15) 또한 예수님께서 시몬과 그의 동생 안드레아를 보시고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하겠다.”(마르 1,17)라고 하시며 그들을 당신 제자로 삼으십니다. 제자로서 하느님 말씀을 전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이웃에게 전교를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은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사제 서품을 받기 전 대품피정 때 앞으로 사제로서 살아야 한다는 그 무거운 짐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며칠을 보냈었습니다. 그래서 지도 신부님과의 면담 때 “신부님, 저같이 부족한 자가 어떻게 거룩한 사제가 되어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고 매일 성체성사를 이루는 미사를 드릴 수 있을지, 도저히 자신이 없습니다.”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그 신부님께서 “자네가 하느님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자네를 쓰시겠다고 선택한 것이네. 걱정하지 말고 주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열심히 기도하는 사제가 되기를 바라네.” 하시며 저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셨습니다. 이것이 부족하기 짝이 없는 제가 오늘까지 사제로 살아가는 이유입니다.
주님의 부르심을 받은 제자들은 고기 잡는 어부였습니다. 어부였던 그들이 모든 것을 버리고 주님을 따랐다는 것을 저는 이렇게 이해하게 됩니다. 인간적으로 부족했던 어부, 평생 고기 잡는 재주 외엔 내세울 것 없는 그들이 주님의 부르심을 받았을 때 얼마나 당황하고 힘들었을까요!
“나를 따라오너라.” 이 한마디 말씀에 그들은 자신들의 부족함을 생각하기보다 주님에 대한 믿음이 더 컸기에 앞으로 닥칠 두려움이나 근심걱정을 다 버리고 감히 부르심에 응답하고 따라 나선 것입니다.
마더 데레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세계를 대표하는 사람들의 화려한 모임에 초라한 모습의 마더 데레사 수녀도 함께 있었습니다. 한 정치인이 인도 콜카타 빈민가에서 행하는 데레사 수녀의 활동에 대해 언급한 뒤 테레사 수녀에게 질문했습니다. “당신이 하는 일이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지기는 했지만 별다른 성공을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가끔 좌절하거나 실망한 적도 있으리라 생각됩니다만, 어떻습니까?” 이에 대해 데레사 수녀가 대답했습니다. “천만에요. 전 실망하거나 좌절한 적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은 제게 성공의 임무를 주신 것이 아니라 사랑의 임무를 주셨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부르심을 받은 제자들은 일을 멋지게 완수하는 성공의 임무보다 사랑의 임무에 불림 받았기에 주님이 행하신 사랑을 주님의 이름으로 실천할 뿐입니다. 그렇기에 어렵다고 포기할 일도 아닙니다. 외국인이었던 선교사들, 그들은 언어조차 통하지 않았던 조선 땅에 순교의 피와 열정으로 오늘의 한국교회를 세웠습니다. 주님의 기쁜 소식을 전하겠다는 복음적 사명으로 열악하기 짝이 없었던 이 조선 땅에 와서 순교로써 주님의 복음을 선포하신 그분들의 선교 열정에 그저 고개를 숙일 뿐입니다.
“가서, 두려워하지 말고 선포하십시오!”
이 말씀을 가슴에 품고 을미년 한 해, 신앙의 삶을 멋지게 살아갑시다.
개운동 본당 이상복 비오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