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은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 프란치스코 교황님과 함께 성탄 보내기 -
《복음의 기쁨을 함께 나눕시다. 하느님은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당신의 아들을 우리의 형제로, 우리의 어둠 속에서 빛으로 선물해주실 만큼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주님은 우리에게 반복하여 말씀하십니다. “두려워하지 마라.”(루카 2,10) 저도 여러분에게 반복합니다.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우리의 아버지는 인내로우신 분입니다. 우리를 사랑하시고 약속의 땅을 향해 가는 여정에서 우리를 인도하기 위해 예수님을 우리에게 선물하신 분입니다. 그분은 어둠을 걷어내는 빛입니다. 그분은 우리의 평화이십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교황 즉위 후 맞이한 첫 번째 성탄 밤 미사에서 하신 말씀입니다. 그리고 또 예수님의 탄생을 처음으로 접하고 그 기쁜 소식을 최초로 선포하기 위해 노력한 양치기 목자들과 함께, 아기 예수님 앞에 잠시 멈추어 서서 우리에게 예수님을 선물로 주신 하느님께 이렇게 감사와 찬미의 기도를 드리자고 하셨습니다.
“우리를 위해 당신 자신을 가장 낮추신 가장 높으신 주 하느님, 저희가 당신을 찬미하나이다. 측량할 길 없는 당신이 작은 이가 되었나이다. 한 없이 부유한 당신이 가난한 자가 되었나이다. 전능한 당신이 유약한 자가 되었나이다.”
그리고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로마와 온 세상에”(Urbi et Orbi) 보내는 첫 번째 성탄 메시지에서 지금 현재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분쟁과 갈등, 폭력과 약탈, 착취와 자연재해의 모든 희생자들까지 열거하시면서 우리 모두가 함께 용서와 화해와 치유를 통한 진정한 평화의 일꾼이 되어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 나가자고 촉구하셨습니다. 이를 위해 우리 스스로 하느님의 사랑, 곧 하느님의 부드러움으로 채워지고 따스해질 수 있도록 약한 자와 낮은 자로 우리에게 오시는 아기 구세주 그리스도께 겸손하게 우리 자신을 내어드리자고 하십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이 세상에, 이 인류 안에 구세주가 태어나셨습니다. 그분은 주 그리스도이십니다. 베들레헴의 아기 앞에 잠시 멈추어 섭시다. 우리 마음을 어루만져 주시도록 우리 자신을 내어드립시다. 두려워하지 맙시다. 우리 마음이 감동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맙시다. 우리에게는 이것이 필요합니다. 하느님의 부드러움으로 우리가 따스해질 수 있도록 내어드립시다. 우리는 그분의 사랑의 손길을 필요로 합니다. 쓰다듬으시는 하느님의 손길은 우리에게 해가 되지 않습니다. 평화와 힘을 줍니다. 우리는 그분의 손길을 필요로 합니다. 하느님은 사랑으로 가득한 분이십니다. 그분께 찬미와 영광을 영원히 드립시다. 하느님은 평화이십니다. 날마다 우리의 삶에서, 우리 가정에서, 우리 도시와 나라에서, 전 세계에서 우리가 평화의 일꾼이 되도록 도와주시기를 하느님께 청합시다. 하느님의 좋으심에 이끌릴 수 있도록 우리 자신을 내어 드립시다.”
이것이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우리 모두에게 보내신 첫 번째 성탄 메시지의 주된 내용입니다. 교황님의 이 첫 마음은 변함이 없으십니다. 올해 성탄도 그렇게 맞이하실 것입니다. 예수님의 사건 자체가 교황님에게는 놀라운 은총이요 선물입니다. 예수님의 전 생애가 은총 안에서 함께 걸아가야 할 여정이 됩니다. 강생의 신비도 파스카의 신비도 똑같은 신비로 예수님과 함께 걸어가야 할 신앙의 여정이 됩니다. 그래서 교황님께서 스스로 자주 언급하시듯이, 신앙의 여정에서 ‘함께 걷는다.’는 표현은 아주 중요합니다. 예를 들자면, 교황님께서는 작년 2월 22일 염수정 추기경을 비롯한 새로운 추기경들의 서임식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 앞에 서서 가고 계셨다.”(마르 10,32)는 복음을 인용하시며 당신과 ‘함께 걷자’고 말씀하셨습니다. 함께 한 추기경들에게 예수님께서 가신 길을 ‘함께 걷자’고 간곡히 초대하신 것입니다. 그때 하신 말씀을 직접 인용해 보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어떤 철학을, 어떤 이념을 가르치러 오시지 않았다는 것 말입니다. 오히려 그분은 ‘길’을 가르치셨습니다. 그분과 함께 수행해야 할 여정을 가르치셨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걸음으로써 가는 길을 배웁니다. 형제 여러분, 그렇습니다. 예수님과 함께 걷는 것, 그것이 우리의 기쁨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성탄절을 맞이하는 우리 모두를 같은 마음으로 초대하시는 것 같습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요한 1,14)는 강생의 신비를 믿음으로 받아들이고 그 신비의 여정을 ‘함께 걷자’고 우리에게도 제안하시는 것 같습니다. 하느님께서 예수님을 우리에게 선물로 주셨듯이, 우리도 각자 다른 사람에게 선물이 되어주는 삶을 살자고 제안하시는 것 같습니다.
지난 여름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방한(2014. 8.14-18)은 그 자체로 우리 한국 국민들에게 선물이었습니다. 교황님께서 4박5일 동안 걸으셨던 방문일정은 그분의 메시지와 행위에 비추어 볼 때, 그 자체가 ‘예수님과 함께 걷는 여정’이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특별히 고통 받는 사람과 함께 하셨던 한결같은 모습(세월호 희생자 가족들과 함께), 항상 낮은 곳으로 내려와 함께하시던 소박한 모습(꽃동네에서), 가시는 곳마다 적재적소에서 분명한 복음 메시지를 전하시던 모습(강연과 강론 말씀)은 마치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시는’(요한 1,14 참조) 모습을 연상케 했습니다. 4박5일 간의 교황님과 함께했던 여정은 마치 ‘예수님과 함께 걷는 여정’인 듯 뿌듯하고 행복했었습니다. 그래서 교황님의 방한은 믿는 사람들에게나 믿지 않는 사람들 모두에게 그 자체로 선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우리에게 구세주로 나신 예수님은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대로 ‘그분께서는 부유하시면서도 우리를 위하여 가난하게 되시어, 우리가 그 가난으로 부유하게 되도록 하셨기 때문입니다.’(2코린 8,9 참조) 이것이 주님 성탄 신비의 의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성탄의 신비를 사는 것은 예수님이 우리에게 선물이 되어 주셨듯이 우리도 다른 사람에게 선물이 되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처럼 ‘예수님과 함께 걷는 여정’을 꾸준히 챙겨 나가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기도하고 선포하며 적극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선물이 되는 삶을 사십시오! 가난한 이들을 더욱 풍요롭게 하기 위해 가난한 자가 되시고 가난의 삶을 선택하신 예수님처럼 스스로 가난을 선택하십시오! 그리하여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가 되십시오!
2014년 12월 25일 예수성탄대축일
천주교 안동교구장 권혁주 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