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잔치에로의 초대
교형자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연중 제28주일입니다. 10월의 추수만큼이나 풍성한 열매들이 교형자매님의 가정에도 풍성히 맺어지시기를 기도합니다.
가을이 되면 가톨릭상지대학교에서는 학교축제를 합니다. 학교축제를 하게 되면 각 학과, 각 기관에서 부스나 행사를 계획하여 만들고, 각과나 기관의 특성에 맞게 야외에서 학생들에게 즐거움을 주면서도 기쁘게 참여할 수 있는 행사를 준비하고 학생들을 기다립니다. 올해는 교목처에서도 타투(일회용문신), 기도팔찌, 교황님 행복십계명 책갈피, 교황님과의 포토존, 이동용 고해실 등을 준비하고 학생들을 기다립니다. 그런데도 학생들이 찾아오지 않는다면 마음이 좋지 않고 다급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준비는 많이 하지만 행사 당일이 되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까?’ 하는 기다림으로 초초해지기도 한 것이 사실입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혼인잔치에서의 기다림도 그런 기다림일 것입니다. 요즘 사람들이나 성서에 나오는 당시의 사람들이나 바쁘기는 매 한가지였나 봅니다. 초대를 한 사람은 준비를 하고 참 좋은 것을 준비하였겠지만, 우리는 일상적인 삶의 테두리에 갇혀서 이러한 초대에 흔쾌히 응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이러한 우리의 모습 때문에 잔치를 준비하고 기다리는 주인의 입장은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안타까움은 주변을 향한 원망이나 분노로 바뀌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좋은 것을 준비한 주인으로서는 준비한 것들을 버리기에는 너무나 아깝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그것을 아는 사람이 아닌 모르는 사람들에게 전하게 되는 계기를 맞이하였습니다. 그래서 주인의 기다림은 아는 사람들에게는 안타까움과 오히려 분노로, 모르는 이들에게는 갑작스런 좋은 초대로 변하게 되었습니다. 아마 하느님도 언제나 이러한 기다림으로 우리를 안타깝게 바라보실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일상적인 일들로 인하여 삶의 본질을 놓쳐버릴 때가 종종 있습니다. 삶의 본질은 예수님이 말씀하신 그대로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 다시 말해서 사랑하며 사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을 잊지 않기 위하여 우리는 오늘도 주일미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혼인잔치는 바로 하느님 사랑의 성사인 미사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는 “나의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영광스럽게 베푸시는 당신의 그 풍요로움으로, 여러분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채워 주실 것입니다” 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풍요로움은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흘러나오는 하느님 사랑의 풍요로움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삶의 풍요로움을 물질의 풍요로움이라고 착각하며 살아서는 안 될 것입니다. 삶은 물질의 풍요가 아닌 사랑의 풍요로움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특히나 세속주의로 인하여 물질주의에 사로잡혀 있는 우리의 현실 속에서 성체성사의 온전한 사랑에 대한 체험은 우리에게는 참으로 필요한 체험이자 삶의 필수 요소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사랑의 혼인잔치를 미사를 통하여 준비하여 주셨습니다. 이러한 혼인잔치에 우리의 물질주의적 삶 때문에 참석하지 못하는 누를 끼치지 않도록 합시다. 우리의 일상은 언제나 하느님 사랑의 풍요로움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하느님 사랑의 풍요로움은 미사를 통하여 우리 각자의 삶 안에서 열매를 맺게 될 것입니다.
가톨릭상지대학교 교목처장 이희복 미카엘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