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물 위를 걸으신 예수님!’ 우리 신자들뿐만 아니라 비신자들에게까지도 잘 알려진, 너무나도 유명한 예수님의 기적 이야기입니다.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여자들과 아이들 외에 남자만도 오천 명가량’ 되는 많은 군중들을 배불리 먹이는 기적을 보이신 예수님께서 다음 날 새벽 파도가 몰아치는 호수 위를 걸어 제자들에게 다가가십니다. 제자들은 두려워 소리를 질러 댔습니다. 물 위를 걸으시는 예수님을 바라본 것이 아니라 ‘유령’을 바라봤기 때문입니다. 이에 예수님께서는 정신 차려 똑바로 당신을 바라보라 하십니다.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마태 14,27) 유령을 보지 말고 예수님 당신을 똑바로 바라보고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씀입니다. 이 말씀에 잠시 용기를 얻은 베드로가 물 위를 걸어 예수님께 다가갔습니다. 예수님만을 바라보고, “두려워하지 말고 용기를 내라”는 그분의 말씀에만 주목했던 베드로였지만 그것도 잠시 뿐이었습니다. 어느 순간 그의 눈에 예수님이 아닌 삼킬 듯이 몰아치는 파도가 보이고, 그의 귀에 예수님의 목소리가 아닌 거센 바람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리고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물속에 빠져들기 시작했습니다. 손을 내밀어 베드로를 붙잡으신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왜 의심하였느냐?” “왜 나를 바라보지 않고, 왜 내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파도치는 호수를 바라보고, 거센 바람 소리에 귀 기울였느냐?”는 말씀처럼 들려옵니다. 결국 오늘 이 기적 이야기는 우리가 참으로 귀 기울이고 바라봐야 할 분이 누구인가에 대한 명확한 해답으로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스승님은 참으로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마태 14,33)
<아주 특별한 순간>이란 책을 감명 깊게 읽은 적이 있습니다. 이 책은 인도 빈첸시오회 소속 안토니오 신부님의 피정지도 내용을 엮은 것인데, 본문 가운데 창세기 3장의 내용을 풀이하는 안토니오 신부님의 해설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뱀의 꼬임에 넘어가 선악과 열매를 따먹은 아담과 하와에게 하느님께서 묻습니다. “너 어디 있느냐?”(9절) 그들이 이렇게 대답합니다. “동산에서 당신의 소리를 듣고 제가 알몸이기 때문에 두려워 숨었습니다.”(10절) 이에 하느님께서 이렇게 묻습니다. “네가 알몸이라고 누가 일러 주더냐?”(11절) 하느님께서는 그들이 알몸이라고 일러 주신 적이 없었습니다. 그것을 일러 준 존재는 하느님이 아니라 사탄(악마)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안토니오 신부님께서는 이렇게 묵상합니다. “우리는 하느님께서 말씀하시지 않은 것을 듣고 말합니다. 하느님의 말씀만을 들어야 합니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들으면 우리 마음이 슬퍼지고 고통이 생깁니다. 하느님이 말씀하시는 것만 들으면 우리에게서 슬픔이 사라집니다. 하느님이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네가 알몸이라고 누가 너에게 일러 주더냐? 누가 너에게 네가 유용하지 않다고 말하더냐? 누가 너에게 네가 소중하지 않다고 말하더냐? 우리가 하느님이 아닌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다면 알몸이라고 느낄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아름답지 않다, 나는 볼품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알몸이라고 누가 말합니까?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소중하다. 너희는 온전함과 존엄성과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우리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들을 시간이 없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말씀이 아닌,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싶어 합니다. 남이 우리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하는지 듣고 싶어 합니다. 다른 사람이 우리를 칭찬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비판하면 슬퍼집니다. 그러면 우리는 물 위에 뜬 거품이나 부평초가 되는 것입니다. 바람에 밀리는 물결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립니다.”(<아주 특별한 순간>, 29쪽-31쪽 참조)
오늘 예수님께서는 두려움에 휩싸인 제자들을 향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이 말씀은 고스란히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하시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용기를 내어라. 두려워하지 마라.” 예수님께서는 끊임없이 우리에게 힘과 용기를 북돋우시고자 하십니다. 힘차게 우리 삶의 거센 파도를 헤쳐 나가기를 바라십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 한 가지가 있습니다. ‘참으로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분, ‘나다!’라고 선포하시는 분, 그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입니다. 우리 앞에 가로 놓인 파도소리, 바람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우리는 한없이 작아지고 볼품없고 의기소침하고 두려워집니다. 하지만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하시는 그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 우리는 참으로 소중하고 귀하고 힘찬 존재로 거듭날 것입니다.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마태 14,27) 이것이 오늘 우리에게 건네진 하느님의 목소리입니다. 이것만이 오늘 우리가 귀 기울여야 할 분의 목소리입니다.
사목국 차장 우병현 마태오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