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견디는 신앙인
“동지사 오가던 길 삼천리 트였건만, 복음의 사도 앞에 닫혀진 조국의 문, 겨레의 잠 깨우려 애타신 그의 넋이, 이역의 별빛 아래 외로이 슬펐어라.”김대건 신부님과 관련된 성가를 부르거나, 김대건 신부님의 옥중 서한을 읽을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짠하게 저리어옵니다.
김대건 신부님의 사제 생활은 짧고도 짧았습니다. 겨우 1년 1개월이었습니다. 그 짧은 기간도 그야말로 “환난과 역경, 박해와 굶주림, 헐벗음, 위험과 칼” 아래의 절박한 삶이었습니다. 죽음의 칼날 앞에서도 의연하셨던 김대건 신부님이셨습니다. 죽음의 칼날조차도 주님께서 주시는 것이려니 생각하고 기꺼이 수용하셨던 김대건 신부님이셨습니다. 죽음 앞에서도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던 김대건 신부님이셨습니다. 칼을 들이대는 사람에게조차 축복을 해주던 김대건 신부님이셨습니다.
김대건 신부님이 한국 교회의 ‘첫 사제’라는 점은 중요합니다. 단순히 ‘첫 번째’ 라는 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맨 앞에서 앞장서 가면 뒤따라가는 사람들의 모범이 되었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뒤따라가는 신자들의 본보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앞에서 가는 사람이 잘 걸어가야만 뒤에서 따라가는 사람도 그 길을 잘 따라갈 수 있습니다. 이 점이 바로 김대건 신부님을 ‘우리나라 모든 성직자들의 수호자’로 공경하는 이유입니다.
25세의 젊은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삶의 목표와 방향은 너무나 뚜렷하였습니다. 그의 옥중서신 안에는 하느님께 대한 절대로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믿음이 드러납니다. 복음에 대한 불타는 열정이 잘 드러납니다. 젊은 나이로 짧은 삶을 살다 순교한 김대건 신부님의 삶은 오늘을 사는 신앙의 후손인 우리에게 많은 메시지를 던져줍니다. 오늘날 우리에게 닥치는 박해는 ‘유혹’입니다. 신앙인답게 살지 못하도록 하는 ‘유혹’입니다. 사탄은 예수님을 유혹했던 것처럼 오늘날 우리 에게도 유혹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쉽게 세상의 편리함과 타협합니다. 우리는 쉽게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느님과 주위 사람들을 원망합니다. 우리는 쉽게 작은 어려움 앞에서도 포기하거나 좌절합니다. 참고 인내하는 신앙인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하느님께 대한 믿음과 영원한 생명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오는 어려움들을 참아내야 합니다. 인고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김대건 신부님의 축일을 지내면서 ‘옛날에 순교하신 우리나라 첫 신부님이다.’ 라는 정도만 알고 오늘 축일을 지내는 것으로만 그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존경만 하지 말고, 잘 사신 신앙선조들의 삶을 본받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는 앞장서 간 분들의 뒤를 잘 따라가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후대의 신앙인들도 우리가 살았던 모습을 보고, 우리가 간 길을 잘 따라올 것입니다.
“너희는 내 이름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마태 10,22)
남성동 본당 신동철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