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치기
형제 자매 여러분 오늘은 사순 제3주일입니다. 사순절은 단식과 금육 그리고 절제의 시기로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또 몸을 보호하려고 무엇을 입을까 걱정하지 마라.”(마태 6,25)는 말씀을 실천하는 시기입니다. 곧 소유의 삶에 집착하지 말고 하느님 나라와 진리를 먼저 추구하라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예수님의 요구는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떤 존재인가?’라는 마음의 질문에 답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오늘 1독서에는 모세가 하느님의 산 호렙에서 부르심을 받습니다. 하느님은 “나는 이집트에 있는 내 백성이 겪는 고난을 똑똑히 보았고, 작업 감독들 때문에 울부짖는 그들의 소리를 들었다. 정녕 나는 그 고통을 알고 있다.”(탈출 3,7)라고 말씀하십니다. 인간이 고난을 겪으면 그분도 함께 고통을 느끼신다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하느님은 ‘보았고’ ‘들었고’ ‘알고 있다’라는 표현을 사용하십니다. 하느님의 이스라엘 백성에 대한 당신의 구원 계획을 처음으로 명확하게 “저 좋고 넓은 땅,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데리고 올라가려고 내려왔다.”(탈출 3,8)라는 말씀으로 밝히십니다. 그리고 당신은 해방하시는 하느님이고 억압받고 고통당하는 이들의 하느님이고 생명과 자유를 주시는 분이심을 인간 역사 안에서 끊임없이 드러내실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오늘 2독서에서 “하느님께서는 그들 대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으셨습니다. 사실 그들은 광야에서 죽어 널브러졌습니다.”(1코린 10,5)라고 전합니다. 여기서 ‘널브러지다’라는 말은 ‘심판받았다’, ‘멸망당하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하느님의 인도를 받아 에집트 노예 생활에서 해방되었으나 광야에서 지내며 수없이 하느님을 시험하였고, 절제와 인내 그리고 믿음을 키우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지쳐서 불만이 생길때마다 그리고 굶주릴때마다 하느님을 시험합니다. 40년 동안 하느님께서 내려주신 만나를 먹었고 바위에서 물을 마셨으면서도 “그들이 ‘주님께서 우리 가운데에 계시는가, 계시지 않는가?’ 하면서 주님을 시험하였다 해서, 그곳의 이름을 마싸와 므리바라 하였다.”(탈출 17,7)라고 적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바오로 사도는 “이 일들은 우리를 위한 본보기로 일어났습니다. 그들이 악을 탐냈던 것처럼 우리는 악을 탐내지 말라는 것입니다.”(1코린 10,6) 즉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을 스스로 멀리하여 배척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는 그리스도인들도 같은 처지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부족하기 때문에 늘 조심해야합니다. 조심하지 않으면 넘어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시련을 당할 때마다 두려워하거나 의심하는 불신앙에 떨어지지 말고 믿음으로 받아들이고 절제된 생활을 통해 늘 의로움과 선을 실천하는 자가 되어야 합니다. 루카 복음사가는 오늘 복음의 핵심을 회개와 구원 그리고 회개하지 않음과 멸망으로 표현합니다.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처럼 멸망할 것이다.”(루카 13,3) “그러면 내년에는 열매를 맺겠지요. 그러지 않으면 잘라 버리십시오.”(루카 13,9)라는 두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포도나무가 좋은 열매를 맺는 방법은 좋은 거름과 가지치기입니다. 즉 하느님의 도우심을 믿는 은총이라는 거름과 나에게 곁붙어있는 쓸모없는 가지를 쳐내는 것입니다. 신앙인으로 평생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특히 사순시기를 맞아 가지치기를 좀 더 깊이 체험하도록 합시다.
휴천동 본당 최장원 라우렌시오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