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을 통한 선교
오늘은 전교주일입니다. 우리는 전교라는 용어 외에도 선교라는 단어를 사용하는데, 때로 이 두 용어의 사용에 혼동을 느끼기도 합니다. 전교주일이라 말해야 할지 아니면 선교주일이라 말해야 할지, 전교사라 불러야 할지 아니면 선교사라 불러야 할지 헷갈립니다. 전교는 복음을 널리 전한다는 말이고, 선교는 라틴어 파견하다(Missio)에서 나온 말로 그리스도인들이 세상 끝까지 복음을 전하도록 파견되었음을 가리키는 데, 이 두 용어는 사실상 동의어처럼 사용될 수 있습니다. 다만 우리교구 ‘선교의 해’나 파리외방 전교회처럼 고정된 용어들은 그대로 따라서 사용하면 되겠습니다.
오늘 1독서인 이사야서의 말씀은 세상의 마지막 날에 일어날 일들을 보여줍니다. 종말에 앞서 메시아가 지상을 통치할 기간에 낮은 언덕에 불과한 예루살렘 성전 밖의 시온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 세상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혼돈이라는 뜻을 가진 바벨탑 사건 이후 흩어진 세상의 모든 민족들이 그곳으로 모여들 것입니다. 그 때에는 모두가 한 하느님의 통치를 따를 것이기에 더 이상 분쟁이 없을 것입니다. 당연히 무기는 필요가 없어져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 것입니다.
이것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찬 행복감을 주는 놀라운 사건입니다. 세상 모든 나라들이 군비경쟁에 소모하는 비용을 복지사업에 쓴다면 굶어 죽어가는 어린이들도, 돈이 없어 수술을 받지 못하는 이들도 없을 것입니다. 전쟁이 없다면 작은 배 한 척에 의지해 대양을 건너 피난하다 목숨을 잃는 세 살배기 어린 난민도 없을 것입니다. 건물에 오늘 이사야서의 말씀을 새겨놓은 국제연합기구(UN)가 꿈꾸는 일입니다. 이러한 일이 가능한 것은 모든 민족들이 하느님의 통치를 따라 그들 간의 긴장과 갈등을 해소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늘 이사야서의 이 놀라운 말씀은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온 세상이 하느님을 우러러 찬양할 그 때가 되기만을 기다리면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온 세상의 주님이신 하느님을 널리 알려 모두가 그분을 알아보게 해야 합니다. 오늘 2독서인 로마서의 말씀처럼 선포하는 사람이 없으면 어떻게 세상 모든 민족이 하느님을 알고 그분의 통치 의지에 순종할 수 있겠습니까?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 말씀하신 대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세상 끝까지 복음을 전하도록 파견되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파견된 존재임을 자각하고 있는 신자들이 예상 밖으로 적은 것 같습니다. 한 통계에 따르면 우리 신자 중 약 70% 정도가 마음의 평안을 신앙의 목적으로 응답했습니다. 이들에게 있어서 번거롭고 언제라도 거부당하거나 혹은 무안을 당할 수 있는 선교활동은 본인들의 신앙 목적과 상충되는 것으로 여겨져 기피하고 싶은 일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선교는 우리가 해도 좋고 안 해도 그만인 것이 아니라 주님의 명령입니다.
선교는 간접선교와 직접선교로 나눌 수 있습니다. 연령 회원들의 상가 봉사나 레지오 단원들의 선행 등이 간접선교에 해당하고, 가두선교나 방문선교 등의 활동이 직접선교에 속합니다. 모든 선교활동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신앙 강요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에서 선교는 개종강요가 아닌 신자들의 매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신자가 가장 매력적일 때는 그에게서 그리스도의 향기가 날 때일 것입니다.
2014년 한국 천주교회 통계에 따르면 전체 교우 수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그에 반해 미사 참례율은 지속적으로 줄어 10%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미사 참례는 하지 않아도 레지오 활동을 하고 성경 공부반에 참여하는 경우를 생각하기 어려우니 실질적으로 쉬는 교우가 80%에 육박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쉬는 교우들에게도 관심을 가져야겠습니다.
영덕 본당 함원식 이사야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