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하는 신앙(요한 6,60-69)
‘나의 형제 여러분, 누가 믿음이 있다고 말하면서 실천이 없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러한 믿음이 그 사람을 구원할 수 있겠습니까? 어떤 형제나 자매가 헐벗고 그날 먹을 양식조차 없는데, 여러분 가운데 누가 그들의 몸에 필요한 것을 주지 않으면서, “평안히 가서 몸을 따뜻이 녹이고 배불리 먹으시오.” 하고 말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이와 마찬가지로 믿음에 실천이 없으면 그러한 믿음은 죽은 것입니다.’(야고2, 14-17)
오늘의 한국을 2030세대들은 지옥이라 부른다고 합니다. 이 나라의 젊은이들은 현 사회를 ‘헬조선’(hell+朝鮮)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10대의 교육(입시)지옥, 20대의 취업지옥, 30대의 주거지옥.
왜 이 나라의 젊은이들은 자기들의 조국 대한민국을 지옥이라고 불러야만 할까요? 꿈을 꾸고 그 꿈을 향해 희망으로 살아가야 할 젊은이들이 말입니다.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는 정치인들, 탐욕을 내려놓지 않는 재벌들, 관료주의와 권위주의에 빠져있는 행정가들, 희망을 주지 못하는 종교인들, 잘못된 것을 알고서도 바꾸려고 실천하지 않는 시민들 등등 기성세대 모두의 탓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더불어 함께 살기를 노력하지 못했던 우리들의 지난 시절이 지금의 젊은이들에게 지옥을 가져다 준 것입니다. 나만 고통 받지 않으면 된다는 이기심이 이러한 현실을 만들었습니다. 더불어 함께 살기를 꿈꾸고 공동체적 가치를 지향하지 못하고 물신주의와 이기심에 빠져 살아온 우리들의 삶이 세상을 갈가리 찢어놓았습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젊은이들이 느끼는 두려움 못지않게 현실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평생 묵묵히 일해 온 죄 밖에 없는 노동자가 하루아침에 해고되어 철탑에서 복직을 바라며 싸우고 있습니다. 평생 농사만 지으며 하늘만 바라고 살아온 농부는 어느 날 국가 시책이라는 이유로 그 정당성도 갖지 못한 터무니 없는 이유로 삶의 터전을 빼앗겨 버렸습니다. 평화로웠던 동네가 무서운 군사시설이 들어섬으로 인해 갈등과 고통의 땅이 되어버렸습니다. 사회곳곳에서 가정을 위해 굳은 일 마다하지 않고 일 해 왔던 노동자들이 어느 날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로 전락되어 자본의 눈치만 보고 살아야 하는 처지가 되어버렸습니다. 자신들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했지만 자본과 권력의 무자비한 보복으로 괴로움을 당하고 사는 이들이 있습니다. 안전한 사회에서 살겠다는 국민들의 외침을 빨갱이 종북주의자 색깔을 입혀 입에 재갈을 물리고 있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애쓰는 이들의 삶을 불법적으로 도청, 감시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고, 힘이 없는 이들은 사회의 천덕꾸러기 취급을 당하고 있습니다. 작은이들을 도와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실천가들은 대부분 종북주의자 취급에 불법적인 감시와 인권을 침해당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래의 주인이 되어야 할 젊은이들의 희망이 사라져 가는 이 나라, 더불어 살기를 거부하고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려하는 이 나라, 탐욕과 이기심이 뒤덮어버린 이 나라를 지옥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지사입니다.
이제 지옥 같은 나라를 천국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가진 자들, 기득권자들, 탐욕과 교만에 빠져있는 자들, 이기적인 자들은 할 수도 없고 하지도 않습니다. 바로 우리들 하느님으로부터 불림을 받은 신앙인들이 해야 합니다. 우리 중에도 변화를 거부하고 탐욕과 교만, 이기심에 빠져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신앙인은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방법을 모를 뿐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하느님 나라에 대한 희망과 갈망은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오늘 2독서 야고보서에서는 실천하지 않는 신앙은 죽은 것이라고 합니다. 가난하고 고통 받는 이들을 보면서 스스로 이겨내라고 한다면 그것은 실천하지 않는 믿음이 되는 것입니다.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마르 8,29)하고 물으시자 베드로가 “스승님은 그리스도 이십니다.”(마르 8,29)라고 대답합니다. 그 장면 이후에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겪으실 운명과 당신의 제자가 되기 위한 추종의 태도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당시의 정치, 종교 지도자들, 기득권자들, 지방 호족들, 변화를 주저하는 이기적인 유다인들에 의해 십자가 죽임을 당했다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실 것을 알려주십니다. 그리고 당신의 제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마르 8, 34 참조)고 말씀하십니다.
자신을 버리고 십자가를 진다는 것은 이기심과 탐욕를 버리는 것입니다. 나아가서 이타적인 삶 즉 타인을 위해 희생과 사랑을 실천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더불어 함께 살아가기 위한 노력, 가난하고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해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입니다. 좁게는 주변의 이웃을 위한 실천이 이루어져야하고, 나아가서 새로운 세상을 구조적으로 가로막는 모든 기득권, 탐욕 세력과의 싸움에 나서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새로운 세상, 하느님 나라를 위해 기득권 세력에 맞섰고, 인간의 탐욕을 질타하셨음에 우리도 그렇게 예수님의 십자가의 길을 따라가야 합니다. 이기심을 버리고 구체적인 실천으로 나아가는 것은 신앙인의 참 모습입니다.
송현동 본당 배인호 베드로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