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양식은 광야에서 쏟아집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빵이다”(요한 6,41)라고 말씀하시니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합니다. “저 사람은 요셉의 아들 예수가 아닌가?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우리가 알고 있지 않는가? 그런데 저 사람이 어떻게 나는 하늘에서 내려왔다고 말할 수 있는가?”(요한 6,42) 사람들의 수군거림은 결국 “저 인간 별 것 아닌데”라는 소리입니다. 사람들이 나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수군거리는 것은 가장 견디기 힘들어하는 것 중에 하나입니다. 사람들의 입에서 얼마나 많은 말의 칼과 화살들이 날아다니며 피를 흘리게 하는지 모릅니다.
예수님은 “저 인간 별 것 아닌데”라는 군중의 수군거림에 조금도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사실 사람들의 수군거림에는 다른 사람을 상하게 하는 위력이나 독이 없기 때문입니다. 스스로를 보잘 것 없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자기 자신의 마음이 남들이 나를 그렇게 무시하고 상처를 준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스스로를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스스로를 보잘 것 없게 생각하거나 스스로를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모두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모른다는 점에서 똑같은 상태에 있는 사람입니다.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아는 사람은 남들이 나를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기분이 좌지우지 되지 않습니다.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은 자신 안에 있는 하느님을 발견하는 것과 직접 관련이 있습니다. 예수님이 당신 스스로 생명의 빵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은 예수님이 당신 안에 계시는 하느님을 완전히 발견하신 분이라는 뜻입니다. 자신 안에 하느님이 계시는 것을 온전히 믿고 아는 사람, 즉 하느님과 통해 있는 사람은 타인의 수군거림에 개의치 않습니다. 하느님과 통해 있는 사람은 “너 별거 아니잖아”라는 다른 사람들의 수군거림이 인생에서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삶은 그런 것에 신경 쓰고 살아야할 만큼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생명의 빵을 먹고 힘을 내서 소중하게 챙기고 가꾸어야 할 것이 너무나 많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못 찾고 살아가니까 수군거림만 귀에 자꾸 들어오는 것입니다.
우리도 내 안에 계신 생명의 빵이신 하느님을 만나야 합니다. 그래야 다른 사람이 나에게 가하는 말이나 행동에 의해 내 기분이 좌지우지 되는 연약하고 어리석은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성경에 보면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생명의 빵이 쏟아진 곳은 주로 광야였습니다. 광야는 아무 것도 없는 황량하고 공허하고 어두운 마음의 상태를 의미합니다. 인간이 가장 직면하기 싫어하고 피하고 싶어 하는 마음 상태입니다. 하느님을 만나려면 내 마음의 광야로 나아가야 합니다. 광야에 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오늘 1독서의 엘리야는 광야에 서있는 인간의 모습과 광야에서 결국 무엇을 만나게 되는지 잘 보여줍니다. 광야에 선 엘리야는 죽기를 간청하며 “저의 목숨을 거두어 주십시오.”(1열왕 19,4)라고 간청합니다. 광야는 목숨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절망적이고 견디기 힘든 불편한 마음의 상태를 의미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광야에서 엘리야는 하느님의 양식을 발견합니다. 죽을 작정을 하고 누워서 잠을 청하는데 천사가 나타나서 빵과 물을 줍니다. 그리고 갈 길을 가도록 격려의 손길을 발견합니다. 그 힘으로 밤낮으로 사십일을 걸어 하느님의 산 호렙에 이르렀습니다. 이는 우리가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서는 거듭거듭 광야의 순간을 견뎌내야 함을 말하는 것입니다.
살아가면서 불안하고, 안절부절 못하고, 혼란스러운 마음의 광야에 서게 될 때가 많습니다. 그 때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음을 깨닫게 됩니다. 하지만 그 때가 하느님이 주시는 생명의 양식을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광야는 결코 무의미하고 불필요한 삶의 장애물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양식이 광야에서 쏟아진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우리 삶은 훨씬 의미 있고 풍요로운 여정이 됩니다.
예천 본당 김기환 요셉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