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삶을 삽시다!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은 부활 제5주일이며 생명주일입니다. 올해는 특히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 회칙 <생명의 복음>을 반포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생명의 복음>이 반포된 1995년부터 5월에 ‘생명주일’(2010년까지는 ‘생명의 날’로 지냄)을 지내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우리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요한 14,6) 예수님을 알고 믿으며 참으로 생명의 삶을 기쁘고 떳떳하게 살아가야 합니다. 또한 우리 사회에 뿌리내린 ‘죽음의 문화’를 청산하고 ‘생명의 문화’를 건설해야 합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요한 15,5)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은 하나됨을 잘 드러내 줍니다. 옛날 이스라엘 땅에는 농작물이 세가지 있었습니다. 곡식과 올리브와 포도였습니다. 이 가운데 포도 농사가 손이 가장 많이 가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교구 화령본당 모동, 모서공소를 방문하면 그 현장을 볼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비유를 통해서 우리에 대한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을 잘 보여주십니다. 동시에 우리와의 일치을 향한 당신의 소망을 밝히십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님은 포도나무이고 우리는 그 가지입니다. 포도나무와 가지는 하나입니다. 가지는 나무에 붙어있어야 합니다. 운명공동체를 이루어야 합니다. 그래야 생명의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나무에서 잘려나간 가지는 말라버립니다. 말라버린 가지는 더 이상 포도나무 가지가 아닙니다. 그러한 가지는 열매를 맺지 못합니다. 열매를 맺지 못하는 가지는 존재 가치도 없어집니다. 포도나무와 가지가 참으로 생명의 삶을 살 때 필연적으로 열매를 맺게 됩니다. 그런데 포도나무에 붙어서 기생충처럼 생명을 누리는 것만으로는 가지의 존재 이유와 존재 가치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참 생명의 삶은 생산적이어야 합니다. 가지는 풍요로운 결실을 맺을 때 사명을 완수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포도가지의 힘만으로는 열매를 맺을 수 없습니다. 이것은 오늘날 개인주의와 이기주의 및 탐욕에 사로잡혀 ‘혼자서도 잘 한다’며 스스로를 기만하는 것과 같은 삶입니다. 따라서 가지는 포도나무에 붙어있으면서 물과 양분을 받아 열매로 맺어가는 생산적인 삶을 항구하게 살아가야 합니다. 이처럼 포도가지는 포도를 풍성히 맺어야 하는 절대적인 의무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지의 열매인 수확한 포도는 그 자체로서 의미가 없습니다. 그리스도인이 그리스도와의 일치 속에서 하느님 아버지의 돌보심으로 열매를 맺었다면, 그 열매는 결국 남들을 위한 것이 되어야 합니다. 내가 생산했으니 모두 내 것이고, 이제 내 창고에 가득 쌓아 놓고서 혼자만 즐기는 삶을 살아가겠다면 ‘죽음의 문화’가 독버섯처럼 피어날 것입니다. 포도가지가 맺은 열매는 포도나무의 것이고 포도원 주인의 것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모두 그리스도인입니다. 그러니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 머물러야 합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풍성한 열매를 맺어가야 합니다. 또한 우리 중에 아무도 이 풍성한 열매를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서로 나누어야 합니다. 나눔은 생명이고 사랑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회가 되기보다는 거부당하고, 소외되고, 뿌리 뽑히고, 억압당한 사람들의 사회가 되어가고 있습니다.”(생명의 복음 18항) 경제적인 불평등으로 가난한 이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이는 그리스도인들이 우선적으로 참생명의 삶을 살지 못해 다함께 신음하는 표징입니다. 우리가 참생명의 삶을 살아갑시다. 감사합니다.
공검 본당 김도겸 아론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