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쉽제요?
우리들은 학생 때 학교를 다니며 참으로 많은 시험을 치렀습니다. 그리고 정답을 몰라 이 책 저 책 뒤적이면서 정답을 알기 위해 골머리를 앓으며 죽어라 공부를 했던 기억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럴 때 누가 정답을 알려 주었다면 참 쉽게 공부를 했을 것이고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입니다. 더구나 공부가 힘든 것이 아니라 즐겁고 행복한 것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학생 시절이 끝나면 시험이 없을 줄 알았지만, 인생을 살아가다보니 시험지를 푸는 시험은 별로 없지만 우리들을 올바른 길에서 벗어나도록 하려는 악마의 보이지 않는 시험은 더 많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인생길의 올바른 정답을 찾지 못해 길을 헤매며 정신없이 살고, 때론 많은 탐욕과 이기심으로 고통과 어려움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에게 가끔 이것이 ‘인생의 참 길’이라고, ‘인생의 정답’이라고 말해 주는 이들이 있지만 이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더욱 혼란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며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러한 우리들에게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자기 목숨을 사랑하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이 세상에서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에 이르도록 목숨을 간직할 것이다.”(요한 12,24-25)라고 말씀하시며 우리들의 인생길에 확실한 정답을 가르쳐 주십니다.
우리는 자신의 목숨을 잘 보존하면서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고 있고 그 길을 찾고 있는데, 오늘 말씀에서 예수님은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어야 하듯이 우리보고 죽어라고 하고, 자기 목숨을 사랑하지 말고 미워하라고 하시니 정말 이 말씀이 정답인지 헷갈립니다.
정말 예수님이 그렇게 말씀하셨을까요? 그것은 아닙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그렇게 말씀하실 분이 아닙니다. 오늘 복음 말씀을 끝까지 들어보면 우리보고 죽으라고 하고, 자신을 미워하라고 하시는 말씀이 아닙니다. 그렇게 하라고 하셨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너무나 어려운 것입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어려운 것을 말씀하시는 것이 아니라 아주 쉬운 것을 말씀해 주시는 분이십니다. 죽고,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일은 우리들에게 너무나 어려운 일이니 그 일을 대신해서 당신이 한 알의 밀알과 같은 씨앗이 되어 죽겠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그것을 우리보고는 잘 가꾸어서 열매를 많이 맺으라고 하시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열매들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라는 것입니다.
참 쉽제요?
그런데 이게 그냥 설렁설렁 하면서 좋고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것을 아시는 예수님은 우리에게 죽도록 열심히 공부해서 정답을 알아냈듯이, 예수님께서 정답을 먼저 알려주었으니 자기 목숨을 미워할 정도로 열심히 우리들의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가꾸어 많은 열매를 맺으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들이 맺어야 할 열매는 어떤 것들일까요?
그것은 예수님이 죽으시면서 뿌려주신 다음과 같은 씨앗들입니다. 사랑의 씨앗, 겸손의 씨앗, 존중과 섬김의 씨앗, 배려와 나눔의 씨앗 등입니다. 이 씨앗들을 잘 키워서 많은 열매를 맺으라고 하십니다. 그 방법은 “나를 따라야 한다.”(요한 12,26)는 예수님의 말씀에서처럼 예수님을 따라 내가 가진 악습을 죽이고, 내가 가진 그릇된 탐욕을 죽이고, 내가 뿜어내는 분노를 죽여서 사랑의 열매, 겸손의 열매, 존중과 섬김의 열매, 배려와 나눔의 열매를 많이 맺으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나의 가족과 친지, 이웃, 친구와 동료들과 골고루 나누어 영원한 행복을 누리며 영원한 생명을 향해 살아가라는 것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의 인생의 길에 참 쉬운 길, 정답을 가르쳐 주신 예수님께 감사드리며 살아가도록 합시다. 그리고 이제 우리들은 많은 열매를 맺고 나누며, 영원한 행복 속에서 영원한 생명에 이르도록 하는 삶을 살아가도록 합시다. 아멘
사회복지회 남정홍 스테파노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