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치하는 신앙인
오늘 축일은 324년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라테라노 대성전을 지어 봉헌한 것을 기념하는 날 입니다. 이 대성전은 ‘모든 성당의 어머니요 으뜸’으로 불리면서 현재의 베드로 대성전이 세워지기 전까지 거의 천 년 동안 역대 교황이 거주하던 교회의 행정 중심지였습니다. 이 축일의 의미는 전 세계의 가톨릭교회가 로마의 모(母) 교회와 하나로 일치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데 있습니다.
오늘은 가톨릭교회의 또 다른 일치의 원천인 교황님께서 한국에 방문하셨을 때 하셨던 몇 가지 말씀을 되새기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우리나라를 방문하신 첫날 청와대에서는 지도자들에게 평화를 이루기 위해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 것인지 말씀하셨습니다. “평화란 전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정의의 결과다.” 이 말씀에 따르면 전쟁이 없다고 '평화'로운 것이 아니라 정의가 실현되지 않았다면 평화롭지 않은 것이며, 정의 실현을 위해 국가 지도자들이 앞장서고, 우리 신앙인도 노력하라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성모승천 대축일 미사 강론에서는 “이 나라의 그리스도인들이 올바른 정신적 가치와 문화를 짓누르는 물질주의의 유혹에 맞서, 그리고 이기주의와 분열을 일으키는 무한 경쟁의 사조에 맞서 싸우기를 빈다…. 새로운 형태의 가난을 만들어 내고 노동자들을 소외시키는 비인간적인 경제 모델들을 거부하라…. 생명이신 하느님과 하느님의 모상을 경시하고, 모든 남성과 여성과 어린이의 존엄성을 모독하는 죽음의 문화를 배척할 것"을 강조하셨습니다. 교황님께서는 어중간한 모습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시는 것 같습니다. '싸워라, 거부하라, 배척하라'고 강한 어조로 말씀하시니 말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성전을 더럽힌 상인들에게 크게 호통 치시는 예수님의 모습과 꼭 닮으셨습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 물질주의, 이기주의, 경쟁, 인간의 존엄성을 경시하는 현상에 물들어 있다면 이제라도 단호히 거부해야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시복미사에서는 “막대한 부유함 곁에서 매우 비참한 가난이 소리 없이 자라나고 가난한 사람들의 울부짖음이 좀처럼 주목받지 못하는 사회들 안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순교자들의 모범은 많은 것을 일깨워 줍니다. 이러한 속에서, 그리스도께서는 우리가 어려움에 처한 형제자매들에게 뻗치는 도움의 손길로써 당신을 사랑하고 섬기라고 요구하시며, 그렇게 계속 우리를 부르고 계십니다.”라고 말씀하시면서 행동하는 신앙인이 되길 촉구하십니다.
교황님의 방한 기간 동안 한국 사회는 그분으로 말미암아 감동과 위로를 받았지만 벌써 우리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가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뜻을 가장 중심에 두는 분,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는 그분의 뜻을 기억하고 따른다면 우리는 일치의 교회에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해외연수 황영화 마티아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