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회의 두 기둥
로마의 성 베드로 광장에 가면 베드로 사도와 바오로 사도의 상을 볼 수 있습니다. 광장에 들어서서 베드로 대성당을 바라보면 성당 앞 왼쪽에는 열쇠를 들고 있는 베드로 사도가, 오른쪽에는 칼을 들고 있는 바오로 사도가 우뚝 서서 순례자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 두 사도가 우리 교회의 두 기둥이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베드로 사도와 바오로 사도는 우리 교회의 중요한 두 인물이기에 전 세계 많은 이들이 베드로와 바오로라는 이름으로 세례를 받습니다. 우리 교구 신부님들 중에도 베드로와 바오로라는 세례명을 가지신 분이 열다섯 분이나 됩니다.
반석으로서 교회를 굳건히 지킨 베드로 사도와 선교의 열정으로 그리스도를 만방에 전한 바오로 사도가 있었기에 오늘의 교회가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두 분을 우리 교회의 두 기둥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두 사도는 처음부터 특출한 분들은 아니었습니다. 어쩌면 우리보다 못한 모습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베드로 사도는 성격상 결점도 많았고 배운 것도 없었을 뿐 아니라, 예수님을 모른다고 할 정도로 신의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인간적인 나약함을 가진 그를 주님께서는 모두 받아주시고 그에게 큰 믿음을 주셨습니다. 결국 베드로 사도는 주님의 사랑과 신뢰에 힘입어 교회를 위해 목숨을 바치게 됩니다.
바오로 사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수님을 알기 전에 그는 그리스도교를 박해하는 일에 앞장서던 인물이었습니다. 열렬한 유다교 신봉자였던 바오로는 그리스도교인의 씨를 말리기 위해 다마스쿠스로 가던 중에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 완전히 변하게 됩니다. 신약성경의 반 가까이를 집필한 저자이기도 한 그는 67년경에 네로 황제에 의해 참수되어 목숨까지 주님께 봉헌하게 됩니다.
이 두 사도에게 우리가 배울 점은 무엇인지를 생각해 봅니다. 주님을 배신 하였던 베드로는 회개의 눈물로 자신의 나약함을 씻어 내렸고, 박해자였던 바오로는 주님과의 만남으로 새로운 눈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그들은 “온 세상에 가서 복음을 선포하라.”는 주님의 말씀대로 살다가 목숨까지 바쳤습니다. 이 두 사도에게 보여주셨던 주님의 모습은 오늘 우리에게도 주어지고 있습니다. 주님께 대한 믿음이 부족하고 신자임이 부끄러워 자신 있게 드러내지 못하거나, 나의 부족함으로 공동체를 분열시켰던 과오가 있었다할지라도 주님께서는 그런 우리들을 내치지 않으십니다. 더 나아가 나약한 우리가 당신의 일을 할 수 있도록 믿어주시고 용기를 주신다는 것입니다.
“선교의 해”를 보내고 있는 올해 우리 교구로서는 이 두 분의 모습이 더욱 더 새롭게 다가옵니다. 열두 사도의 으뜸인 베드로와 이방인의 사도인 바오로 성인께서 보여주신 선교 열정을 본받아야 할 것입니다. 자신의 나약함에 스스로 움츠러들지 말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겠습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사도 바오로처럼 “나는 훌륭히 싸웠고 달릴 길을 다 달렸으며 믿음을 지켰습니다.”(2독서)라고 고백할 수 있어야겠습니다.
진보 본당 김정현 마태오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