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나누는 우리는
한 지체의 백성입니다.
미사 중 우리 교회는 봉헌된 예물인 빵과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되게 해 달라고 이렇게 기원합니다. “간구하오니, 성령의 힘으로 이 예물을 거룩하게 하시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되게 하소서.” 그리하여 봉헌된 예물은 더 이상 빵과 포도주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몸과 피인 성체와 성혈이 되는 것입니다. 가끔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신부님, 미사 때 신부님이 마시는 술도 많이 마시면 취하지 않으세요?” “예? 술이라니요, 제가 언제 미사 때 술을 마시던가요? 제가 마신 것은 성혈이지 술이 아닙니다. 취하면 성혈에 취하지 어떻게 술에 취합니까?” 술이 아니라 성혈입니다. 신자라면 그 정도는 기본이 아닌가요?
어느 성당에 부임했을 때 어떤 분이 이런 요구를 하셨습니다. “신부님, 제발 성체를 영해 주실 때는 천천히 정성껏 영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첫 만남에서 이런 요구를 하시는 그분의 용기에 감탄하였고, 또 아주 좋은 요구를 해 주셔서 참으로 고마웠습니다. 그 외에도 이와 비슷한 요구를 자주 들었기에 지금까지 줄곧 성체를 똑바로 들고,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말마디도 또박또박 각 사람에게 해 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신부가 그렇게 하다 보니 이제는 신자들에게 불만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나는 이렇게 정성스럽게 영해주는 데 신자들 중에는 성체를 성의 없이 받는 이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몸”이라고 하면 당연히 똑똑한 목소리로 “아멘”이라고 해야 하는데 가끔씩 보면 아무 말 없이 성체만 날름 입에 넣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멘”이라는 그 말은 “예, 주님의 몸이 맞습니다. 그렇게 믿습니다.”라는 우리의 신앙고백입니다. 이제 우리는 정성을 다해 감사하는 마음으로 주님의 몸인 성체를 받아 모셔야겠습니다.
우리가 바라고 믿는 우리의 주님을 우리 눈앞에서 보고 또 그분을 모실 수 있다는 것, 이 얼마나 복된 일입니까? 그래서 교회는 ‘이 성찬에 초대받은 이는 복되도다!’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서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른다.”(요한 6,56)라고 말씀하셨듯이 주님을 모신 우리는 이제 주님과 하나가 되었으니 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입니까? 따라서 내가 주님 안에서 살고, 주님이 내 안에서 살기 위해서 이제 우리는 예수님께서 당신의 모든 것을 주셨듯이 우리도 우리 자신을 이웃을 위해 기꺼이 내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성체성사의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나누는 우리는 한 지체의 백성이라는 것을 바오로 사도는 오늘 두 번째 독서에서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빵이 하나이므로 우리는 여럿일지라도 한 몸입니다. 우리 모두 한 빵을 함께 나누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한 지체의 구성원으로서 우리는 서로에 대한 책임을 지니고 있습니다. 나만 아프지 않다면, 나만 배부르다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뛰어넘어야 합니다. 잘 알고 있듯이 예수님께서는 나 혼자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 모든 이들을 위해 당신의 십자가를 기꺼이 지셨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도 당신의 몸과 피를 아낌없이 내어 주고 계십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이 시대의 아픔에 함께 아파해야 하며, 이 시대의 불의에 함께 저항해야 합니다. 어떤 이들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라는 외침에 유가족도 아닌 사람들이 왜 그러냐고 말합니다. 참으로 어이가 없는 말입니다. 그저 쓴웃음만 나올 뿐입니다. 잘못된 것을 지금 여기에서 바로 잡지 않으면 그러한 참사는 또 다시 일어나 나와 내 가족을 향해 달려들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우리가 고통 속에 있는 이들을 외면한다면 그분들의 아픔은 더욱 더 커질 것입니다.
십자가를 통해 보여주신 주님의 큰 사랑은 지금 여기에서 성체성사를 통해 우리에게 또 다시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가 성체성사의 삶을 살아감으로써 그리스도의 사랑을 이 세상에 드러낼 때입니다.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나누는 우리는 한 지체의 백성입니다.
진보 본당 김정현 마태오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