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과 성체 안에 계신 부활하신 예수님
1. 가끔 예수님을 직접 눈으로 한번 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제자들에게 나타나시고 성인들에게 나타나셨던 것처럼 우리에게도 나타나신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예수님께서 정말로 우리 앞에 나타나신다면 좋기도 하겠지만 당황스럽기도 할 것이며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 인사를 드려야 할지 떨리기도 할 것입니다. 오늘은 부활 제3주일이며, 복음 말씀은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들이 예수님을 직접 만나게 되는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지금 여기’에 계시다는 사실을 전해주는 말씀인데, 많은 신앙인들은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는 사실은 믿고 알고는 있지만 지금 바로 여기에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워하고 체험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2. 안식일 다음날 제자 두 사람이 엠마오로 가는 길에서 예수님에 대해 이야기하며 길을 걷다가 부활하신 주님을 만납니다. 제자들이 예수님에 대해서 생각했던 것은 그분은 예언자이시고 이스라엘을 구원해주실 분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으며, 약한 백성의 권리를 세워주고 가난한 자들을 해방하고 억압 하는 자의 콧대를 꺾어줄 수 있는 구원자로 여기고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나라를 선포하시면서 많은 기적을 행하셨으니 제자들은 이분이야말로 기다려왔던 메시아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십자가형에 처해진 사건은 메시아에 대한 그들의 기대를 무너뜨리는 일이었으며, 그분이 처형되었고 그 사건이 있은 지 이미 사흘이나 지났기에 그들에게 남은 것은 실망 뿐이었습니다. 그들에게 예수님의 죽음은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이었으며 빈 무덤은 더욱 해괴한 사건이었습니다. 아마도 그들은 예수님을 진정으로 알지 못했으며, 이를 성서에서는 그들의 눈이 가려져 있었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3. 이런 제자들이었지만 예수님께서 성서를 말씀하실 때 제자들은 뜨거운 감동을 느꼈고 빵을 떼어 주실 때에는 비로소 예수님을 알아보게 됩니다. 그런 다음 예수님께서는 사라지셨기에 이제 육안으로 볼 수 있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분으로서 제자들과 함께 계시지 않고 형제들과 함께 나누는 빵 안에 예수님께서는 함께하십니다. 예수님은 우리를 위하여 내어주는 빵처럼 당신을 우리에게 주시고, 예수님을 따르는 그리스도인들 역시 나누는 사람이 될 것을 촉구하십니다. 결국 오늘 복음은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말씀과 성체 안에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4. 그렇다면 우리가 부활하신 예수님을 체험하면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무엇보다 먼저 말씀을 잘 알아듣는 일이 필요하며 성경을 자주 읽고 말씀을 실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빵을 떼어 나누신 예수님처럼 우리도 빵을 떼어 나눌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세상에 굶주리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것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소수의 나라들과 사람들이 재화의 대부분을 소유하고 나누지 않기 때문이며, 나눔만이 해결의 길이고 함께 살 수 있는 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셨지만 부활하신 예수님을 우리는 눈으로 볼 수는 없기에 그분을 알아볼 수 있는 것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것과 나눔의 실천을 통해서일 것입니다. 예수님의 말씀대로 우리들의 마음을 나누고 가진 것을 나눔으로써 부활하신 주님을 만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소중하게 생각하고 아끼는 것을 나누어줄 수 있는 용기를 달라고 기도하며 살아갑시다.
계림동 본당 김한모 바오로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