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1. 부활 제2주일입니다. 십자가에 달리셨던 주님께서 다시 살아나셨습니다. 지난 한 주간, 부활 팔일 축제 내내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나타나셨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여인들에게 나타나시고 제자들에게 나타나셨는데, 한 가지 이상한 것은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안식일 다음날 이른 새벽에 무덤으로 달려갔던 막달라 여자 마리아가 예수님을 만났지만 그분을 알아보지 못했고, 3년 동안이나 동고동락하면서 예수님을 따랐던 사랑하던 제자들도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엠마오로 가던 제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길을 함께 걸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했고, 고기를 잡던 베드로와 일곱 제자들에게 나타나셨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들은 유령인줄 알고 두려움에 사로잡혔다고 합니다.
2. 오늘 복음에서 토마스 사도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그분의 손에 있는 못자국을 직접 보고 그 못자국에 내 손가락을 넣어보고 또 그분 옆구리에 내 손을 넣어 보지 않고는 결코 믿지 못하겠소.”(요한 20,25) 그로부터 여드레 후에 예수님께서 다시 나타나셔서 토마스 사도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네 손가락을 여기 대 보고 내 손을 보아라. 네 손을 뻗어 내 옆구리에 넣어 보아라. 그리고 의심을 버리고 믿어라.”(요한 20,27) 그때 비로소 토마스 사도는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이라고 고백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너는 나를 보고서야 믿느냐?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요한 20,29)고 말씀하십니다. 결코 토마스 사도를 꾸짖거나 책망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그의 불신앙을 안타까워하면서 의심을 풀어주려고 노력하시는 주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습니다.
3. 이러한 토마스 사도의 모습은 우리 자신의 믿음을 상징하기도합니다. 그러나 우리 자신의 믿음이 부족하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부활을 직접 목격했던 제자들도 쉽게 믿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부활을 믿음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성령의 도우심이 필요하며 결국 믿음은 은총이요 하느님께서 주시는 것입니다. 우리 자신만의 노력으로 믿음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도우심과 은총이 필요합니다. 모든 것이 명백해야 믿으려하고 자신에게 불리한 것을 잘 믿으려하지 않는 마음이 우리에게는 있습니다. 우리도 토마스 사도처럼 의심하고 불신할 수 있음을 하느님 앞에서 고백해야할 것입니다. 하지만 아픈 상처를 보여주고 손을 넣어보라고까지 하시며 당신을 믿으라고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이는 토마스에 대한 사랑이며 굳어진 우리에 대한 사랑이기에 성령의 은총을 통하여 우리는 보이는 것만 보는 육체적인 눈보다는 보이지 않는 것까지 볼 수 있게 하는 마음의 눈을 가져야할 것이며 신앙의 눈을 떠야할 것입니다. 이러한 부활신앙은 우리를 변화시키고 세상을 변화시킵니다.
4. 믿음이 있는 곳에는 희망이 있습니다. 예수님을 버리고 갈릴래아 고향으로 도망갔던 제자들이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고 다시 돌아옵니다. 예수님의 삶을 회상하면서 그분께서 사셨던 모습대로 살아가기 시작했으며 예수님의 말씀을 실천하면서 신앙 공동체를 이루어 갑니다. 오늘 제1독서는 초대교회 신자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형제들은 사도들의 가르침을 받고 친교를 이루며 빵을 떼어 나누고 기도하는 일에 전념하였다”(사도 2,42) “신자들은 모두 함께 지내며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였다. 그리고 재산과 재물을 팔아 모든 사람에게 저마다 필요한 대로 나누어 주곤 하였다.”(사도 2,44-45)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나타나실 때마다 인사하셨습니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 제자들은 부활의 증인, 평화의 일꾼으로 파견 받았으며 불신의 세상을 희망의 세상, 평화의 세상으로 가꾸도록 파견 받은 것입니다. 우리 역시 부활의 증인으로 파견 받았기에 믿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가야 할 것입니다. 부활의 증인으로 산다는 것은 내가 먼저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며 다른 사람을 믿어주고 서로 믿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너는 나를 보고서야 믿느냐?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요한 20,29)
계림동 본당 김한모 바오로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