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복음화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지난 한 해 동안 ‘농촌의 복음화’라는 교구의 사목방향에 맞춰 지구, 본당, 공소, 단체별로 공소와 농촌에 대해 관심과 사랑을 보여주심에 무엇보다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안동교구는 보다 체계적이며 지속적인 방법으로 교구의 뿌리인 농촌에 기쁨과 희망을 전하는 사목을 결코 게을리 하지 않을 것입니다. 농촌에 대한 교우 여러분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립니다.
저는 2005년 안동교구의 사목방향으로 한국천주교 주교회의의 특별관심사목 분야인 ‘가정의 복음화’를 제안합니다. 이러한 지향으로 발표되는 주교단의 ‘가정을 위한 교서’는 교구의 이러한 사목방향을 구체적인 실현단계로 이끌어주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입니다. 주교단의 이 교서가 ‘가정의 복음화’를 위한 지구나 본당 차원의 가정사목을 계획하는 데 있어서 뿐만 아니라 각 가정이 스스로 자기 가정의 구체적인 복음화 방법을 찾아 실현하는 데도 필요한 좋은 자료로 활용되기를 기대합니다.
사랑과 생명의 원천인 가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다행히 근년에 들어 많은 교구에서 가정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가정의 복음화’를 위한 다양한 사목적인 대안을 마련하여 실행에 옮기고 있습니다. 지난 8월 17일부터 23일까지 대전에서 열린 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 제8차 정기총회의 주제도 ‘가정문제’였습니다. 이처럼 국내외적으로 교회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정부차원에서도 가정문제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가지는 것은 가정이 바로 인간사회의 기초가 되는 공동체로서 현재 확산되고 있는 가정의 위기가 결국 인간사회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을 함께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확산되고 있는 가정의 위기와 해체현상의 저변에는 무엇보다도 물질주의와 이기주의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경제개발을 최고의 목표로 삼아왔습니다. 정부의 인구정책은 사회 윤리도덕의 약화를 가져왔고, 이로써 부각된 개인주의와 쾌락주의는 가정교육 부재현상 속에서 생명경시와 이혼 등 각종 병리현상을 낳고 있습니다. 이러한 병리현상의 첫 번째 피해자는 가정이고, 상처받고 해체된 가정은 사회에 또 다른 형태의 문제를 야기하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위기에 직면한 가정을 살리고 ‘가정을 복음화’하기 위하여 다른 어느 때보다도 더 온 힘을 기울여야 하는 시대의 부름을 받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가정사목의 대상이자 주체가 바로 가정’이라는 의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가정교회는 자신이 복음화의 주체로서 자신을 복음화하고 다른 가정을 복음화하기 위해 파견되는 사도라는 사실을 깊이 깨달아야 합니다. 또한 교구, 지구, 본당차원에서 실시하는 가정을 위한 여러 가지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가정을 ‘하느님 나라의 가치들’(마태 5-7장 참조)을 실현하는 구체적인 장소로 만들어가야 합니다. 신앙교육, 가정교육, 순결교육, 혼인 전 교육, 자연법적 출산조절 등에 보다 더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또 구체적인 방법을 익혀야 합니다. 특히 아시아 주교회의의 최종 메시지가 밝히는 바대로 우리 교회는 가정이 구심점이 되어 이웃과 함께 ‘사랑과 생명의 문화’를 증진시키는 일에 보다 더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갖가지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합니다. 가정이 바로 ‘사랑과 생명의 터전’이요 ‘사랑과 생명을 배우고 실현하는 최초의 학교’이기 때문입니다.
“생명의 문화는 하느님께서 주신 인간생명을 파괴하고 착취하며 억압하는 세력들에 강력히 대항합니다. 생명의 문화는 책임 있는 부모 의식, 효율성과 자본, 이익에 우선하는 인간생명의 존엄성을 적극 증진합니다. … 공동체의 건설자로서 우리는 우리 정부, 가정복지와 관련된 단체들, 교육기관, 매스미디어 제작자들과 후원자들, 다른 종교를 믿는 우리의 형제자매들, 그리고 선의의 모든 사람들이 사랑의 문화와 생명의 문화를 증진시키는 구심점인 가정을 강화하는 우리와 함께 해주기를 촉구합니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가정의 문제는 때때로 개개인의 문제 이상으로 다양하고도 복합적이기 때문에 가족 구성원 모두의 노력과 헌신 없이는 가정의 화목과 일치란 기대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우리는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때와 장소와 상황에 따라 섬세하고도 겸손한 마음으로 함께 풀어나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서로가 서로를 섬기겠다.’는 가족 개개인의 헌신적인 사랑입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2005년 한 해를 ‘성체성사의 해’로 선포하시면서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선물로 주신 ‘사랑과 생명’의 가치가 얼마나 존귀하고 고귀한지를 재차 천명하십니다. 이러한 마음으로 ‘가정의 복음화’를 위해 기도하고 노력한다면 우리 각자가 속한 가정이 바로 ‘사랑과 생명’이 충만하고 기쁨 넘치는 ‘작은 하느님 나라’가 되어 하느님께서 몸소 우리 모두에게 행복과 평화의 선물 안겨다 주실 것입니다. 교우 여러분들의 모든 가정에 주님께서 주시는 행복과 평화가 늘 가득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2004년 11월 28일 대림 제1주일
천주교 안동교구 교구장 권혁주 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