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서, 두려워하지 말고 선포하십시오!”
- 선교의 해 -
1. 친애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우리는 복된 ‘신앙의 해’를 함께 보내면서 신앙이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운 선물인지 확인하였습니다. 신앙 안에서 만나고 나누는 체험을 통하여 뿌듯한 기쁨도 맛보았습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신앙의 기쁨을 누리지 못할 뿐만 아니라 아무런 의미도 없이 세상에 떠밀려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니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보다 널리 신앙의 기쁨을 알리고 전해야겠다는 신앙인의 소명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하느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이 신앙을 통해 삶의 보람과 의미를 느끼고 참 기쁨과 행복도 누리며 살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겠습니다. 그래서 안동교구는 앞으로 2년 동안의 사목방향을 ‘선교의 해’로 정하고, 특별히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을 신앙의 길로 초대하는 데 함께 노력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보다 적극적이고 직접적인 우리들의 선교활동을 통해 교구 신앙 공동체가 더욱 새롭게 되고 우리의 신앙이 더욱 견고해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교회의 선교 사명」 2항 참조)
“신앙의 기쁨을 온 세상에 전하여라.”
2. 세상은 지금 물질과 권력, 성공과 세속적 쾌락이라는 우상에 매혹당하여 진정한 기쁨과 참된 행복을 잃어버리고 자신도 모르게 어둠의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하느님 없이”(에페 2,12) 살아도 된다는 인간의 오만함이 희망이 없는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이런 세상에서 누가 희망을 보여주고 새로운 삶으로 인도하는 기쁜 소식을 전할 수 있을까요? 이러한 세상의 한가운데서 교회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3. '선교'란 하느님을 통해 ‘내가 구원되었다’는 신앙의 확신과 기쁨을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그들을 구원으로 초대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물질과 권력, 성공과 세속적 쾌락이라는 우상 대신 구원과 희망의 하느님을 믿고 기쁘게 살아가는 신앙인들이 많을수록 이 세상은 희망이 있습니다. 세상의 빛으로서의 교회는 그리스도의 빛을 비추어야 합니다.(교회 헌장 1항) 교회가 믿는 신앙의 기쁨이 빛처럼 퍼져 나가 세상의 어둠을 밝혀야 합니다. ‘내가 구원되었다’는 신앙의 기쁨이 “마치 초 하나가 다른 초에서 그 불을 옮겨 받듯이 사람과 사람의 접촉을 통해 전달”(「신앙의 빛」 37항)될 것입니다. 주님께서 지금 나에게 말씀하십니다. “신앙의 기쁨을 온 세상에 전하여라.”
“가라! 두려워하지 마라! 섬겨라!”
4. 이 세 마디의 말씀은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2013년 7월 28일 제28차 세계청년대회 폐막미사 강론을 통해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전한 짧고 강력한 메시지입니다. “이제 여러분은 가서 이 체험을 다른 이들에게 전해야 합니다. 우리가 들은 하느님 말씀에 비추어 보면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이런 단순한 말씀을 들려주십니다. ‘가라! 두려워하지 마라! 섬겨라!’”
5. ‘가라! 두려워하지 마라! 섬겨라!’는 이 말씀을 통해 교황님께서는 신앙 안에서 만난 소중한 체험을 개인과 본당, 소속 단체의 생활 속에만 가두지 말고, 주님께서 보내시는 모든 곳에서 모든 사람과 함께 나누라고 하십니다. 아울러 신앙의 기쁨을 전하는 사람이 더 큰 기쁨을 얻는 체험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용기를 북돋아 주십니다. 그리고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 파견되는 것이니 전체 교회의 친교와 성인들의 통공을 기억하며 두려워하지 마라’고 격려하십니다. ‘선교란 우리의 이기심을 극복하고 예수님처럼 형제들의 발을 닦아주기 위해 몸을 숙이는 일’이라며 섬기는 삶을 강조하십니다. 이번 세계청년대회가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라!”(마태 28,19)는 주제로 시작하였으니, 교황님께서는 이 대회를 마치면서 자연스럽게 청년들을 전 세계 곳곳에 선교사로 파견하신 것입니다.
“가라! 두려워하지 마라! 선포하여라!”
6. 저는 교황님의 세계청년대회 파견 메시지의 마지막 말마디 ‘섬겨라’를 ‘선포하여라’로 바꾸어 보다 더 직접적인 선교 메시지로 사용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제부터 ‘가라! 두려워하지 마라! 선포하여라!’는 세 마디 말씀은 안동교구 전 신자들의 신앙을 자극하고 선교 열정을 고취시키는 선교 메시지가 될 것입니다. 우리가 머뭇거리고 주춤하고 안주하려 할 때 주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실 것입니다. “가라! 두려워하지 마라! 선포하여라!”
7. “가라!” -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세상에 파견하면서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19-20)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 16,15)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요한 20,21) 선교는 ‘성자께서 성부에게서 파견되신 것처럼 사도들을 파견'(요한 20,21)하시는 데서 시작됩니다. 그러므로 선교는 예수님의 지상명령(至上命令)으로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그런 명령이 아닙니다. 예수님을 따르고 믿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맡겨진 기본 소명입니다.(「현대의 복음 선교」 5항 참조) 그래서 사도 바오로는 이에 대해 “내가 복음을 선포하지 않는다면 나는 참으로 불행할 것입니다.”(1코린 9,16)라고까지 한 것입니다. 이처럼 '가라'는 말씀 안에는 구원의 진리 선포를 위해 세상에 파견되는 선교의 근본 의미가 함께하고 있습니다.
8. “두려워하지 마라!”(마태 10,26.28.31) 이 말씀 이면에는 항상 ‘두려워하지 말고 복음을 선포하라’는 격려와 축복의 의미가 함께 담겨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마태 10,26-33; 루카 12,2-9 참조)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파견하시며 '가라'고 말씀하실 때 친히 “내가 세상 끝 날까지 함께 있겠다.”(마태 28,20)고 약속하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복음 때문에 법정에 넘겨지거나 사람들로부터 미움을 받고 갖은 박해를 받을지라도, 박해하는 그들을 “두려워하지 마라.”(마태 10,26)고 말씀하십니다. 육신을 죽여도 영혼은 죽이지 못하는 그들을 “두려워하지 마라.”(마태 10,28)고 말씀하시며 오직 두려워할 분은 하느님 한 분 뿐이라고 하십니다. 복음에 적대적인 세상의 위협과 용기와 의지가 부족한 나약함에 굴복하지 말고 모든 신앙인들은 세상 끝 날까지 함께 하시겠다는 주님의 약속을 굳게 믿어야 합니다. 미사가 끝나고 파견할 때 주례 사제의 “주님과 함께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 라는 권고 안에도 '두려워하지 마라'는 말씀이 함축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파견되는 그 자리에 주님께서 함께 계시기 때문입니다.
9. “선포하여라!”(마태 10,7.27)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파견하시면서 하신 이 말씀은 단순히 '말하고 전하라'는 의미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하는 '증거'의 의미가 함께 포함되어 있습니다. 선포하는 내용은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마태 10,7 참조)는 기쁜 소식과 예수님께서 친히 말씀하시거나 가르치신 모든 내용입니다.(마태 10,27; 마태 28,20 참조) 더 정확히 말해서 우리가 선포해야 할 내용은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제28차 세계청년대회 개막식에서 하신 말씀이 떠오릅니다. “나는 금도 은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나는 내가 가진 것 중에서 가장 귀한 것을 가지고 왔습니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10. 사랑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신앙은 그저 예수님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보시듯이 그분의 눈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분께서 세상을 바라보시는 방식에 참여하는 것입니다.”(「신앙의 빛」 18항) 우리는 세상을 바라보시는 예수님의 시선으로, 희망을 잃고 좌절하는 이들에게 구원의 복음을 전하여야 합니다. 그들이 신앙의 기쁨을 체험할 수 있도록 용기 있게 세상 안으로 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을 통해 세상에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신앙의 참된 모습을 재발견하기를 바랍니다. 그렇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시는 사랑을 우리는 알게 되었고 또 믿게 되었습니다.”(1요한 4,16) 그러므로 “가서, 두려워하지 말고 선포하십시오!”
2013년 12월 1일 대림 제1주일
천주교안동교구장 권혁주 요한크리소스토모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