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재발견과 교회의 쇄신
1.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모두는 지금 “믿음의 문”(사도 14,27)으로 초대받고 있습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개막 50주년을 맞아 전 교회에 ‘신앙의 해’를 선포하셨습니다. ‘신앙의 해’의 목표는 근본적으로 ‘신앙의 재발견과 교회의 쇄신’에 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교황님께서 당신의 교서 「믿음의 문」에서 밝히셨듯이, 우선 우리 모두는 “그리스도와 만나는 기쁨과 새로운 열정을 더욱 북돋우기 위하여 신앙의 여정을 재발견할 필요가 있습니다.”(2항) 그리고 신앙의 재발견을 통한 ‘교회의 쇄신’도 동시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교회의 쇄신은 믿는 이들의 삶의 증언을 통하여 이루어져야 합니다.”(6항) 그래서 ‘신앙의 해’를 주님의 축복과 은총 속에서 보다 풍요롭고 보람되게 보내기 위해서 저는 오늘 우리 교구 교구민 모두에게 ‘신앙의 재발견과 교회의 쇄신’이라는 신앙의 공동과제를 하나 드리고 싶습니다. ‘신앙의 해’를 보내는 한 해 동안 특별히 집중적으로 이 과제를 함께 공부하고 함께 실천하면서 신앙의 새로운 기쁨을 함께 누렸으면 좋겠습니다.
2. ‘신앙의 재발견과 교회의 쇄신’을 위한 구체적인 노력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표현이 된 ‘새로운 복음화’의 내용으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새로운 열정, 새로운 방식, 새로운 표현’으로 우리 시대에 맞게 적용되어 진행될 것입니다. ‘그리스도 신앙의 전수를 위한 새로운 복음화’라는 주제를 가지고 세계 각국 대표 주교님들이 로마에 모여서 지난 10월 7일부터 오는 10월 28일까지 3주간 동안 제13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이 세계주교대의원회의는 사실상 ‘신앙의 해’ 개막 행사의 성격을 띠고 있는데, 이 회의의 결과가 나오면 ‘신앙의 재발견과 교회의 쇄신’이라는 우리의 공동과제를 실현하는 데 하나의 길잡이 역할을 하리라 기대해 봅니다. 그 이전에 먼저 저는 여러분들이 ‘신앙의 해’를 보다 더 잘 시작하기 위해, 그리고 출발부터 ‘신앙의 해’의 선물을 보다 더 풍요롭게 누리기 위해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 ‘신앙의 해’ 제정 자의교서로 발표하신 「믿음의 문」과 교구 사목국에서 ‘신앙의 해’에 관한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한 리플릿 「‘신앙의 해’가 궁금해요」를 각자 읽고 그 내용을 숙지할 수 있기를 부탁드립니다. 그러면 ‘신앙의 해’에 무엇을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보다 분명하게 보일 것입니다.
신앙의 재발견
3. 교회가 ‘신앙의 해’를 제정한 목적은 일차적으로 이미 신앙을 받아들이고 하느님의 백성이 된 이들이 스스로 신앙을 재발견하도록 돕는 데 있습니다. 이것이 새로운 복음화의 첫 여정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리스도교 신자였으며 세상사 모든 것이 그리스도교의 가치 토대 위에서 이루어진다고 생각했던 서구 교회와 사회에서 이제 더 이상 하느님과 신앙이 “사회생활의 자명한 전제”(「믿음의 문」2항)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신앙의 위기 상황이 이런 필요성을 제기한 것입니다. 오늘날 쉬는 신자의 증가와 주일 미사 참례자의 감소, 청소년과 젊은이들이 교회에서 멀어져가는 우려스러운 현실에 직면한 한국 교회도 서구 교회와 다를 바 없는 신앙의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도 신앙의 재발견과 새로운 복음화가 절실히 필요한 때라 여겨집니다.
4. 신앙인에게 있어서 계시된 성경 말씀을 기꺼이 듣고 교회의 공적인 가르침에 마음으로 동의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사실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우리는 신앙을 새롭게 확인하고 신앙을 재발견하게 됩니다. ‘신앙의 해’의 개막을 「가톨릭교회교리서」 반포 20주년이 되는 날이기도 한 오늘로 정한 이유 또한 신앙에 대한 교회의 중요한 가르침이 교리서에 담겨 있고 그 교리서의 내용을 통해 신앙의 본질을 재발견 할 수 있음을 강조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신앙의 내용을 체계적으로 알고자 하는 이라면 누구나 「가톨릭교회교리서」에서 귀중하고 꼭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 바로 이러한 의미에서 ‘신앙의 해’ 기간 동안 「가톨릭교회교리서」에 체계적이고 유기적으로 정리되어 있는 신앙의 근본 내용을 재발견하고 연구하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믿음의 문」 11항)
5. 신앙이란 하느님의 초대에 대한 인간의 인격적인 응답입니다. 하느님께서 보내신 예수 그리스도의 부르심에 온전히 자유롭게 전인적으로 응답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하느님을 새롭게 만나고 예수 그리스도를 새롭게 체험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을 우선적으로 선택하고 그분을 우리 삶의 첫 자리에 두며 사는 것입니다. 하느님이 보내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며 그분과 하나 되어 사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예수님이 가지셨던 하느님께 대한 무한한 신뢰와 인간에 대한 한없는 사랑이 우리 신앙의 척도가 됩니다. 결국 우리가 예수님의 말씀대로 충실히 살려고 노력할 때, 예수님처럼 살고 그분을 닮으려고 노력할 때 우리의 믿음은 더 커진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사랑으로 행동하는 믿음”(갈라 5,6)이 인간의 삶 전체를 바꾸어 놓는 사유와 행동의 새로운 기준이 된다고 교황님께서 말씀하신 이유도 이러한 신앙의 위대함을 강조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믿음의 문」 6항 참조)
교회의 쇄신
6. “신앙 고백은 개인적이며 동시에 공동체적인 행위입니다. 사실, 신앙의 첫 주체는 교회입니다.”(「믿음의 문」 10항) 그리스도인이란 이미 혼자가 아닙니다. “그리스도인은 세상에서 살아간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주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남겨 주신 진리의 말씀을 널리 퍼뜨리라는 부름을 받았습니다.”(「믿음의 문」6항) “신앙은 세상에서 우리가 모두 부활하신 주님 현존의 살아있는 표징이 되라고 당부합니다.”(「믿음의 문」15항) 교황님의 이 모든 말씀이 저에게는 ‘세상 안에 살아있는 교회가 되라’는 당부의 말씀으로 들립니다. ‘새로운 복음화’를 통해 ‘교회의 쇄신’을 일구어내라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오늘날에도 믿는 기쁨과 신앙 전수의 열정을 되찾기 위해서는 새로운 복음화를 향한 교회의 더욱 힘찬 노력이 필요합니다.”(「믿음의 문」7항)
7. 50년 전 개막했던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세상을 향해 교회의 빗장을 열어젖히고 교회 쇄신의 전기를 마련하였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방향과 정신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에게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나침반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교황님께서 “공의회는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교회의 쇄신에 더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말씀하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믿음의 문」5항 참조) 그래서 오늘 우리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을 올바로 읽고 그 정신을 받아들이면서 우리 시대에 교회 쇄신의 방향을 정립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8. 세상을 향해 문턱을 낮춘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을 회복하고 다시 한 번 교회 쇄신에 불을 지펴야 합니다. 이것이 곧 이번 ‘신앙의 해’의 중심 주제인 ‘새로운 복음화’입니다. 오늘날 교회가 직면해 있는 신앙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복음화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 ‘새로운 열정, 새로운 방법, 새로운 표현’으로 활력이 넘치는 신앙생활, 충만한 복음 정신으로 쇄신되어야 합니다. 모든 신앙인들이 타성에 젖은 무기력에서 벗어나고, 잃어버렸던 신앙인의 기쁨과 정체성을 되찾아 교회의 신앙과 그 선포에 반대하는 도전들에 용기 있게 맞서야 합니다. 이를 위해 한국 교회의 수많은 신앙 선조들의 발자취를 기억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할 것입니다. 그분들이 어떻게 믿고 또 살아갔는지를 진지하게 묵상해 보아야 합니다.
기쁘고 떳떳하게
9. 앞에서 살펴본 ‘신앙의 재발견과 교회의 쇄신’이라는 우리의 공동과제를 보다 구체적으로 교구 공동체 안에서 생생하게 실현하기 위해, 저는 교구 설정 40주년 때 우리 교구 신앙공동체의 삶의 지표로 삼았던 교구 사명선언문의 정신을 ‘신앙의 해’의 삶의 목표에 접목해서 새롭게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교구 사명선언문의 정신과 지향하는 네 가지 교회 모습이 2012년 10월 11일 오늘 보편 교회가 ‘신앙의 해’를 선포하면서 추구하는 목표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 번 교구 사명선언문이 지향하고 있는 네 가지 교회의 모습을 함께 상기해 보고 싶습니다. 그것은 시대의 아픔에 동참하는 열린 교회, 성숙한 신앙인으로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하는 교회, 작은 것과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교회, 서로 나누고 섬기며 하느님의 뜻대로 살아가는 교회의 모습입니다. 신앙의 재발견과 교회의 쇄신이 이런 방향으로만 이루어진다면 우리는 이미 ‘기쁨 넘치는 하느님 나라’에서 ‘기쁘고 떳떳하게’ 주님의 자녀로 살아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이 터에서/ 열린 마음으로/ 소박하게 살고/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서로 나누고 섬김으로써/
기쁨 넘치는 하느님 나라를 일군다.” (안동교구 사명선언문)
2012년 10월 11일
천주교 안동교구 교구장 권혁주 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