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나누고 섬기며 사는 기쁨을 !
- 서로 나누고 섬기며 하느님의 뜻대로 살아가는 교회 -
1. 친애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우리는 2009년 9월 20일에 전 교구민이 함께 모여 교구 설정 40주년 감사미사를 드렸습니다. “기쁘고 떳떳하게!”를 힘차게 외치며 교구사명선언문의 내용을 노래말에 담아 한 마음 한 목소리로 불렀던 우리의 합창은 아직도 우리 귓가를 맴돌아 그때의 감동을 되살아나게 합니다. 전 교구민이 함께 “우리는 이 터에서 열린 마음으로 소박하게 살고,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서로 나누고 섬김으로써 기쁨 넘치는 하느님 나라를 일군다.”는 다짐을 온 천하에 공표하였고 이는 또한 안동교구의 어제와 오늘과 내일의 삶이 되어야 한다고 확인하였습니다. 우리는 교구 40주년을 준비하면서 2007년부터 교구사명선언문의 내용을 단계적으로 그리고 구체적으로 우리 삶의 현장에서 실현하려고 함께 노력해왔으며, 2010년 올해는 이를 마무리하는 해입니다.
사목 방향
2. “우리는 이 터에서 … 서로 나누고 섬김으로써 기쁨 넘치는 하느님 나라를 일군다.” 이것이 올해 안동교구가 목표로 삼는 삶의 방향입니다. 그리하여 ‘서로 나누고 섬기며 하느님의 뜻대로 살아가는 교회’의 모습을 우리 삶의 현장 곳곳에서 함께 이루어 나갈 것입니다. 교구사명선언문의 내용에 따라 2007년부터 “열린 마음으로/ 소박하게 살고/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를 지향하며 우리가 단계적으로 함께 살아온 구체적인 삶들이 2010년도에는 ‘서로 나누고 섬기는 삶’ 안에서 더욱 활짝 꽃피고 열매 맺게 될 것입니다. 시대의 아픔에 동참하는 열린 교회(2007년), 성숙한 신앙인으로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교회(2008년), 작은 것과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교회(2009년)의 토양 위에 올해는 서로 나누고 섬기며 하느님의 뜻대로 살아가는 교회(2010년)를 세울 것입니다. 그리하여 ‘서로 나누고 섬기며 사는 기쁨’으로 기쁨 넘치는 하느님 나라를 지금 여기서부터 함께 일구어 나갈 것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방향 안에서 교구 40주년의 여정을 마무리할 것이고 그 다음부터는 사명 선언문의 삶을 더욱 심화시켜 나갈 것입니다.
나눔과 섬김의 원천
3. “나눔과 섬김”의 원천은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무엇보다도 생명이신 하느님의 사랑이 모든 피조물에게 미치는 방법이 나눔과 섬김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러한 방법으로 세상과 인간을 구원하고자 하셨고 당신의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구체적으로 이러한 당신의 뜻을 실현하셨습니다. 하느님이 사람이 되어 오신 예수님 강생의 신비에서부터 십자가의 죽음을 통한 부활의 영광에 이르는 파스카 신비에 이르기까지 예수님의 온 생애는 “나눔과 섬김”의 삶이었습니다. 이렇게 하여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이 어떠한 분이신지, 하느님의 사랑이 어떻게 베풀어지는지를 구체적으로 우리에게 보여주셨습니다. 예수님의 이러한 삶을 한 마디로 요약해서 말한다면 “나눔과 섬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4. 우리가 복음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나눔과 섬김”이 있는 삶의 자리는 예수님을 통해서 세상과 인간을 구원하시려는 하느님 아버지의 뜻이 분명하게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구원의 자리입니다. 복음에 나오는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 이야기’(마태 14,13-21)와 ‘제자들의 발을 씻기신 예수님 이야기’(요한 13,1-20)는 대표적으로 이러한 “나눔과 섬김”의 상징적인 의미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친구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요한 15,13)는 예수님의 말씀과 실천 안에서 우리는 실제로 이러한 “나눔과 섬김”의 절정을 봅니다.
5. 우리는 예수님의 “나눔과 섬김”을 오늘도 교회의 성찬례 안에서 성사적인 방법으로 끊임없이 기억하고 재현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지극히 거룩한 성체성사 안에서 빵으로 쪼개지고 나누어져 우리의 생명이 되시고 그 생명으로 우리를 살게 하십니다. 더 나아가 우리로 하여금 “나눔과 섬김”으로 성찬례의 삶을 살도록 초대하십니다. 그래서 이 성찬례의 삶은 ‘서로 나누고 섬기며 사는 기쁨’으로 우리가 지금 여기서부터 ‘기쁨 넘치는 하느님 나라’를 살고 일구는 계기가 됩니다.
나눔과 섬김의 관계
6. “나눔과 섬김”은 실제 삶에 있어서는 하나로서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이 말은 진정으로 나누지 않는 사람은 진정으로 섬길 수 없으며, 진정으로 섬기지 않는 사람은 진정으로 나눌 수 없다는 뜻입니다. “나눔과 섬김”의 원천이 하느님의 조건 없는 사랑이라 했습니다. 조건 없는 사랑이란 다른 말로 조건 없이 나누고 조건 없이 섬기는 순수한 사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어떠한 이해타산도 전후도 없습니다. 이러한 사랑에서는 나누고 섬기는 것이 조건 없이 동시에 이루어지며 자연스럽게 하나가 됩니다. 그래서 필요할 때는 가진 것을 모두 줄 수 있고 자기 생명까지 내놓을 수 있게 됩니다. 결국 이러한 “나눔과 섬김”의 삶은 하나이신 하느님의 생명에 참여하는 삶으로 모든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삶을 지향합니다.
7. “나눔과 섬김”의 삶은 모든 생명을 살립니다. 그래서 “나눔과 섬김”은 세상과 인간, 곧 모든 피조물과의 관계를 생명의 원천이신 하느님과의 관계 안으로 끌어들이며, 모든 피조물이 ‘죽지 않으시고 생명 그 자체이시며 사랑 자체이신 그분과 관계를 맺고 그분의 생명 안에서 살아가도록’ 이끌어 줍니다.(희망으로 구원된 우리, 27 참조) 특별히 “나눔과 섬김”은 가난하고, 약하고, 상처받은 생명을 우선적으로 선택하여 살리는 데에 그 목적이 있습니다. 이는 인간 생명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자연 생명을 위해서도 그렇습니다. “나눔과 섬김”이 생명과 맺는 이러한 관계는 그 뿌리가 생명이신 하느님에게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나눔과 섬김의 실천
8. “나눔과 섬김”은 하느님께서 예수님을 통해서 이 세상을 구원하신 가장 적절한 방법이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나눔과 섬김” 그 자체가 우리에게는 구원의 기쁜 소식, 곧 복음(福音)이 됩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이 세상에 복음을 전하는 가장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선교 방법 또한 ‘나눔과 섬김의 실천’이 되어야 함은 당연한 일입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는 “선교의 첫째가는 아주 중요한 형태는 그리스도교 생활의 증거”(교회 선교 사명, 42)라고 말씀하셨는데, 저는 이 말씀을 보다 더 구체적으로 예수님 증거의 으뜸 방법인 ‘나눔과 섬김의 실천’ 생활에 적용시켜서 알아듣고 싶습니다.
9. “나눔과 섬김”을 다른 말로 ‘친교’(親交)의 삶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때 ‘친교’란 말의 의미는 단순히 친목을 나누는 정도의 소극적인 의미가 아니라 모든 면에 있어서 함께 책임을 지고 함께 삶을 나누는 공동운명체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성서적인 의미를 덧붙이자면 ‘친교’란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여 모든 지체가 함께 역할을 하고 함께 사는 것입니다.(1코린 12,12-31 참조) 저는 올해 우리 교구의 사목 방향인 ‘나눔과 섬김의 실천’ 생활을 이러한 ‘친교’의 의미에 초점을 맞추어 교회 내외적인 차원에서 모든 계층 간에 서로 나눔과 섬김으로 ‘친교’를 이루고 실현해나갔으면 합니다. 교회 내적으로는 사제와 사제, 사제와 평신도, 남녀 교우관계, 단체와 단체, 본당과 본당, 지구와 지구와의 친교 그리고 가정 교회로서 가족 구성원간의 깊은 친교를 이루어 가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교회 외적으로는 노사 간의 관계, 농촌과 도시, 지역과 지역, 인간과 자연 생명 등 사회의 각종 양극화 현상 극복을 위해 상호간의 적극적인 ‘친교 문화’를 조성해나갔으면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먼저 앞장서 주셨으면 합니다.
10. 친애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작은 교구라는 우리 안동 교구의 조건은 초대 교회 공동체의 모습을 보다 더 쉽게 실현할 수 있는 적합한 현장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서로 나누고 섬기며 살아갈 수 있는 아주 좋은 조건과 환경을 주셨습니다. 풍족하지는 않지만 항상 조금 모자라는 조건과 환경에서 그 빈 공간을 하느님으로 채우며 서로 나누고 섬기며 살게 배려하셨습니다. “나눔과 섬김”의 공동체 정신은 교구의 전통 속에서 이미 우리 몸에 배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교우 여러분들과 함께 올해 교구 40주년을 마무리하면서, “나눔과 섬김”을 우리 안동교구의 오늘과 내일을 특징짓는 삶으로 만들어 나가자고 감히 제안하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 우선 가까운 곳에서부터, 작은 것부터 우리가 열린 마음으로 소박하게 함께 노력해나가면 하느님께서 분명히 도와주시고 이끌어주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사랑하는 안동교구 교우 여러분, 나누고 섬기며 사는 이러한 기쁨이 여러분과 여러분이 함께하는 모든 곳에 충만하기를 기도하며 특별히 기쁨 넘치는 하느님 나라의 축복이 지금 여기서부터 여러분과 함께 하기를 빕니다.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지니셨던 바로 그 마음을 여러분 안에 간직하십시오."(필립2,5)
2009년 11월 29일 대림 제 1주일
천주교 안동교구 교구장 권혁주 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