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 승천 대축일 메시지(26/08/15)
평화의 모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전쟁은 1635일째, 미국과 이란의 중동 전쟁은 169일째 진행 중입니다. 전쟁으로 인한 세기적인 갈등과 분열은 온 세상을 혼돈과 혼란에 빠뜨리고 있고 사람들에게 경제적으로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까지 불안한 삶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한반도의 남북 간 긴장 관계도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그 결과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서로 편 가르며 대립하고 갈등하는 적대 문화가 득세하면서 함께 더불어 사는 평화로운 세상은 더욱 요원하게만 보입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다른 어느 때보다도 평화를 갈망하며 목말라하는 긴급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평화를 위한 기도와 노력이 정말로 절박한 중요한 시점에 와 있음을 함께 절감하고 있습니다.
교회는 전통적으로 성모 마리아를 “평화의 모후(母后)”라고 부르며 사람들이 하느님께서 주시는 참 평화가 실현되는 세상에서 살 수 있게 되기를 끊임없이 기도하며 노력해왔습니다. 그 이유는 성모 마리아께서 참 평화를 이루시려 이 세상에 오신 ‘평화의 임금’ 예수 그리스도를 낳으시고 기르신 어머니이실 뿐만 아니라 그 평화의 길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시는 우리들의 어머니도 되시기 때문이며, 또한 마리아께서는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어머니로서 평화를 가로막고 평화에 장애가 되는 모든 요소, 곧 ‘죄에 물듦이 없이’ 잉태되신 분으로 평화의 모후가 되시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당신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하느님과 화해시키시고 평화를 이룩하신(에페 2,13) 그 십자가 아래 함께 하셨던 마리아(요한 19,25)께서는 특별히 당신 아들의 평화를 나누어 받으셨기에 그 평화를 우리에게도 건네주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신을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이는 자들까지 용서하는 아들의 조건 없는 용서와 화해를 똑같이 온몸으로 받아들임으로써 평화의 절정에까지 동참하신 마리아께서는 누구보다도 먼저 아들의 부활을 몸으로 얻어 누리는 영광을 얻어 누리셨으니 참 평화의 첫째 모범이 되심으로써 우리 평화의 모델이 되셨습니다. 이것이 바로 오늘 우리가 함께 경축하는 성모승천 대축일의 의미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우리가 소위 ‘마리아의 노래’(Magnificat)라고 말하는 오늘 복음(루카 1,46-55)에서 마리아는 자기 자신이 얻어 누리게 될 하느님 나라의 그 평화를 노래합니다. 마리아가 노래하고 교회 전체가 함께 믿는 그 평화의 내용을 함께 살펴봅니다. 이 노래에는 두 부류의 사람들이 나타납니다. 곧 교만한 자들과 겸손한 자들, 권세 있는 자들과 보잘것없는 자들, 배고픈 자들과 부유한 자들이 그들입니다. 이들은 서로 원수가 되어 갈라져서 살아야 할 사람들이 아닙니다. 오히려 서로가 하나 되어 하느님 나라의 평화를 세상에 드러내야 할 사람들입니다. 원래 하느님의 계획이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서로 원수가 되어 갈리게 했던 담을 헐어버리고 그들을 화해시키고 하나로 만들어 평화를 이룩하려는 것’(에페 2,14-15)이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원수 된 사람들이 서로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이 땅에서 평화를 이루며 살기를 원하셨습니다. 그리하여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며 특히 편을 가르거나 대립과 갈등을 조장하지 말고 함께 평화의 하느님을 섬기며 살기를 원하신 것입니다. 그래서 당신 자신을 “우리의 평화”(에페 2,14)라고 하시며, 성모 마리아께서는 우리에게 “평화의 모후”가 되신다고 말씀하실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가 평화를 이룰 수 있는 일들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겠습니까? 우리가 어떻게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마태 5,9)이 될 수 있겠습니까? 이를 위해 우선 우리가 무엇을 구체적으로 할 수 있을지 어떤 일들을 할 수 있을지 함께 생각해 봅니다. 그러한 일들에는 모든 사람을 조건 없이 포용하고 원수까지도 사랑하는 일, 친교를 이루며 서로 화해와 일치를 위해 노력하는 일, 온갖 폭력과 테러와 전쟁을 멈추게 하는 일,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대접받는 세상을 만드는 일,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섬기는 일, 어렵게 사는 농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 병든 이를 돌보는 일, 슬퍼하는 이를 위로하는 일, 피조물 보호와 생태적 회심을 위해 함께 하는 일, 이상 기후 극복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일, 더불어 사는 세상의 기쁨과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일 등 먼저 각자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며 그 안에서 참 평화를 이루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평화를 이루는 일들’ 중에서 어떤 것 하나라도 실천하고 있다면 우리는 우리 스스로 각자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마태 5,9)이 말할 수 있겠습니다. “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의 아들이라 불릴 것이다.”(마태 5,9) 주님의 이 말씀으로 우리는 “평화를 이루고자 하는 사람들”이 되게 해달라고 더 적극적으로 평화의 모후이신 성모 마리아께 함께 전구 기도를 바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평화의 모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