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 본당 견진(26/05/24)
“성령을 받아라.”(요한 20,23)
오늘은 성령강림 대축일입니다.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는 2000여 년 전 사도들의 성령강림 체험이 오늘 우리에게 새로운 성령강림 체험이 되도록 배려하시며 우리를 초대하십니다. 사도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기도하고 있을 때 ‘갑자기 하늘에서 거센 바람이 부는 듯한 소리가 나더니, 그들이 앉아 있는 온 집 안을 가득 채웠습니다. 그리고 불꽃 모양의 혀들이 나타나 갈라지면서 각 사람 위에 내려앉았습니다.’(사도 2,1-3) 성령을 받은 사도들은 거센 바람이 진부한 모든 것들을 쓸어가 내면으로부터 신선한 바람을 느끼듯 성령을 체험했으며, 불꽃 모양의 혀 형상으로 나타난 성령은 사도들의 마음을 사랑으로 불타게 하고 하느님의 말씀에 사로잡히게 하였습니다. 오늘 우리에게도 똑같은 놀라운 체험이 새롭게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며 기도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모두에게 오늘 특별히 이러한 은총을 허락하시고 계십니다. 요한 23세 교황님께서 기도하신 것처럼 우리도 다음과 같은 기도를 함께 바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성령님, 새로운 성령강림으로 우리에게 놀라운 일을 새롭게 하소서.”
오늘 복음(요한 20,19-23)은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성령의 선물로 두 가지 선물을 이야기합니다. 그 두 가지 선물은 평화와 용서의 선물입니다.
평화의 선물은 무엇보다도 두려움에서 해방된 기쁨의 선물입니다. 두려워서 문을 잠그고 있던 사람들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평화를 전할 수 있게 됩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는 다른 평화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평화는 예수님께서 몸소 당신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로 ‘세상을 이긴’(요한 16,33 참조) 평화입니다. 사도 바오로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리스도 주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평화는 그리스도 자신입니다. 바오로가 직접 “그리스도는 우리의 평화이십니다.”(에페 2,14)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는 그리스도께서 친히 우리 안에서 이루시는 평화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그리스도] 당신 안에서 두 인간, 다시 말해서 당시의 유다인과 이민족처럼 서로 적대 관계에 있는 두 인간을 하나의 새 인간으로 창조하시어 평화를 이룩하시고, 십자가를 통하여 그 양쪽을 한 몸 안에서 하느님과 화해시키시어, 그 적개심을 [그리스도] 당신 안에서 없애신’(에페 2,15-16) 그러한 평화입니다. 다시 정리해서 말씀드리면, 부활하신 주 예수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평화는 단순히 다툼이나 갈등이 없는 소극적인 평화가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서 둘이 온전히 하나가 되는 적극적인 평화로, 그리스도 자신을 말합1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건네신 “평화가 너희와 함께!”(20,19.21)라는 인사 말씀의 진정한 의미는 ‘부활하신 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누리는 평화가 그들과 함께’ 하기를 바라신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평화는 그저 다툼이나 갈등, 싸움이나 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그 평화는 ‘주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하는 평화’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사이에 서로 이러한 평화가 없다면, 우리가 참으로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있다고 말할 수 없는 것입니다. 결국 예수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평화는 성령이 함께할 때만 가능한 평화입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가 말한 대로, 성령에 힘입지 않고서는 아무도 “예수님은 주님이시다.”라고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로마 12,3).
그리고 성령의 선물로 용서의 선물이 있습니다. 용서를 통하여 모든 이가 새롭게 창조되고, 세상이 새롭게 됩니다. “성령을 받아라.”(요한 20,22) 하고 하시며 숨을 불어넣으시는 예수님의 행위 자체가 창조의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숨”은 “생명”입니다. “숨”을 거두면 “생명”이 사라집니다. “숨”을 불어넣으시는 예수님의 창조 행위는, 인간을 창조하실 때 흙으로 사람을 빚으시고 코에 “생명의 숨”을 불어 넣으시는 하느님의 행위(창세 2,7)를 연상하게 합니다. 바로 이어서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요한 20, 23)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의 이 말씀으로 하느님에게만 유보된 죄를 용서하는 권한이 예수님을 통하여 우리 교회에, 그리고 우리에게 주어집니다. 죄인이 용서받고 구원받을 수 있게 됩니다. 이 엄청난 선물이 하느님께서 친히 우리 죄인들을 위해 마련해주신 성령의 선물입니다. 이 선물은 고해성사를 통하여 우리에게 주어지기도 하고 성령 안에서 서로 용서해 주는 형제적인 사랑과 화해를 통해서 우리에게 주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성령의 특별한 선물인 용서의 선물은 넓은 의미로는 용서와 화해의 선물이라고 합니다.
이제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성령께 마음을 열고 특별히 평화의 선물과 용서의 선물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마음을 열고 성령의 선물을 우리 내면 깊숙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하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지금 바로 우리 내면으로부터 신선한 바람이 거세게 불어 우리들의 새로운 삶을 방해하는 찌꺼기들인 “불륜, 더러움, 방탕, 우상숭배, 마술, 적개심, 분쟁, 시기, 격분, 이기심, 분열, 분파, 질투, 만취, 흥청대는 술판, 그밖에 이와 비슷한 것들”(갈라 5,19-21)을 몰아내도록 성령께 간청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곳을 “사랑, 기쁨, 평화, 인내, 호의, 선의, 성실, 온유, 절제”(갈라 5,22-24 참조)의 선물로 채워달라고 기도하는 것입니다. 특별히 오늘 견진성사를 통하여 성령의 특은을 받는 우리 형제자매들을 위해 함께 기도해야 합니다. 평화와 용서의 선물을 통해 우리 모두의 삶이 풍요로워질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해야 합니다. 우리에게 성령께서 임하시도록 함께 기도합시다.
† “오소서, 성령님. 저희 마음을 성령으로 가득 채우시어 저희 안에 사랑의 불이 타오르게 하소서. 주님의 성령을 보내소서. 저희가 새로워지리이다. 또한 온 누리가 새롭게 되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