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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장말씀희년 폐막 미사(2025.12.28)
  • 작성자 홍보전산
  • 작성일 2025-12-30 오후 1:32:50
  • 조   회 65

희년 폐막 미사(25/12/28)

 

희망의 순례자가 되십시오!”

 

오늘 20251228일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에 전 세계 개별교회 주교좌 성당에서는 2025년 정기 희년 폐막 미사를 봉헌하면서 정기 희년을 마무리합니다. 희년은 마무리되지만, 각자에 베풀어진 희년의 축복과 은총은 멈추지 않고 살아 있을 뿐만 아니라 더욱 풍성하게 작용하며 확장됩니다. 희년의 주제로 주어진 희망 메시지희망의 순례자로 초대된 축복의 말씀은 여전히 그 효력이 유효합니다. 레오 14세 교황님께서 희년의 폐막을 며칠 앞두고 하신 말씀에서도 우리는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희년이 마무리되어 가더라도, 우리가 찾고 받았던 희망은 끝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늘 희망해야 합니다. 희망이 없으면 우리는 죽은 것이나 다름없지만, 희망이 있다면 우리는 다시 태어나고 새로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레오 14, 1221)

 

2025년 정기 희년 선포와 축복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우리에게 주고 가신 마지막 선물이기도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생전에 사도직 활동을 펴시면서 가장 관심 있게 강조하시고 전하시고자 하신 메시지가 바로 희망에 대한 메시지였습니다. 이미 생전(20251)에 출간된 교황님의 자서전의 책 제목 희망이 말해주듯이 희망은 교황님 당신이 온몸으로 전하고 싶을 정도로 중요하게 여긴 메시지였습니다. 자서전에 나오는 내용 중 일부 내용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20세기 초 프랑스의 시인 샤를 페기(1873-1914)는 희망을 주제로 아름다운 글을 남겼습니다. “희망을 믿음과 사랑이라는 두 언니 사이에 있는 어린 소녀에 비유했습니다. 두 번째 덕의 신비를 향한 문이라는 그의 작품에서 비유에 대한 그의 독특한 통찰력을 소개하고 있는데, 먼저 비유의 원래 내용을 살펴봅니다.

 

희망은 아직 오지 않은 것, 세상의 미래와 영원에 존재하는 것을 사랑한다. 자갈투성이에 힘겨운 오르막, 끝없이 오르는 그 길에서, 여리디여린 희망은 손을 잡고 이끄는 두 언니에게 매달려 올라간다. 희망은 두 언니 사이에서 마치 걸을 힘도 없는 어린아이처럼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끌려가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희망이 두 언니에게 걸을 힘을 주며 이끌고 있다. 희망은 모든 사람을 걷게 하고 이끄는 힘이다. 사람들이 어린 자녀를 위해 일하듯이, 두 언니는 어린 동생을 위해 길을 오르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이 비유에 대한 샤를 페기의 독특한 통찰력을 다음과 같이 풀이하고 정리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의 믿음에 그리 놀라워하지 않으신다고 합니다. 창조된 세상 안에서 빛나는 모든 것이 이미 그 믿음을 분명하게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또한 하느님께서는 사랑에도 특별히 놀라워하지 않으십니다. “당연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페기는 말합니다. “이웃을 사랑하는 것은 쉽습니다. 그저 자신을 내어 맡기기만 하면 됩니다.” 오히려 사랑하지 않으려면 자신에게 폭력을 가해야 하고, 스스로를 고문하고 괴롭혀야 하며, 자신의 본성을 거스르고 뒤틀어야만 합니다.” 하지만 페기는 진정 하느님의 마음을 놀라움과 감동으로 채우는 것은 바로 사람들의 희망이라고 말합니다. “오늘의 현실이 이토록 힘겨운데도 내일은 분명 더 나아질 것이라 믿는 그 마음이 바로 그것입니다.

페기의 시적 표현에 따르면, 믿음은 충실한 아내이고 사랑은 어머니입니다. 그러나 희망은 보잘것없어 보이는 작은 아이입니다. 믿음과 사랑이라는 두 언니 사이에서 걸어가지만 아무도 그 아이를 눈여겨보지 않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바로 이 아이, 이 하찮아 보이고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아이가 온 세상을 품에 안고 나아갈 것입니다. “홀로 모든 이의 발걸음을 이끌어 갈 것입니다. “아직 학교에 다니는 이 꼬마 아이는 언니들의 치마 사이에서 헤매며 걸어갑니다.” 하지만 바로 이 아이, 희망이야말로 모든 것을 앞으로 이끄는 힘입니다. 믿음이 지금 눈앞에 있는 것만을 바라보는 동안, 희망은 앞으로 피어날 것들을 봅니다. 사랑이 현재의 것만을 품는 동안, 희망은 미래에 태어날 것들을 사랑으로 감싸 안습니다. 그렇게 희망은 믿음과 사랑, 이 두 자매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그들을 앞으로 이끌며, 모두 함께 나아가게 합니다.(444)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이 희망을 신앙인의 시각으로 다시 이렇게 정리합니다.

 

저는 그 희망의 모습을 여러 얼굴에서 봅니다. 더 나은 미래와 더 품위 있는 삶을 찾아 나선 농부, 장인, 노동자, 그리고 이주민의 모습에서 말입니다. 또한 어려운 시절에도 자녀들을 위해 끈질기게 싸워오신 저의 조부모님과 부모님, 그리고 수많은 이들의 주름진 얼굴에서도 그 희망을 봅니다. 그들은 모두 희망을 붙들고 싸워왔습니다. 저의 식구들을 태운 배가 아르헨티나를 향해 떠났던 항구 도시, 제노바 출신의 한 가수가 부른 노래가 생각납니다. 마치 아버지가 아들에게 쓴 편지 같은 이 노래는 우리에게 당부합니다. 꿈을 꾸라고, 현실에 그저 순응하거나 환멸에 빠지지 말고 더 넓은 지평을 향해 눈을 들라고 말입니다.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바다가 거세질 때 제일 먼저 가라앉는 것은 생각 없이 사는 사람들이라네.” 희망이 없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삶의 거센 피도 앞에서 쉽게 가라앉고 맙니다. 반면 그리스도인의 희망은 겸손하면서도 강한 덕입니다. 이는 삶의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를 굳건히 지탱해 주고, 결코 가라앉지 않게 해주는 힘입니다.(445)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이러한 희망의 가치를 희년의 핵심 메시지로 묵상하고 제시하시면서(‘희년 선포 칙서참조), 우리 모두에게 희망의 순례자가 되라고 초대하셨던 것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희년은 오늘로 마무리되더라도 우리가 희망의 순례자로 사는 그리스도인의 사명은 그대로 남아 있고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희망의 순례자가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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