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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장 말씀

교구장말씀간호사회 30주년 감사 미사(2025.09.20)
  • 작성자 홍보전산
  • 작성일 2025-09-25 오전 10:32:58
  • 조   회 45

 

너는 내가 선택한 이, 내 마음에 드는 이다.”(이사 42,1)

 

 

안동 가톨릭 간호사회 30주년을 축하드립니다. 오늘 저는 30이라는 숫자를 특별한 의미로 되새겨 보는 회원들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합니다. 먼저 30이라는 숫자의 첫 번째 의미를 예수님의 공생활 시작에서 찾고 싶다는 회원들의 원의(願意)를 전하고 싶습니다. 회원들이 스스로 선택한 오늘 복음 말씀 안에서 그 바람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유언처럼 말씀하신 내용을 회원 자신들을 위한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들어봅니다.

 

주님이며 스승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었으면,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 내가 너희에게 한 것처럼 너희도 하라고, 내가 본을 보여준 것이다.”(요한 13,14-15)

 

예수님의 이 말씀이 어떻게 회원들의 원의를 담은 메시지가 될 수 있는지를 얼마 전에 우리 곁을 떠나 하늘나라로 가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삶과 말씀 안에서 그 의미를 찾아보려고 합니다.

 

먼저 사람들이 코로나 19 감염병 한가운데서 고생하고 있을 때,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비를 맞으시면서 바티칸 광장에서 기도하신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그 시기에 교황님이 묵상하시고 나누어주신 체험담 하나를 소개해 드립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한쪽 폐가 없습니다. 신학생 시절이던 21살 때, 심각한 폐 질환으로 폐의 일부를 절제했기 때문입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삶과 죽음을 오갔던 시간. 교황님은 내가 누구인지, 살 수 있을지 알지 못했고 심지어 의사도 알지 못했다.”라고 하면서 어머니가 날 안고서 내가 곧 죽게 될지 묻기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셨습니다. 교황님은 이 경험을 통해 코로나 19에 감염된 환자들이 숨을 쉬기 위해 인공호흡기를 통해 얼마나 고군분투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고 위로하셨습니다. 아울러 자신을 구하기 위해 헌신했던 간호사들의 따뜻한 손길을 잊을 수 없다고 밝히셨습니다.>(꿈을 꿉시다 : 더 나은 미래로 가는 길중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간호사들의 따뜻한 손길에서, 하느님 구원의 부드러운 손이 되기 위해 사람이 되신 치유의 예수님을 보셨습니다. 이에 대한 교황님의 말씀을 직접 들어봅니다.

 

저에게는 떠오르는 표상이 간호사의 표상이에요. 병원에 있는 간호사, 간호사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상처를 치료해주는데 손으로 치료하지요. 하느님은 우리의 불행 안으로 들어오시고 끼어드시며, 우리의 상처에 다가오시어 당신 손으로 우리의 그 상처를 치료해주십니다. 그분은 손을 가지기 위해서 사람이 되신 거죠. 예수님이 하시는 일이예요. 직접 하시는 일, 어떤 사람이 죄를 지어요. 그럼 그 사람은 그 죄를 치유 받으러 옵니다. 그냥 가까이 있는 거예요. 하느님은 무슨 교령을, 법을 통해서만 우리를 구원하시는 것이 아닙니다. 부드러운 다정함으로 우리를 구원하시고 어루만짐으로 우리를 구원하시며, 당신 생명으로 우리를 구원하십니다. 우리를 위해서요.”(20131022일 산타 마르타에서 아침 미사 강론 중에서)

 

그리고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더 나아가 당신의 경험을 통해 간호사의 표상으로 그리스도인의 선구자의 삶을 설명하십니다.

 

<선구자들은 우리 주변에 많습니다. 병원에서 일을 하는 간호사들을 생각해 봅시다. 그들은 스스로 개척의 삶을 살고 있고 한 예로 나는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 생명을 구한 적이 있습니다. 내가 폐병으로 병원을 다닐 적에 의사는 나에게 적정량의 페니실린(penicillin)과 스트렙토마이신(streptomycin)을 처방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나를 주치했던 한 간호사는 처방된 약의 복용량을 세 배가량 늘려주었습니다. 그녀는 실질적인 판단력을 내릴 수 있을 만큼 매우 순발력 있고 대담한 사람이었고 온종일 아픈 사람들과 지낸 경험으로 무엇이 필요하고 어떠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실질적으로 나를 주치해 주는 의사는 연구 실험실에서만 지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질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누구보다 나의 질병 상태를 잘 간파한 간호사는 올바른 선택을 내릴 수 있었고 개척의 삶을 매일 삶 속에서 마주하고 실천하였습니다.>(사람들 얻는 프란치스코 리더십의 12가지 비밀, 제프리 A. 그레임스, 2015, 182-183쪽 참조)

 

이렇게 교황님의 삶을 구한 간호사는 교황님의 상태가 매우 악화된 것을 보고 그가 섭취 정량보다 더 많은 약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판단할 수 있었고, 다년간의 환자를 돌본 경험과 노하우가 있었기에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고 교황님은 생각하셨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에게 있어서 이처럼 선구자란 주변에서 결정을 내릴 때 직관적이기보다 충분한 경험을 통한 노하우로 올바른 선택권을 내릴 수 있는 사람’, 당신이 만나신 간호사와 같은 사람입니다. 예수님의 제자로서 선구자적인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특별히 이러한 선택과 식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시고자 당신이 직접 만난 간호사의 표상을 이용하신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마지막 순간까지 간호사에 대한 신뢰에 당신 자신을 맡기셨으며 당신이 신뢰한 간호사 한 분을 당신의 건강 보좌관[스트라페티 2021년 결장 협착증 수술(대장 수술)을 받을 때 수술을 제안 : 교황님은 그를 목숨을 구해준 사람이라고]으로 임명하셔서 끝까지 함께 하셨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에게는 간호사의 돌봄이 절대로 필요했고 간호사의 돌봄으로 교황님께서는 당신의 교황 직무를 끝까지 수행하실 수 있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간호사 여러분들을 이렇게 생명의 돌보미로 초대하시면서 너는 내가 선택한 이, 내 마음에 드는 이다.”(이사 42,1)라고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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