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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장 말씀

교구장말씀한국평단협 상임위원회(2025.09.05)
  • 작성자 홍보전산
  • 작성일 2025-09-16 오후 8:43:34
  • 조   회 38

 

혼인 잔치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에

단식을 할 수 없지 않으냐?”(루카 5,34)

 

혼인 잔치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에 단식을 할 수 없지 않으냐? 그러나 그들이 신랑을 빼앗기는 날이 올 것이다. 그때에는 그들도 단식할 것이다.”(루카 5,34-35)

 

예수님의 이 말씀은 바리사이들과 율법 학자들이 예수님의 제자들이 단식은 하지 않고 왜 먹고 마시기만 하느냐고 비난하면서, 제자들은 언제 단식하느냐는 물음에 대한 답변의 말씀입니다. 우리가 이 말씀의 진정한 의미를 마음에 되새긴다면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우리[제자들]가 언제 단식해야 할지를 알게 될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단식의 침된 의미를 알게 될 것입니다.

 

혼인 잔치 손님들은 신랑이 혼인하는 잔치에 초대된 예수님의 제자들입니다. 예수님을 따르고 믿는 우리라고 확장해서 알아들을 수 있겠습니다. 우리가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은 언제이고, ‘신랑을 빼앗기는 날은 언제인지 알게 되면 단식하지 않아도 되는 때와 단식해야 하는 때를 식별할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이제 우리는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신랑을 빼앗기는 날을 함께 살펴보고 싶습니다.

 

우리가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은 언제일까요? 먼저 신랑이 누구인지 밝힐 필요가 있습니다. 신랑이 누구인지 알 필요가 있습니다. ‘신랑하느님의 아드님,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바리사이들과 율법 학자들과 요한의 제자들이 단식하는 첫째 이유는 메시아(구세주)’가 오시기를 참회하며 기다린다는 뜻에서 단식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메시아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단식한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인용한 예수님 말씀은 사실 예수님이 당신 자신을 신랑과 동일시하며 메시아로 드러내신 말씀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은 메시아와 함께 있는 동안에는 단식할 필요가 없었던 것입니다. 예수님이 가난한 이들을 초대하시고 주로 먹고 마시며 함께 한 이들은 죄인들과 세리들인데 예수님이 그들의 메시아 구세주로 세상에 오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와 죽음을 통해 부활하심으로써 이제 부활하시어 살아계신 분으로 우리와 함께 계시는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가장 보잘것없는 이들과 당신 자신을 동일시하시며 그들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당신에게 해 준 것이라고 말씀하시며(마태 25,35-40 참조) 우리가 가장 보잘것없는 이들과 함께함으로써 그분을 만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교회는 전통적으로 단식을 통해 그들을 사랑하고 그들에게 베푼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우리가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은 이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가 예수님을 만나며 그분과 함께하고 있는 동안이라고 알아들을 수 있겠습니다. 혼인 잔치는 복음 말씀에서 자주 하느님 나라에 비유되기도 했기 때문에 우리가 혼인 잔치 손님으로 초대되어 신랑과 함께하고 있는 동안은 우리가 하느님 나라에 사는 것과 같은 사랑과 기쁨이 함께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에게는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의 축복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신랑을 빼앗기는 날은 언제일까요? 예수님이 십자가와 죽음의 길을 가실 때입니다. 우리들의 죄와 불신 때문에 주님을 십자가와 수난의 길을 가시게 할 때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하느님 없는세상에 사는 듯 하느님을 등지고 살 때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여러 가지 핑계로 주님과 함께하지 못하는 삶을 살 때입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지 않는 냉담 시기도 이러한 삶에 해당될 수 있겠습니다. 그때가 바로 우리에게는 신랑을 빼앗기는 날이 될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에게는 신랑을 빼앗기는 날의 비극이 될 것입니다. 혼인 잔치에서 쫓겨나는 불행을 당할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결코 그러한 불행이 없기를 바라며 서로를 위해 기도합시다.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겠다.’(마태 18,20)고 주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의 뜻에 따라 하느님의 일을 함께하는 사람들의 공동체를 두고 하신 말씀이라고 생각됩니다. 서로 용서하고 사랑하며 예수님께서 가신 그 길을 함께 가는 이들을 두고 하신 말씀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하신 한국 평신도 사도직 단체 협의회 상임위원 여러분에게 하신 말씀으로 알아듣고 싶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오늘 복음에서 말씀하신 대로, 우리는 혼인 잔치의 손님 자격으로, 신랑과 함께하는 자리에 초대된 사람들입니다. 사랑과 기쁨을 맘껏 나누시고 복된 친교의 자리를 가지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여기서 힘을 받으시고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한국 교회를 위해 기쁘게 봉사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기도로 함께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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