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생명을 선택하여라.”(신명 30,19)
2.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루카 10,42)
1. 오늘 우리는, 먼저 주님께서 당신이 선택하신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신 말씀을 함께 듣고 이 말씀을 함께 마음에 새겨보겠습니다. 이 말씀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집트에서 해방된 후, 40년 광야의 고된 여정과 방랑 생활을 끝내고 이제 막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모세가 주님께서 선택하신 당신 백성에게 전한 말씀입니다. 모세는 백성들에게 ‘이제 여러분들이 곧 요르단강을 건너 약속의 땅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앞날의 축복은 여러분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선언합니다.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에게 전하는 말씀을 들어봅니다.
“나는 오늘 하늘과 땅을 증인으로 세우고 생명과 죽음, 축복과 저주를 너희 앞에 내놓았다. 너희와 너희 후손이 살려면 생명을 선택해야 한다. 또한 주 너희 하느님을 사랑하고 그분의 말씀을 들으며 그분께 매달려야 한다. 주님은 너희의 생명이시다.”(신명 30,19)
2. 오늘 우리가 함께 묵상할 다음 말씀은, 오늘 복음(루카 10,38-42)에 나오는 말씀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평소에 자주 들르셨던 마르타와 마리아의 집에 초대를 받으셨을 때, 그들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복음에서는 마르타와 마리아에 대해서, 마르타가 언니이고 마리아가 동생으로 소개되고 있는데, 그들은 예수님의 절친 오빠 라자로와 함께 형제자매로 살았던 가정입니다!]/ 이제 마르타와 마리아에게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함께 들어봅니다.
“마르타야, 마르타야! 너는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구나, 그러나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루카 10,41-42)
오늘 서른 번째로 맞이하는 농민 주일을 지내며, 이 두 말씀이 우리에게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지, 무슨 상관관계가 있을지 함께 묵상해보고 싶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려서, 오늘 우리가 함께 마음에 새기고자 하는 이 두 말씀의 초점은 ‘생명의 선택’이고, 그리고 ‘생명을 선택하며 사는 우리들의 좋은 몫이 되는 지속적인 삶’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러한 삶의 터전은 결국 하늘과 땅의 주인이신 ‘생명의 하느님’을 섬기며 사는 그분의 나라[곧 하느님 나라]가 될 것입니다. 이러한 삶의 최일선에 우리 농민들이 있고, 그리고 우리 농민들과 함께 이러한 생명 공동체적인 삶을 함께 일구어 나가는 우리농 생활공동체(도시 생활자)가 있습니다. 이렇게 생명의 선택과 생명을 선택하며 사는 우리들의 삶은 결국 ‘생명의 하느님’을 선택하며 사는 신앙의 여정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오늘 농민 주일 담화에서 우리를 일깨우는 농민 주일의 의미가 바로 이러한 삶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오늘 농민 주일 담화 내용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1994년 춘계 정기 총회에서, 교회가 우리 농민을 살리는 일을 적극 지원하기로 하고, 우리 농산물 나눔터를 설치하는 데 협조하기로 마음을 모았습니다. … 그로부터 30년 동안 농민은 생명 농업으로 땅을 일구어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고, 소비자는 ‘우리농 나눔터’를 이용하며 생태 환경 운동에 함께해 왔습니다.
농부는 ‘주님께서 보살피고 살려 주시어 땅에서 복을 받으리라.’는(시편 41[40],3 참조) 말씀을 믿고, 하느님께서 주신 땅의 선물을 충실히 돌보는 청지기로 살아왔습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한마음으로 연대하며 걸어온 이 길은, 다만 먹거리의 문제가 아니라 생명을 돌보는 신앙의 여정이었습니다. 제30회 농민 주일을 맞이하여, 우리가 모두 각 본당과 가정에서 ‘생명 지킴이 운동’을 삶 가운데 실천하면 좋겠습니다.”(「농민 주일 담화」,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박현동 아빠스)
오늘 복음에서 마르타와 마리아에게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다시 한번 마음에 되새기며, 오늘 농민 주일의 의미를 곰곰이 헤아려 봅시다.
“마르타야, 마르타야! 너는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구나, 그러나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루카 10,41-42)
예수님의 이 말씀은 마르타의 일은 틀렸고 마리아의 일만이 중요하다고 하시는 말씀이 아닙니다. ‘사람은 모든 일을 한꺼번에 다 할 수 없기에, 많은 일 가운데서 우선순위를 정하고 선택할 수 있는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마르타에게 마리아에 대해 말씀하시면서 필요한 한 가지, 좋은 몫이 무엇인지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본보기를 보여주시고자 하십니다.
마르타가 예수님에게 시중들며 모시는 일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일은, 예수님의 발치에서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예수님의 뜻을 헤아리며 예수님을 섬기고 모시는 일입니다. 우리가 각자 본당과 가정에서 ’생명 지킴이 운동‘을 실천하면서, ’먼저 주님의 말씀을 듣고 기도하고 일터로 나가는 삶의 태도가‘ 중요합니다. 다시 말해서,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생명 농업‘에 종사하는 우리 농민들에게도 마리아처럼 먼저 기도하고, 그 다음 마르타처럼 직접 주님을 모시고 주님과 함께 일터로 나가는 농부들의 몫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이것이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루카 10,42)는 주님 말씀의 의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