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오 마리애 간부피정 및 정기모임(26/09/05)
“이분이 네 어머니이시다.”(요한 19,27)
“여인이시여,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이분이 네 어머니이시다.”(요한 19,26.27) 예수님의 이 유언으로 우리는 성모님을 ‘우리의 어머니’로 모시게 되었습니다. 이 장면에서 사랑하는 제자 사도 요한의 이름이 언급되지 않은 것은, 교부들의 증언에 의하면 ‘사랑하는 제자’가 사도 요한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그리스도인인 우리 모두’가 예수님의 사랑받는 제자이기 때문입니다. 바오로 6세 교황님께서는 예수님이 당신에게 귀중한 두 분을 우리에게 선물로 주셨다고 말씀하셨는데, 한 분은 당신의 아빠를 우리의 아빠로 주신 것이고 또 다른 한 분은 당신의 어머니를 우리의 어머니로 주신 것입니다.
“여인이시여,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이분이 네 어머니이시다.”(요한 19,26.27) 예수님의 마지막 말씀, 바로 예수님의 유언이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를 함께 마음에 새겨보고 싶습니다.
첫째, 예수님께서 마리아와 사랑받는 제자에게 하신 이 말씀은 공식적인 유지, 다시 말해서 구두 유언입니다. 성서학자들에 따르면, 고대 세계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사람도 합법적인 절차로서 비록 십자가 위에서라도 구두로 자신의 소유물을 유산으로 증여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예수님에게는 소유물이 없었습니다. 물려줄 돈이나 땅이나 집도 없었습니다. 심지어는 물려줄 옷도 없었습니다. 성경 기록에 의하면 병사들이 옷을 벗겨 제비를 뽑아 나누어 가졌기 때문입니다.(요한 19,23-24) 예수님에게 남은 것은 오로지 ‘어머니’뿐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어머니’마저 우리에게 내어주시고 철저하게 가난한 모습으로 죽음을 맞이하신 것입니다.
둘째, 예수님께서 마리아와 요셉에게 남긴 마지막 말씀은 입양 절차 같은 것이었습니다. 마리아는 요한을 양자로 맞이하고 요한은 마리아를 양어머니로 받아들이는 것이었습니다. 개신교의 한 신학자가 이를 이렇게 증언하고 있습니다. “십자가 위에서 예수님은 곁에 서 있는 그분의 어머니와 사랑하는 제자를 보시고, 간단한 선언으로 사랑하는 제자를 당신 어머니에게 아들을 주시며 당신의 어머니를 사랑하는 제자에게 어머니로 주십니다. 이 의례적인 절차로써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고 새로운 가족이 탄생한 것입니다.”(Brant Pitre) 이처럼 예수님은 단순히 자기가 죽은 후 누군가 마리아를 ‘돌보아 달라’고 한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은 당신의 유지를 공식적으로 선포한 것입니다. 실제로 마리아는 요한의 어머니가 되고 요한은 마리아의 아들이 된 것입니다. 실제로 유언의 의미가 밖으로 드러난 것입니다.
셋째, 예수님의 마지막 말씀을 보다 분명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랑받는 제자의 응답을 강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성경은 이를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때부터 그 제자가 그분을 자기 집에 모셨다.”(요한 19,27) 이는 표면적으로 보면 사랑받는 제자가 마리아와 한집에서 살았다는 의미가 되겠습니다. 이는 예수님의 부활 이후 사도들이 예루살렘에서 성령강림을 기다리며 모였을 때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가 그들과 함께 있었다는 사실로 더 분명하게 확인됩니다.(사도 1,4) 요한복음을 원어로 읽어보면, 일상적으로 ‘집’(오이코스 oikos)을 뜻하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 구절을 직역하면 요한은 마리아를 “자신의 것으로 삼았다.”(에이스 타 이디아 eis ta idia)가 됩니다. ‘자신의 것’(이디아 idia)이란 단어는 자신의 가족, 사람들, 재산처럼 넓은 의미라 ‘자기에게 속한 것’을 가리키는 말입니다(요한 1,11; 루카 18,28-29 참조) 달리 말하면 ‘사랑받는 제자는 마리아를 친어머니로 대했다는 뜻이 됩니다. 예수님의 공적 유지와 유언대로 이제 예수님의 어머니는 요한의 어머니이며 요한은 그녀의 아들이 된 것입니다. 예수님의 어머니가 우리의 어머니가 되신다는 의미도 이러한 이해 선상에서 받아들이고 마리아를 우리의 영적인 친어머니로 잘 모시면 되겠습니다.
초대 교회 때부터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이 마리아를 사랑받는 제자에게 어머니로 주셨다는 의미가, 모든 제자에게 마리아를 어머니로 주셨다는 뜻이라고 알아들었습니다. 마리아의 영적인 모성, 곧 마리아가 우리 믿는 이들의 어머니라는 사실을 교회와 연결 짓는 것은 중세 가톨릭교회가 만들어낸 생각이 아닙니다. 복음에 기록된 대로(요한 19,26.27), 그것은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공적 유지로 마지막 유언 말씀으로 직접 말씀하시고자 했던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예수님이 십자가 위에서 사랑하시는 제자에게 남기신 마지막 말씀은 당신을 따르는 모든 제자에게 하시는 말씀입니다. “이분이 네 어머니이시다!(Ecce, Mater Tua!)”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주님께서는 오늘 여기 함께하고 있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에게도 같은 말씀으로 여러분들을 초대하십니다. 성모님을 우리 어머니로 잘 모시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