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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장 말씀

교구장말씀점촌동본당 견진(2025.11.23)-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
  • 작성자 홍보전산
  • 작성일 2025-11-26 오전 11:06:37
  • 조   회 141

 

그리스도왕 대축일을 사는 의미

 

몇 년 전(2022) ‘을 주제로 한 영화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던 적이 있습니다. 이야기가 비슷하게 전개되는 두 영화(한국 영화)가 있었는데, ‘광해, 왕이 된 남자라는 영화와 나는 왕이로소이다라는 영화였습니다. 문제는 왜 많은 사람들이 이런 영화에 관심이 많았을까 하는 것입니다.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어려운 처지에 처해 있는 사람들이 자신들이 처한 어려운 처지에서, 진정 자신들을 구해줄 참 지도자를 그려주는 스크린을 통해서 어떤 카타르시스 같은 것을 느끼거나 자기 갈망을 꿈꿔 볼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고, 또 이런 영화를 통해서 진정 나는 어떤 왕을 원하는가?’ ‘진정 나는 어떤 왕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꿈을 꿔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성경을 보면 하느님을 왕으로 부른 적이 있습니다. 특히 바빌론 유배 기간(기원전 586-538) 동안 작성된 제2 이사야(이사 40-55)에서 이러한 내용을 많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구세주 예수님을 그리스도 왕이라고 부르며, 교회 전례력 안에서는 1925년 비오 11세 교황 때부터 연중 시기의 마지막 주일(연중 제34주일)‘[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로 지내고 있습니다. 오늘이 바로 그날입니다. 성경에서 하느님을 이라고 부를 때, 왕은 단순히 절대 권력자가 아니라 구원의 형상이었습니다. 실제로 고대 근동의 왕권 이념에서 볼 때, 왕은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전제군주가 아니라, 왕은 오히려 다른 민족으로부터 침략을 막아주고 나라 안에서는 이원 갈등 구조에서 생기는 온갖 무질서를 없애고 평화와 해방을 가져다주는 사람이었습니다. 왕에 대한 이러한 구원의 형상이 하느님에게 적용된 것입니다. 예를 들면, 이스라엘의 왕으로서 하느님은 역사의 무질서를 끝내고 평화와 행복의 시기를 열어 줄 것을 약속하시는 분으로 나타나십니다(이사 52,6-10).

백성을 구원하시는 하느님의 이러한 모습이 인간을 구원하러 이 세상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구체적으로 계시됩니다. 다시 말해서 으로 오시는 예수님 안에서 구원이 구체적으로 드러납니다. 이것이 오늘 그리스도왕 대축일을 함께 지내면서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의 진짜 왕으로 모시며 기리는 이유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정치 권력을 장악하여 백성을 억누르는 왕이 아니라, 자신의 목숨까지도 희생하시며 백성을 섬기는 메시아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셨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예수님이야말로 우리가 원하는 진짜 왕이 되십니다. 이것이 바로 진정 나는 어떤 왕을 원하고 있는지?’ ‘진정 나는 어떤 왕이 될 수 있을지?’라고 하는 물음에 대한 대답이 되겠습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의 머리 위에는 이자는 유다인들의 임금이다.’라는 죄명 패가 붙어있었다.”(루카 23,38)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십자가 위에는 라틴어로 ‘INRI’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는데 이는 유대인의 왕 나자렛 예수라는 말의 약자입니다. 유다인들이 십자가 위의 예수님을 조롱하며 쓴 죄명이 유다인들의 임금이 되는 것입니다. 이는 유다인들이 정말로 예수님을 왕으로 인정하여 쓴 것이 아니라 조롱하기 위해 썼던 죄 명패인데, 이것이 역사적으로 아이러니컬하게도 진정한 의미로 예수님이 그들의 왕이 된 것입니다. 세상 임금들이 권위로 백성을 억누르고 살았다면,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너희 가운데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마르 10,43)고 말씀하신 대로 낮은 자의 모습으로 사셨고, 최후 만찬 석상에서는 제자들의 발을 몸소 씻어 주시면서 제자들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가르쳐 주셨는데(요한 13,3-17 참조), 이 말씀은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말씀이 되었습니다. 이에 대한 예수님의 말씀을 다시 함께 들어봅니다. 이 말씀은 진정 나는 어떤 왕이 되고 싶은가에 대한 대답도 될 것입니다.

 

너희도 알다시피 다른 민족들의 통치자라는 자들은 백성 위에 군림하고, 고관들은 백성에게 세도를 부린다. 그러나 너희는 그래서는 안 된다.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또한 너희 가운데에서 첫째가 되려는 이는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 사실 사람의 아들은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마르 10,42-45) /“주님이며 스승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었으면,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 내가 너희에게 한 것처럼 너희도 하라고, 내가 본을 보여 준 것이다.”(요한 13,14-15)

 

다시 한번 우리 각자에게 스스로 물어봅시다. 우리는 어떤 왕을 원하고 있습니까? 그리스도 왕을 원합니다. 만약에 내가 왕이 될 수 있다면, 어떤 왕이 되고 싶습니까? 그리스도 왕이 되고 싶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모두 그리스도의 3대 직무, 곧 사제직예언직왕직에 참여하고 있는데, 여기서 그리스도의 왕직에 참여하는 것은 우리가 그리스도처럼 섬기는 직책을 수행함으로써 또 다른 그리스도 왕이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그리스도를 왕으로 모실 수 있고 우리가 또 다른 그리스도 왕으로서 그리스도 왕직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특권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오늘을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로 지내며, 그리고 또 우리 각자가 그리스도인으로서 그리스도왕 대축일을 살아가는 의미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끝으로, ‘사랑으로 섬기는 삶에 대한 마더 테레사 성녀의 말씀 하나를 함께 마음에 새기면서 우리 각자의 그리스도 왕직을 어떻게 수행해나갈지에 대해 함께 생각해봅시다. 특히, 오늘 견진을 받는 형제자매들이 어떻게 자기 그리스도 왕직을 충실히 수행해나갈지 함께 생각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사랑이라는 옷은 먼지를 묻힙니다. 사랑은 거리와 골목에 있는 얼룩을 닦아냅니다. 사랑은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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