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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5일 성모승천 대축일]"겸손의 어머니, 성모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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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겸손의 어머니, 성모마리아


우리 구세주의 모친 마리아는 참으로 겸손하신 분이셨습니다. 구세주의 어머니가 되셨지만 절대로 우쭐한 법이 없으셨습니다. 구세주 탄생이라는 하느님 구원 사업의 가장 큰 협조자로서 뭔가 기대하고 싶을 만도 한데 결코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그저 한평생 자신 앞에 벌어진 모든 일들을 마음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기셨습니다. 기도하고 또 기도하면서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찾아 나가셨습니다. 언제나 하느님 앞에서 자신은 작고 보잘것없다는 사실을 고백하고, 하느님께서 자신에게 베푸신 은총과 권능의 위대함을 겸손하게 받아들이고 찬양하였습니다. 마리아는 이렇게 특별한 자격이나 능력 때문이 아니라 오로지 하느님의 은총에 의해서 자신이 구세주의 어머니로 선택되었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고 있었고 이를 신앙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이런 점에서 마리아는 모든 신앙인들의 모범이 되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이 마리아가 엘리사벳을 방문했을 때 부른 ‘마리아의 노래’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뛰니, 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 과연 모든 세대가 나를 행복하다 하리니, 전능하신 분께서 나에게 큰일을 하셨기 때문입니다.”(루카 1,46-49)

암브로시오 성인은 ‘마리아의 노래’가 “성모님의 ‘완벽한 겸손’을 가장 잘 드러내는 찬가”라고 극찬했습니다. 마리아는 철저하게 자신을 낮춥니다. 자신은 찬미를 받을 자격이 조금도 없는 존재이며 주님의 비천한 종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이렇게 주님을 찬송하며 주님 안에서 기쁨을 얻어 누리는 것은 하느님께서 자신을 굽어보셨기 때문이고, 그 굽어보심은 자신이 잘 나서가 아니라 오로지 하느님이 그에게 베푸신 자비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마리아는 자기 겸손을 가장하지도 않으며, 하느님께서 베푸신 선물을 거절하지도 않습니다. 그 선물을 받아들이기에 너무나 부족한 자신이지만 이 과분하고 크신 하느님의 은총 앞에서 두려워 도망가지도 않습니다. 마리아는 앞으로 자기 자신에게 돌아올 영광과 위대함이 모두 자신에게서가 아니라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선물이라는 것을 미리부터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었던 것입니다.

신앙생활에서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은 내 힘으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는 지나친 자신감입니다. 과학이 발전하고 물질 만능주의가 팽배해지면서 사람들은 점점 더 하느님 없이도 살 수 있다는 착각에 하느님을 우리 삶의 중심에서 밀어냅니다. 하느님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시대에 살고 있기에 성모 마리아의 겸손의 덕이 더욱 그립고 아쉽습니다.

성모님을 참으로 많이 사랑했던 베르나르도 성인은 겸손의 덕을 몸에 익히기 위해 스스로 작은 규칙을 하나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는 새벽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제가 모든 사람 중에 가장 큰 죄인입니다.”하고 외쳤다고 합니다. 그리고 틈만 나면 자신의 죄를 형제들 앞에서 있는 그대로 고백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누군가 자신의 결점에 대해 말하며 모욕을 준다 하더라도 원망하지 않고 고마운 마음으로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그는 성모님의 겸손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성모님의 겸손을 바라보십시오. 성모님은 거룩함을 조금도 잃지 않았습니다. 그분처럼 겸손이 보증될 때만 큰 은총을 얻을 수 있습니다. 성모님처럼 스스로 자신을 낮출 때 은총이 다가옴을 기억하십시오. 하느님께서는 교만한 자들을 대적하시고 성모님처럼 겸손한 이들에게 은총을 베푸십니다.”

겸손의 어머니이신 성모님은 우리 모두에게 참된 겸손이 무엇인지 일깨워주시고 겸손한 신앙생활이 얼마나 복된 삶인지 밝혀주시고 이끌어주십니다.

<참된 겸손은 인간으로부터 시작되지 않고
하느님의 자비로부터 시작됩니다.
참된 겸손은 하느님께서
나를 극진히 사랑하심을 인식함에게 시작됩니다.
참된 겸손은 그 사랑에 힘입어
내가 하루하루 살아감을 고백함에서 시작됩니다.
참된 겸손은 하느님을 떠나 있다면
나는 아무것도 아님을 깨닫는 데서 시작됩니다.
참된 겸손은 내가 매일 하느님으로부터 주어지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축복과 은총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인정함에서 시작됩니다.>
(양승국 신부, 「성모님과 함께라면 실패는 없다」, 생활성서, 2018, 55쪽)

오늘 우리는 하늘에 높이 올림을 받으신 마리아의 복된 구원을 기리며 우리도 똑같은 구원의 영광을 누리게 되리라는 희망으로 성모승천 대축일을 함께 경축하고 있습니다. 성모 마리아는 우리의 희망이요 우리의 길입니다. 우리가 마리아를 본받아 마리아처럼 살면 우리도 하늘에 오르는 영광을 차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겸손의 어머니이신 성모 마리아는 특별히 겸손의 믿음을 통하여 누리는 복된 길을 미리 보여주심으로써 우리도 그 길을 갈 수 있도록 하셨습니다. 겸손의 믿음, 겸손의 덕행을 실천하는 데 있어서는 예수님의 첫 번째 제자라고 불러도 마땅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성모님은 겸손을 자기 신앙으로 사신 분입니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에게서 배워라.”(마태 11,29)

겸손의 어머니 성모 마리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2018년 8월 15일 성모 승천 대축일



천주교 안동교구장  권 혁 주  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