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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9일 연중 제17주일] "군중과 표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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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과 표징

 

 

예수님의 가르침보다 기적에 이끌린 군중이 예수님을 따라왔습니다. 예수님께서 군중과 소란스러움을 떠나 제자들만 데리고 조용한 곳으로 물러가신 것은 본받을 만한 처신입니다.

이 사건은 주님의 수난 일 년 전, 곧 세례자 요한이 참수된 직후의 파스카 축제 기간에 일어났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필립보에게 모든 일은 하느님께 맡겨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기 위해 그를 시험하십니다. 요컨대 많은 사람을 먹이신 그리스도의 기적은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음을 굳게 믿게 하는 예증입니다.

제자들은 줄곧 난감해 어쩔 줄 모르지만 만물을 창조하신 분께서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엄청나게 많이 늘릴 수 있으십니다. 거친 보리빵의 수, 다섯은 모세오경을 암시하고, 그보다 부드러운 물고기의 수, 둘은 사도들과 복음사가들의 가르침을 암시합니다. 예언의 의미로 이 기적을 해석하면, 보리 알갱이(그리스도)가 껍질(구약성경) 안에 감추어져 있으며 껍질이 벗겨지면 알갱이가 무수히 많은 수로 늘어나게 됩니다. 아울러 물고기 두 마리는 사제들과 임금들을 상징하며 그 두 역할이 그리스도 안에서 완성된다는 뜻으로 풀 수 있습니다. 이때는 날이 나날이 따뜻해지는 니산 달이어서 들판에 풀이 많았습니다. 배불리 먹은 오천 명은 사도행전 4장에 기록 된 믿음에 든 오천 명을 예시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다른 기적들을 행하실 때와는 달리 군중을 먹일 준비를 하실 때 먼저 기도하십니다. 이는 당신의 첫 번째 창조 행위 때에도 함께 계셨던 아버지와 성령께서 당신과 결속되어 계심을 보여 주는 한편, 우리도 음식을 먹으려 할 때 하느님께 감사드리라고 가르치시려는 것입니다.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그것이 기적인지 미쳐 느끼지 못하다가 나중에야 깨달은 듯합니다. 그때 일어난 일은 인간의 오감이 느낄 수 있는 범주를 벗어난 것이었습니다. 낟알을 창조하신 분께서 그 낟알들이 땅이 아니라 생명을 가져오는 당신의 기름지고 창조적인 손에 맡겨진 듯이 마구 불어나게 하십니다. 옛 계약이 그리스도께서 오시자 부서져 열리듯이, 빵도 떼어 나누어질 때 늘어납니다. 산에 흩어졌던 빵 조각들이 모아들여져 하나가 되었듯이 세상 각지의 교회들이 모여 하느님의 나라가 되었으며, 이 기적에서 빵이 남았다는 것은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우리에게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주신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그리스도께서 그날 당신 사도들을 통해 주신 빵의 선물은 교회의 삶에서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세상 끝 날까지 계속될 것입니다. 구약시대에 엘리사도 그리스도께서 일으키신 빵의 기적과 비슷한 기적을 행한 바 있습니다. 우리도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을 관대히 베풀 줄 알아야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작은 것으로도 많은 것을 만드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기적을 행하신 뒤에야 사람들은 모세와 같은 예언자가 세상에 왔음을 깨달았습니다. 사람들은 그 기적을 보자 예수님을 임금으로 삼으려 하였는데, 그들은 세속의 권력에 매혹된 자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세속적 지위를 하찮게 여기시는 그리스도께서는 당신께서 이미 임금이심을 알고 계셨습니다. 그분을 따르는 사람들인 우리도 세속적 영광에서 달아날 것입니다. 우리의 힘은 정치권력이 아니라 약함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군중을 피해 산으로 가시어 기도하신 것은, 피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땐 언제나 기도가 더욱 필요하다는 것을 가르쳐 줍니다.

 

 

문경 본당 최상희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