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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4일 사순 제3주일] 마음의 번민은 하느님의 성전정화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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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번민은 하느님의 성전정화 때문

  

 

나에게 심리치료를 받으러 오는 사람들 중에 마음속에 자기 힘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심적인 갈등과 격변이 일어나서 오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마음의 고통이 너무 힘들기 때문에 기적적인 방법으로 얼른 해결해주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그 고통의 배경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하느님이 그 사람의 낡아빠지고 좁아터진 삶의 방식을 부수려고 개입하고 계심을 발견합니다.

사람들은 대체로 어린 시절의 가정환경에 의해 한 번 설정된 삶의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살아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새로운 삶의 가치 혹은 보다 넓은 삶의 시야를 배워보지 못했기 때문에 예전의 삶의 방식을 고수합니다. 하지만 하느님은 그렇게 사는 것을 원치 않으십니다. 내 안에 계신 하느님은 내가 변화해서 새로운 세상에 살기를 원하시기 때문에 낡은 삶의 방식을 무너트리고 새로운 질서를 잡으시려고 합니다. 그것 때문에 마음속에 갈등과 번민이 끊이지 않는 것입니다. 낡은 삶을 유지하려는 마음과 그것을 부수려는 하느님의 마음이 부딪혀서 마음속에 대격변이 일어나는 것이지요.

낡은 삶을 부수고 새로운 질서를 잡아주시려는 하느님의 작용을 잘 견디도록 도와주는 것이 심리치료의 관건입니다. 그것을 잘 견뎌낸 사람은 증상의 치유뿐만 아니라 자신 안에 하느님이 계신다는 것을 체험하게 됩니다. 그런 치유과정을 통해 나는 인간의 삶에 직접 개입하시고 활동하시는 하느님의 감동적인 드라마를 보고는 합니다. 그리고 인간 개개인이 한 사람도 예외 없이 하느님이 그 안에 살고 계시는 성전이라는 것을 실감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도 당신 몸을 성전이라고 직접적으로 말씀하십니다. 우리 각자 역시 하느님이 거처하시는 성전입니다. 하느님은 나를 감시하고 단속하기 위해 내 안에 계시는 것이 아닙니다. 나에게 생명과 힘을 주시기 위해 계시는 것입니다. 세상이 주지 못하는 기쁨과 평화를 주시기 위해 거기에 계십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내 안에 계시는 하느님의 힘을 느끼지 못하고 늘 갈등과 번민 속에 사는 걸까요?

내 안에 계신 하느님과 나 사이를 가로막고 방해하는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세속적인 가치에만 매달려 살다 보니 생긴 죄와 마음의 상처들, 그리고 영적인 삶의 가치를 모르고 살았던 무지와 어리석음이 하느님과 나 사이를 가로 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 안에 계신 하느님은 그런 장애물들을 성전 안에 두는 것을 원치 않으십니다. 그래서 예수님이 성전에서 하셨던 것처럼 채찍을 휘둘러서 쫓아내시려고 합니다. 그렇게 보면 성전에서 잡상인과 환전꾼을 쫓아내시기 위해 채찍을 휘두르시는 예수님은 죄, 마음의 상처, 무지, 어리석음으로 가득 찬 무질서를 타파하고 새로운 질서를 잡아주시는 내 안에 계신 하느님의 모습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느님은 인류를 계도하기 위해 종교가 만들어 낸 가공의 존재가 아닙니다. 원래부터 존재하는 분을 종교는 인류에게 알려 준 역할을 한 것뿐입니다. 그리고 현대의 심층심리학은 종교에서 말하는 신이 실제적인 현상으로 인간 삶에서 나타나고 있음을 자연과학적인 견지에서 입증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무의식에는 인간의 의식에서 나오는 것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질서가 나타납니다. 그 질서는 각 개인을 끊임없이 성장하고 발전시켜서 신을 닮은 모습으로 변화시키는 인간 내면의 불가사의한 힘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심층심리학에서는 그 힘이 인간의 의식에 끼치는 영향력을 통해 볼 때 종교에서 말하는 신의 작용과 차이를 구분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달리 말하면 인간의 영혼을 구원하는 하느님의 작용이 인간의 정신세계 안에서 경험적으로 관찰이 된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내 안에 계신 하느님의 작용은 우리가 기대하는 것과는 달리 먼저 마음의 고통과 번민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눈여겨봐야 합니다. 하느님이 주시는 마음의 평화를 원한다면 내 안에서 성전을 정화하시는 하느님을 먼저 견뎌내야 합니다.

 

구담 본당 김기환 요셉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