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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8일 연중 제4주일(해외 원조 주일)] 더러운 영은 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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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운 영은 버리고

  

교우 여러분! 안녕하셨습니까?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남과 북이 서로 만나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긴장 완화를 위해 적극 협력하고 모든 문제를 민족끼리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가기로 약속했으니 다행입니다. 모쪼록 이번 합의가 우리나라의 평화를 여는 창’, ‘평화의 마중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모진 한설(寒雪)로 꽁꽁 얼어버렸던 이 땅에서도 드디어 생명이 움트는 하느님의 섭리를 확인하게 되니 고마운 일입니다.

오늘은 연중 제4주일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안식일에 카파르나움에 있는 회당에 들어가 가르치십니다. 회당에 모여 있던 사람들 사이에는 더러운 영이 들린 사람이 섞여 있습니다. 그가 나자렛 사람 예수님, 당신께서 저희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저희를 멸망시키러 오셨습니까?”라며 외칩니다. 예수님께서 조용히 하여라. 그 사람에게서 나가라.”하고 꾸짖으시자 어리석은 이를 사로잡고 마음대로 부려먹던 더러운 영은 큰 소리를 지르며 떠나갑니다.

루터의 종교개혁이 있은 지 500년이 지났지만 교회의 모습은 변한 것이 없습니다. 선교 제일주의, 성장 우선주의라는 굴레에 빠져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의식 마저도 잃어버린 교회를 향한 시선이 따갑습니다. 종교와 자본주의, 영혼과 물질의 동시부패라는 문제 앞에 우리도 직면해 있습니다. 이웃 종교를 개독교라고 조롱하는 소리가 예사롭게 들리지 않습니다. 우리 가톨릭교회의 처지도 그리 녹록하지 않습니다. 하느님이 사라진 자리에는 물질과 돈이 자리를 잡고 있으며, 있어야 할 것은 사라지고 도리어 없어져야 할 것들이 그 자리에서 떵떵거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러운 영은 관행, 습성, 타성의 길로 우리를 유혹하고 바른 길을 걷지 못하도록 노골적으로 저항합니다. ‘회광반조(廻光返照)’, ‘파사현정(破邪顯正)’이라. 이제는 불을 밝혀 우리의 내면을 낱낱이 비추고 삿된 것들을 몰아내어 맑고 바른 기운이 드러나도록 해야 합니다.

 

새 숨()은 맘껏 맞아들이고, 더러운 숨()은 버려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있어야 할 새로운 영은 없고, 없어야 할 더러운 영만 가득하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인생입니다. 바른 길을 걷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 겪어야 할 숙명은 진통이 따르더라도 고여 있는 더러운 영을 비워내는 일입니다. 중세 독일의 영성가인 마이스터 에크하르트(1260-1327)는 모든 덕 가운데 가장 뛰어난 덕을 버림이라고 했습니다. ‘버림은 영혼을 정화하고, 깨끗하게 씻어주며, 양심을 불태우고, 영을 깨우고, 소망에 생기를 주고, 하느님을 알려준다는 것입니다. 더러운 영은 버리고, 있어야 할 영은 애써 갖추어야 비로소 하느님을 알게 될 것입니다.

 

 

 

태화동 본당 김영식 요셉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