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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2일 연중 제32주일] 예수님을 잘 맞이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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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을 잘 맞이하는 삶

 

 

오늘 복음은 혼인 잔치를 전제로 한, 열 처녀의 비유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마태오는 혼인 잔치를 여러 차례 다루는데, 이 단락에서만 열 처녀가 언급됩니다. 처녀들은 두 무리로 나누어지는데, 겉으로는 을 준비해 놓고 신랑을 기다리고 있다는 점에서 구분되지 않지만, 사건이 진행됨에 따라 신랑이 올 때까지 지속적으로 을 밝힐 기름을 준비한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로 나누어집니다.

 

이 비유에서 이 무엇을 나타내는지는 명시되지 않지만, 세상의 소금과 빛에 대한 가르침에서는 착한 행실로 나오고(5,13-16), 아우구스티누스도 선행을 뜻한다고 봅니다. 이와 관련하여 등잔의 빛을 밝히는 데 꼭 필요한 기름은 예수님의 가르침에 순종하는 자세를 가리킨다고 여깁니다. 라삐들의 전통에서는 기름을 선행이나 율법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보았고, 교부들은 기름이 사랑을 나타낸다고도 보았습니다.

 

예수님 시대의 혼례 관습에서, 신랑은 신부 집에서 장인과 혼인 계약서에 따른 세부 사항을 협의하느라 귀가 시간이 늦어지곤 했습니다. 여기에 사용된 늦어지다라는 동사는 충실한 종과 불충실한 종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인에게 사용된 늦어지다와 같은 동사입니다. 주인이 늦어지자 종들은 동료들을 때리고 술꾼들과 어울려 먹고 마십니다. 즉 재림에 대한 생각은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데, 주님의 재림이 늦어지리라는 생각으로 타락한 삶을 살던 이들을 연상시킵니다.

 

어쨌든 오늘 복음 말씀에서 깨어있다는 것만 준비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을 계속 밝힐 기름도 함께 준비하는 자세를 일컫고 있습니다. 신랑이 언제 올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면, 현재만을 바라보는 삶을 사는 것으로 충분한 것이 아니라, 미래에 올 재림까지 염두에 두고 살아가는 이들만이 슬기로운 사람들임을 일러 줍니다.

현재를 충실히 살면서 미래를 잘 준비하는 삶을 살아가라는 말씀입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잘 준비하는 깨어있는 삶이겠습니까? 아마도 현재에 더 충실하려고 노력한다며 준비된 미래는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예를 들어, 혼인 잔치에 초대받았을 때 잔치에 초대한 사람의 마음을 더 헤아렸다면 당연히 그에 걸맞은 옷을 입어 쫓겨나는 일은 없었을 것이고, 신랑이 언제 올지 확실히 몰랐기 때문에 당연히 기름을 더 준비해 갔다면 닫힌 문 밖에서 발을 동동 구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결국은 현실에 충실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래에 잘 대처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현재의 삶을 살면서도 다시 오실 예수님을 잘 맞이하는 삶을 살아가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지금 내가 만나는 사람들과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다면, 그것에 만족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그들이 나로 인해 조금 더 행복해 질 수 있을지를 생각해보는 것이 그런 삶 중에 하나가 아닌가 합니다. 우리가 신랑을 마중 나갈 때 행복이라는 등뿐만 아니라 이웃의 행복 이라는 기름도 함께 준비하는 신앙인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의성 본당 황영화 마티아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