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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5일 연중 제31주일] 인정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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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 시대의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권위 있던 사람들입니다. 오늘 복음 말씀도 그들이 모세의 자리에 앉아 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에게 얼마나 큰 인물이었는지는 말씀 드리지 않아도 잘 아실 것입니다. 어쨌든, 모세의 자리에 앉아 있는 그들이 하는 말을 사람들은 지키고 실행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들은 그 자리에 앉아서 말은 할 줄 알았지만, 자신들의 말을 실행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들이 하는 일은 성구갑을 넓게 만들고 옷자락 술을 길게 늘이고, 잔치집에서는 윗자리를, 회당에서는 높은 자리를 찾는 것. 장터에서는 인사받기를, 사람들에게 스승이라고 불리기를 좋아하는 것이었습니다. ‘모두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한것을 행하는 것이 전부였다고 복음서는 전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란 다시 말하면 인정받고 싶은 마음입니다. 결국 이 마음이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에게는 실행해야 할 것 보다 겉치레에 마음을 두게 하는 걸림돌이 된 것입니다.

 

한 형제님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이분은 평소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어떤 일을 할 때 강한 압박을 자기도 모르게 느낀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조금 더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떤 일을 할 때 잘 해야 한다’, 또는 완벽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 한답니다. 일을 잘하고 좀 더 완벽하게 해야 속이 시원할 것 같은데, 그렇게 만족하지 못하니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 다음 대화가 어떻게 이어져갔는지 분명히 기억은 못하지만, 중요한 대화는 이랬습니다.

 

일을 할 때 완벽하지 않으면 어떤 마음이 드시냐?

 

‘... 불안하다

 

무엇 때문에 불안한 것 같나?’

 

‘... 다른 사람이 나를 인정해 주지 않을것 같아서

 

양파 껍질을 까듯 형제님의 마음을 보니, 스트레스 안에는 완벽함을 바라는 마음이, 완벽함의 껍질 안에는 불안함이, 불안함 안에는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스트레스가 되었고, 만족하는 삶을 살지 못하게 했던 걸림돌이 되었던 것입니다.

 

사람의 마음은 각 사람마다 껍질의 모습은 다를 수 있지만, 양파 속처럼 가장 중심에는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 마음 자체가 좋고 나쁘고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더구나 우리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을 지니고 태어났기에 자연발생적으로 느끼는 감정이나 인정받음에 대한 마음도 그것 자체로는 나쁜 것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내 안에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스트레스나 불안을 느끼면서가 아니라 주어진 일을 잘 준비할 수 있고, 성실히 해 나갈 수 있습니다.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상대방의 인정받고 싶어하는 마음을 인정해 준다면, 그것을 감싸고 있는 껍질들을(, 질투, 불안, 완벽 등) 더 잘 이해하고 존중해 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더이상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이 될 것입니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고 하십니다. 누구든 인정받기 위해서 아무런 깨달음 없이 자신을 높이려 한다면 그것이 걸림돌이 되어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낮아질 것이며,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깨닫고 받아들인다면 그것이 디딤돌이 되어 자신의 성장은 물론, 주변과의 관계가 더욱 좋아질 것입니다. 마음의 상태를 깨닫고 디딤돌로 삼으면 어떤 사람이 아닌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 충만함의 기쁨을 느끼며 바른 것을 실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의성 본당 황영화 마티아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