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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7일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경축 이동] 일상의 삶 속에서 주님을 증거하며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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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삶 속에서 주님을 증거하며 삽시다.

 

 

오늘은 한국의 첫 사제요 순교성인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과 동료순교자들을 기리며 경축하는 날입니다. 순교의 삶을 산다는 것은 자신을 버리는 삶입니다.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를 지고 가야 하는 가시밭길이기 때문입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루카 9,1)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린 사람이 바로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을 비롯한 우리의 신앙선조들입니다. 김대건 신부님은 15세 때 프랑스 선교사 모방신부님께 영세를 받았으며, 모방 신부님은 똑똑해 보이는 김대건을 최방제, 최양업과 함께 중국 마카오 신학교로 유학을 보냈습니다. 7개월 만에 22천리 거리인 마카오에 도착했습니다. 언어가 다르고 음식이 다른 나라에서 8년을 수련 받고, 24세의 젊은 나이에 꿈에 그리던 사제로 서품되었습니다. 어서 빨리 고국에 가서 가련한 양들을 돌보고 싶었지만, 육로나 바닷길이나 다 위험한 상황이어서 기회를 엿보다 어렵게 작은 배 한척을 구해서 그저 바람이 가는대로 몸을 맡겼는데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제주도에 도착했습니다.

전국 각지를 걸어서 순방하며 비밀리에 미사와 성사를 주면서 열심히 사목활동을 하시다가 선교사의 입국과 비밀항로 개설을 위해 백령도 부근을 답사하다 체포되어 서울로 압송되고 말았습니다. 참으로 아깝고 안타까운 일이었습니다. 서품 받은지 1년 만에 잡혀버렸습니다. 배교의 달콤한 유혹을 받았지만, 끝까지 순교로 믿음을 지켰습니다.

 

우리에게서 떠나는 것이 파멸로 여겨지지만 그들은 평화를 누리고 있다. 사람들이 보기에 의인들이 벌을 받는 것 같지만 그들은 불사의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 그들은 단련을 조금 받은 뒤 은혜를 크게 얻을 것이다.’(지혜 3,3-5)는 말씀처럼 신부님은 불사의 희망으로 가득 차 있었고 순교의 월계관이라는 큰 은혜를 받으셨습니다.

 

김대건 신부님을 비롯한 우리의 순교자들은 당당히 순교의 길로 나아가셨습니다. ‘누구든지 나와 내 말을 부끄럽게 여기면, 사람의 아들도 자기의 영광과 아버지와 거룩한 천사들의 영광에 싸여 올 때에 그를 부끄럽게 여길 것이다.’(루카 9,26)

배교의 말 한마디면 살 수도 있었겠지만, 끝까지 주님을 버리지 않았고 부끄러워하지 않았습니다. 포졸들이 너 천주학쟁이지!”하고 물으면 순교자들은 자신 있게 !”라고 당당히 대답하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습니다.

 

교우여러분! 우리는 얼마나 당당하게 라고 대답하며 살고 있습니까? 주님을 부끄러워하지는 않았습니까? 자신 있게 천주교 신자로서 누구에게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성호를 긋고 있습니까? 누가 볼까봐 옆으로 살피고 난 뒤에 재빨리 긋고 있지는 않습니까?

미사를 너무 쉽게 생각하고 빠지는 것도 우리의 신앙선조들을 욕뵈는 일입니다. 그분들은 일 년이 미사 한 번 참례하는 것이 크나큰 기쁨이었고 행복이었습니다. 김대건 신부님은 고해성사 한 사람을 주기 위해 수백리길을 밤새도록 걸어가서 한 마을에 한 두 명뿐인 신자에게 고해성사를 주고 미사를 드리곤 했습니다.

미사를 너무 쉽게 생각하고 신앙생활을 편한 것만 찾아서는 안될 것입니다. 어렵고 힘든 일을 찾아서 희생과 봉사를 할 수 있어야 하고, 현대를 사는 우리들은 피를 흘리는 순교는 할 수 없지만, 일상의 삶 안에서 순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영원한 것을 위해 내 한 목숨을 아끼지 않고 열심히 신자답게 봉사하며 사랑하며 살면서 주님을 증거하는 것이 일상의 삶 안에서의 순교입니다.

 

우리를 주님의 사랑에서 갈라놓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무엇이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갈라놓을 수 있겠습니까? 환난입니까? 역경입니까? 박해입니까? 굶주림입니까? 헐벗음입니까? 위험입니까? 칼입니까? 저 높은 곳도, 저 깊은 곳도, 그 밖의 어떠한 피조물도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님에게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로마 8,35.39)

그 어떠한 것도 주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 놓을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면서, 가시밭길을 걸어가신 김대건 신부님과 동료순교자들의 순교정신을 본받으며, 일상의 삶 속에서 주님을 증거하며 세상 안에서 순교하며 살아갑시다.

 

서문동 본당 허춘도 토마스 신부